전기차 충전인프라 몰리는 곳만 몰린다...제주 10개 중 3곳은 하루 한번도 안써

제주 지역 전기차 공용 충전소 171곳 중에 일평균 이용시간이 60분도 안 되는 곳이 47곳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하루 평균 5시간 이상인 충전소는 18곳에 불과했다. 일반 주유소 사업자로 따지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구조다. '전기차 충전인프라는 부족하다'는 잘못된 인식과 함께 정부 정책이 양적인 확대보다 충전기 재배치 등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주 중문단지 국제컨벤션센터 충전소에 전기차 여러대가 충전을 위해 대기 중인 모습.
제주 중문단지 국제컨벤션센터 충전소에 전기차 여러대가 충전을 위해 대기 중인 모습.
제주 중문단지 한 충전소에 급속충전기 5기가 설치됐지만 1대 전기차만 충전하고 있다.
제주 중문단지 한 충전소에 급속충전기 5기가 설치됐지만 1대 전기차만 충전하고 있다.

18일 전기차 충전인프라 서비스 업체 타디스테크놀로지(서비스명 이브이웨어)가 지난 5월 10일부터 한달 동안 제주도 171개 충전소 이용시간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일평균 60분 미만인 충전소가 47곳으로 집계됐다.

제주지역 171개 충전소는 제주도청·환경공단·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포스코ICT 등에서 구축·운영 중이다. 충전기 대부분은 급속(50㎾h급) 위주로 완·급속 충전기 232개가 구축됐다.

충전기 1개 이상인 충전소는 47곳이며 제주도청에서 구축한 충전인프라 이용률이 대체적으로 높았다. 교통 요충지에 위치한 공공기관·시설 부지에 충전소가 들어선 탓에 접근성이 유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급속충전기 5기가 운영 중인 제주도청 충전소 이용은 지난 한 달간 1249시간으로, 충전기당 일평균 8.3시간 사용했다. 새벽·심야 시간 때를 제외한 낮 시간 내내 충전기를 사용한 셈이다. 제주공항과 가까우면서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 뛰어나고, 이곳에만 5기 급속충전기가 설치돼 기다릴 필요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반면에 제주 B호텔과 서귀포 B충전소의 한 달간 총 사용시간은 10분도 채 안됐다. 고장 등으로 방치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또 충전기당 일평균 1시간 미만인 47곳을 포함해 2시간 미만은 75개나 된다. 하루 평균 5시간 미만은 153곳, 5시간 이상 사용된 충전소는 18곳에 불과했다.

제주도 한 전기차 이용자는 “성산일출봉 등 주요 관광지는 매번 갈 때마다 충전을 위해 줄을 서야 하는데 관광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충전소는 갈 때마다 비워져 있다”며 “충전인프라 부족한 게 아니라 충전소 재배치나 충전소 내 충전기 수를 늘리는 등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용이 전혀 없는 충전소는 이전하거나 홍보를 통해 사용을 유도하고, 무작정 충전인프라를 늘리기 보다는 이용률에 근거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기차 충전인프라 몰리는 곳만 몰린다...제주 10개 중 3곳은 하루 한번도 안써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