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반출 놓고 막판 공방 후끈

8일 국회 토론회, 구글 주장에 거센 반론

인터넷입력 :2016/08/08 20:22

국내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과 관련해 정부가 입장을 정리할 시점이 임박하면서 찬반 논쟁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구글이 지난 6월 콘텐츠 산업 활성화와 국내 관광산업 진흥, 글로벌 서비스의 국내 도입을 통한 국내 소비자의 편익 확대를 제공한다는 명분을 걸고 정부에 지도 반출을 신청하자 국내 기업 및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구글이 국내 업체들에게 적용되는 기준을 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가해달라고 신청한 것이 발단이었다.

구글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정부가 수용할 경우 안보상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것, 또 국내 업체 역차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반대 여론은 최근들어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도 번졌다. 구글은 구글대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회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제안대로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가져가도 안보상 위협이 크지 않다는 점, 구글지도 한국어 서비스가 개선될 경우 얻을 수 있는 효과 등을 강조하고 있다.

양측 공방은 8일 오후 새누리당 이우현 국회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민홍철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하고 공간정보산업협회 주관으로 열린 '공간정보 국외반출 정책토론회'에서도 후끈 달아올랐다. 이번 토론회에선 구글 본사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 네이버 윤영찬 부사장 등이 직접 나와 날선 토론을 벌였다.

8일 국회의원회관서 열린 구글 공간정보 국외 반출 관련 정책 토론회

구글 "안보 위협 없고, 국내 IT기업 글로벌 진출도 생각해야"

구글은 2005년에 인터넷 지도 서비스를 출시하고 200개 국가 및 지역에서 74개의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199개 국가에서 자동차 길 찾기가 제공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고급 기능들이 다수 빠져 있다.

권범준 매니저는 “한국에선 자동차 길 찾기나 도보 길 찾기, 음식점 검색이나 예약 등 구글 마이비즈니스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다”며 “지도 데이터 반출 불가로 인해 이러한 기능이 제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약한 국내 서비스 개선을 위해 구글은 지도 데이터 반출 시도에 나선 것이다.

구글이 국내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하려면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연구 목적으로 일부 지역 지도 반출을 신청한 것을 승인한 사례는 있었지만, 구글처럼 상업적 목적으로 전국 지도 반출을 허가한 경우는 없다. 구글은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허가에 따른 경제 및 혁신 유발 효과를 강조한다.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들도 쉽게 길찾기 기능과 내비게이션 기능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구글 지도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8일 국회의원회관서 열린 구글 공간정보 국외 반출 관련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는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

권범준 매니저는 "공개된 구글 지도 API를 활용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서비스가 출시되고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한국에선 그렇지 못한 상태라며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지도 반출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모바일 시대에 위치 정보와 지도 서비스를 결합한 서비스는 혁신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며 "역량 있는 IT기업들이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려면 한국 안보상 민감한 데이터가 노출되는 것은 막아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글이 반출한 국내 지도 데이터와 구글 위성 사진을 결합하면 주요 시설들에 대한 안보 위협이 커질 수도 있다는게 정부 논리다. 이에 정부는 주요 안보 시설이 위상 사진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이른바 '블러'(blurred) 조치를 취하면 반출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자세로 나왔고 구글은 이에 대해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일각에서 요구하는 대로 서버를 둔다고 해서 해결되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도 부각했다.

권범준 매니저는 이날 토론회에서 “지도 데이터는 측량협회 심사를 통해 보안성에 문제가 없고 안보시설도 포함하지 않는다. 타사 인터넷 지도 서비스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미 여러 서비스 업체에서 위성사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구글이 아니더라도 지도 및 위성 사진 데이터 결합은 가능하다는 얘기다.

권범준 매니저는 한국에 서버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구글은 데이터 보안성과 서비스 효율성 및 안정성을 위해 해당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구글이 한국 지도서비스를 제공 하기 위해서는 지도데이터 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글도 국내법 준수하며 서비스 제공해야"

구글 측 주장에 토론회에선 반론이 쏟아졌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 구글이 지도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는데, 스타트업을 구글에 종속시키겠다는 의미가 아닌가"라며 "안보논리를 넘어서, 대한민국 자산을 위해서도 지도 반출을 허락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도 강하게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서버만 한국에 두면 해결될 문제인데, 구글이 못하겠다는 걸 이해하기 힘들다는게 그의 입장이다.

윤 부사장은 "국내 산업에 어떤 기여를 했길래 지도를 반출시켜달라고 당연하게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구글이 지도 반출 불허로 인해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진출을 못하는 것처럼 왜곡해서 말하는데, 이 부분은 지적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관광객을 위해 지도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윤 부사장은 "외국인 관광객도 중요하지만, 구글 지도 서비스로 인해 불편함을 겪을 외국인이 많진 않다고 생각한다"며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네이버도 다국어 지도 검색 서비스나 통번역 서비스, 외국인을 위한 예약 서비스 등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역차별 받지 않고 구글하고 자유롭게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선 출발선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구글이 한국에 서버를 둘 수 없다고 나오는 것과 관련해 조세를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서버를 한국에 두면 고정 사업장을 둔 것으로 간주돼 국내 법대로 법인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한경대학교 박병욱 교수는 이번 토론회에서 "구글이 서버를 한국에 두지 않는 것은 조세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선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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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한국관광공사 전략 팀장은 국내에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위해서 구글 지도 반출을 허가해야 한다고 말했고,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지도 반출을 안보논리에 연결시켜서는 국내 ICT 산업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으며, 구글에 지도 반출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도 데이터 하나로 국가 안보가 무너지지 않으며, 이번 이슈에 세금 문제도 연관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12일 회의를 열고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을 허용할지 말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정부는오는 8월25일까지는 이번 이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