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어헤드의 주말편지 #6 - 스타트업 폐업과 보증기관 채무
2017년 5월 경 어떤 스타트업 투자기관 대표에게서 들었던 말입니다. 창조경제를 정부가 부르짖으면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금융위원회 산하의 보증 공공기관들은 스타트업들에 대한 보증을 늘렸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신보·기보의 보증을 통해 은행에서 싼 이자에 대출을 잔뜩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만 가진 일반 스타트업이 초기단계에서 은행의 대출을 받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보통 은행들은 '담보'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신보나 기보를 찾아가면 아주 쉽게 해결됩니다. 이 두 기관의 보증을 받고 연간 3%대 금리로 자금을 꾸어다 쓸 수 있는 거죠. 작게는 1억에서 많게는 10억까지 신보와 기보에서 자금을 빌리는 스타트업들을 주변에서 흔히 봅니다. 옛날에는 스타트업의 대표이사가 회사의 빚에 대해 연대보증도 서야했는데, 작년 4월부터 그것도 사라졌습니다. 회사는 망해도 대표이사는 그 빚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된거죠.
이러다 보니 신보·기보의 보증을 통해 대출을 받은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지난해 4월~10월까지 연대보증 없이 법인에 신규공급된 자금은 5조 7000억원인데요, 이는 전년도 1조 1000억원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난 금액입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 중 창업기업에 공급한 금액은 4조 1000억 원이라고 합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서울경제>에 쓴 칼럼을 통해 "신용보증기금·기술신용보증기금과 지역신보를 합쳐 국가 총보증 규모는 80조원 대에서 90조원 대로 증가했다"며 "그런데 과거 30%에 불과했던 보증기관들의 스타트업 보증 비율이 현재 70%에 육박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지난 한 주동안 스타트업 업계에서 큰 논란이 됐습니다. 정부가 스타트업에 대해 대출과 보증을 늘리는 이유가 실패를 하더라도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전하게끔 하겠다는 취지에서였는데, 그 취지를 깎아먹는 제도가 버젓이 남아있다는 증거사례였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정부는 지난 2018년 4월 회사와 대표이사 사이의 연대보증을 폐지했습니다. 회사가 비록 실패하여 망한다 하더라도 회사의 빚을 개인에게 전가하지 않겠다는 정책이었습니다. 실패를 통해 스타트업 대표들이 재기할 기회를 주려면 이렇게 해야 하겠지요. 되지도 않는 사업을 붙잡고 있느니 빨리 접고 창업자가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길을 찾는 것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나을 겁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연대보증 제도는 없어져서 회사의 빚을 대표이사가 갚을 의무는 없어졌지만, 빚을 다 갚기 전까지는 채무불이행자 명부에 등재돼 사실상 신용불량자로 오랜기간 살아야 한다는 사례가 드러난 겁니다. 결과적으로 신보·기보 대출받고 창업했다가 실패하면 거뜬히 다시 재기할 수 있다고 기대했던 것이 '아니올시다'로 결론난 셈이지요.
하지만 A 스타트업 대표의 사례로 인해 많은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대출을 통한 자금모집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계기가 마련된 것도 사실입니다. 스타트업에 대출을, 그것도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 자금을 저리에 빌려준다는 것은 여러가지 문제들이 따릅니다.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위험한 기업입니다. 따라서 높은 금리에 대출을 해 줘야 당연합니다. 그런데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보증을 서서 금리를 낮춰 둔 것이니 당연히 부실이 생기면 정부 공공기관이 세금으로 떠안아야 합니다. 대출을 받은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문제는 따릅니다. 회사가 망할 경우 어떻게든 이 자금의 일부는 갚아야만 신용불량 상태에서 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에 대출지원을 늘리는 바람에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보증대출을 받기 더 어려워 졌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한쪽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 다른 쪽에 대한 지원은 줄어들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야 기보나 신보같은 보증기관들도 생존할 수 있으니까요. 과연 스타트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대출로 무한정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것일까요. 그리고 스타트업들이 신보와 기보 보증을 통해 은행대출을 받는 것은 바람직한 것일까요. [미라클 어헤드 신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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