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배달음식…국내 첫 구독형 공유주방 문 연다

먼슬리키친 역삼점 모습. 이곳에서 1년간 시범사업을 벌였다.(사진=전자신문DB)
먼슬리키친 역삼점 모습. 이곳에서 1년간 시범사업을 벌였다.(사진=전자신문DB)

국내 첫 구독형 공유주방이 문을 연다. 이를 신호탄으로 올해에만 공유주방 30여곳이 등장을 예고했다. 배달음식 시장 성장에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먼슬리키친이 강남구 논현동 경복아파트 사거리에 60평 규모 공유주방을 차렸다. 오는 16일 음식점 8곳이 입주, 손님 맞을 채비에 돌입한다. 정식 개소일은 이달 말이다. 국내 최초 구독형 공유주방이다. 배달 중개·대행 애플리케이션(앱) 등록 및 운영, 마케팅, 식자재 구매·관리, 회계 처리와 같은 외식사업 주요 업무를 대신해주는 플랫폼이다. 입주 음식점은 요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일할 공간만 빌려주는 기존 공유주방과는 구분된다.

공유주방 음식은 주로 배달 중개·대행 앱을 통해 팔린다. 배달 중개는 배달의민족, 대행은 바로고가 맡았다. 배달 편의를 위해 업체 모두 건물 1층에 입주한다. 배달음식에 최적화된 조리 과정을 통해 퀄리티 높은 음식 맛을 경험할 수 있다고 먼슬리키친 관계자는 설명했다.

오프라인 판매도 가능하다. 40명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는 레스토랑을 갖췄다. 무인 키오스크로 주문, 음식을 픽업해 가거나 현장에서 먹을 수 있다. 메뉴는 다양하다. 이탈리안 셰프와 콜라보로 탄생한 연어덮밥을 비롯해 일식, 분식·중국식 안주류, 돈가스 등이 포함됐다.

먼슬리키친은 보증금 800만원에 매달 180만원을 받는다. 배달과 영업지원 서비스가 포함된 가격이다. 6·12·24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는다. 전체 입점 업체 예상 월 매출은 2억4000만원이다.

이재석 먼슬리키친 본부장은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고객 피드백을 실시간 반영하겠다”며 “공유주방은 기존 배달 앱 시장보다 더 빠른 속도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먼슬리키친을 신호탄으로 올해 중 30여곳이 넘는 공유주방이 앞다퉈 설립된다. 대부분 강남권에 집중될 예정이다. 심플키친만 10여곳을 추가로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쿡은 내달부터 4개 지점을 차례로 개소한다. 압구정역과 강남역 주변을 낙점했다.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도 내달 클라우드 키친을 선보인다.

식품 제조형 공유주방 위쿡 사직점 내부.(사진=위쿡 제공)
식품 제조형 공유주방 위쿡 사직점 내부.(사진=위쿡 제공)

공유주방 형태도 다채로워진다. 위쿡이 주도한다. 위쿡은 2015년 말 국내 최초로 식품 제조형 공유주방 사업을 시작했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배달 중심 공유주방과는 다르다. 식품을 제조, 온·오프라인 유통에 나서도록 주방을 빌려는 모델이다.

최근에는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 공유주방 음식의 기업 간 거래(B2B) 판매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현재는 소비자에게 음식을 직접 판매하는 것만 허용된다. 위쿡은 식품 제조형 외에도 배달형, 식당형 공유주방 사업도 추진 중이다.

시장조사 기업 더엔피디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소비자 64%가 전화로 외식배달을 주문했다. 모바일 플랫폼이 27%, 웹이 9%로 뒤를 이었다. 2020년이 되면 모바일 플랫폼 비중이 52%로 급등, 전화(40%) 주문을 추월한다.

김기웅 위쿡 대표는 “온라인 기반 소비자 구매 패턴 변화에 맞춰 지역 단위 소규모 생산·물류허브에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를 붙이는 형태가 메가트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며 “식음료 분야에선 공유주방이 이 같은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한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