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vs 카카오, 이번엔 B2B서 붙는다

오대석 2019. 4. 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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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플랫폼·금융·업무메신저
스마트홈 시장서 잇단 격돌
김범수 "기업용 서비스서
새 먹거리 찾자" 내부 특명
네이버와 카카오가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디지털 광고와 검색 시장에서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외국계 공세가 강화하는 가운데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AI)·메신저 등 핵심 기술 서비스 생태계 선점에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나서면서 한판 격돌이 불가피해졌다.

16일 네이버에 따르면 독립 조직인 서치앤클로바 컴퍼니인컴퍼니(CIC)는 AI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기업과 협력에 기반한 B2B 사업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 단일한 AI 솔루션을 출시하기보다 개별 기업에 특화된 솔루션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서치앤클로바 CIC는 네이버와 라인이 개발해온 AI 플랫폼 '클로바'를 담당하는 사내 독립 조직이다. 이 조직이 원천기술을 활용해 B2B 사업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네이버는 최근 우리은행, KB금융그룹과 연이어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금융회사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카카오처럼 직접 은행업에 뛰어들기보다는 AI 기술을 바탕으로 금융회사와의 시너지를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자회사 라인을 통해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원천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데이터 처리 기술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미지로 검색하는 '스마트렌즈'와 '쇼핑렌즈', AI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 문자인식(OCR) 등 비전 분야 기술은 은행 업무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서류를 자동화하는 데 접목 가능하다.

클로바 스피커 등에 적용된 음성인식 기반 챗봇 기술은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 향후 금융뿐 아니라 교육, 방송,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기술 제공을 확대할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서치앤클로바 CIC는 지금까지 내부 서비스 기술 적용에 주력하고 외부 사업자에게 제공하지는 않았다"며 "파트너 기업과 해당 산업군에 최적화된 기술로 최종적으로 사용자에게 유익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B2B 등 다양한 협력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기업용 메신저 겸 협업도구 '라인웍스'와 클라우드 서비스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NCP)' 등으로 B2B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클라우드 자회사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이 제공하는 NCP도 올해 금융과 공공 영역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 다른 자회사 웍스모바일이 개발한 라인웍스는 이미 일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NTT도코모, 노무라증권 등 3만 고객사를 유치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국내 기업용 메신저 시장 진출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카카오가 이미 '아지트'라는 기업용 협업 도구를 제공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업무용으로도 카카오톡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도 최근 AI 플랫폼과 카카오톡 기반 솔루션으로 B2B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해 비즈니스 파트너를 돕는 '톡 비즈 솔루션' 신규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가운데 '카카오싱크'는 카카오톡 이용자가 클릭 한 번만으로 파트너사 회원(고객)으로 가입하게 돕는 서비스다.

'스마트 메시지'는 소수 회원(카카오톡 플러스친구)에게 보낸 다양한 메시지에 대한 반응을 AI가 분석해 가장 반응이 좋은 메시지를 다수 회원에게 발송하는 솔루션이다. 이용자 속성을 인구통계, 관심사 등 기준에 맞춰 자동 분석해 인사이트도 제공해 준다. 앞으로도 기업 고객을 겨냥한 다양한 형태의 톡 비즈 솔루션을 추가할 계획이다.

수년간 매출 성장에도 수익성을 크게 늘리지 못한 카카오는 올해 B2B 역량 강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직접 "올해는 B2B 사업 확대에 신경 써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도 뜨겁다. 카카오는 포스코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에 이어 최근 호반건설과도 손잡고, 이들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에 AI 플랫폼 '카카오 i' 기반 스마트홈 시스템을 빌트인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입주자가 집에서 대화로 조명이나 각종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신형 쏘나타에도 카카오 i 기술이 적용됐다. 네이버는 '스마트 아파트'를 위해 대우건설에 AI, IoT 기술을 공급했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은 지난해 6월부터 도요타자동차와 협력해 신형 자동차와 연동해 음성으로 모니터, 마이크, 스피커 등을 제어하는 애플리케이션 '클로바오토'를 개발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AI 등 기술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기업 고객과 협력을 강화해 왔다. 기존 PC와 모바일에 국한되지 않고 은행·자동차·가정 등 적용 가능한 영역이 늘어나면서 플랫폼 기업에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주요 사업인 디지털 광고 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소비자에게 제공하며 축적한 핵심 기술로 B2B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기업으로 기술 협력이 확대되면 새로운 B2B 사업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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