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기술, 대형 금융사에 속속 공급...4차 금융혁명 '닻 올랐다'

스타트업 기술, 대형 금융사에 속속 공급...4차 금융혁명 '닻 올랐다'

폐쇄 성격의 금융 시장에서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이 개발한 기술이 대형 금융사 서비스로 녹아들고 있다. 국내 금융사가 잇달아 스타트업 기술을 채택, 기존에 없던 금융 IT 융합 서비스를 양산하고 있다.

생태계 주도권 싸움만 하던 핀테크 스타트업과 금융사가 어색한 관계에서 탈피, '4차 금융 혁명' 동반자로 동맹 체제를 구축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영업 및 내부 사용자용 4개 시스템에 센스톤 인증보안 솔루션 '스톤패스'를 적용하기로 했다. 정식 계약은 최근에 체결됐다.

센스톤은 한화 S&C 드림플러스센터가 투자한 보안 솔루션 개발 업체로, 한화생명 드림플러스63 핀테크 센터 입주사다. 스톤패스는 여러 인증 수단을 하나의 알고리즘으로 구현한 '집적 인증' 기술이다. FIDO 생체 인증, 보안 PIN, OTP 기술을 단일 시스템으로 구현해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인증 방식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화손보는 기존의 보험설계사나 내부 직원이 공인인증서로만 인증하던 방식을 다변화,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보안성은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한화드림플러스 1기에 선정된 '레드벨벳벤처스'도 통합보험관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보맵'을 조만간 한화손해보험에 공급한다. 보맵은 인공지능(AI) 보험 설계 시스템으로, 고객 맞춤형 보험을 판매할 수 있다. 한 번의 인증으로 고객이 가입한 보험, 청구, 분석 등 서비스도 제공한다.

스타트업 기술, 대형 금융사에 속속 공급...4차 금융혁명 '닻 올랐다'

KB금융그룹은 직토, 에버온 2곳과 공동 사업을 추진한다.

직토는 유저의 걸음걸이를 분석, 자세 개선 솔루션을 제공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소프트웨어(SW) 개발사다. KB국민카드가 직토와 협업, 건강 데이터와 카드 포인트를 연계한 서비스를 조만간 출시한다.

전기차 카셰어링 1호 기업 에버온은 KB캐피탈과 'KB 차차차' 플랫폼 내에 중고 전기차 매매 섹션을 신설, 전기차 할부금융 서비스를 선보인다.

우리은행도 '위비핀테크 랩' 2기로 선발된 '엠로보(투자정보큐레이션)' '엘핀(위치기반인증)' '턴온(자동이체플랫폼)' 등과 사업 협업에 나섰다.

반대로 대형 금융사가 스타트업에 주요 기술을 제공한 사례도 나왔다.

NH농협은행은 개인간거래(P2P) 금융 자금관리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대거 개방,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유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국내 200여곳에 이르는 P2P금융사는 별도의 연구개발(R&D) 투자 없이 농협 API를 활용, 금융 당국의 P2P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자금 운용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금융 시장에서 대기업과 핀테크 스타트업 간 협업이 실제로 서비스 동맹을 맺는 것에 주목했다.

기존의 전통 금융사는 스타트업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 혁신 효과를 가져오고, 스타트업은 대형 금융사의 네트워크를 확보해 사업 확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엽 국민대 핀테크 경영MBA 주임교수는 “중국을 보면 IT 기업이 빠르게 금융권에 진출해 기존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으며, 국내도 무점포 은행 등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면서 “금융사는 스타트업 육성으로 혁신 기술을 확보해 경쟁우위에 설 수 있으며, 스타트업은 안정된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어 서로에게 시너지가 배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