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위해서..이제 우리 헤어져" 덩치커진 포털 회사쪼개기 붐

조희영 입력 2017. 5. 16. 04:12 수정 2017. 5. 1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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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의사결정 노리고 미래먹거리 '선택과 집중'
네이버 R&D·웹툰 떼내고 카카오 AI조직 별도 설립
"신사업 수익 늦어지자 출구전략 선택" 분석도
국내 대표 IT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신사업 개발을 위한 전략적 '몸집 쪼개기'가 계속되고 있다. 회사 규모와 조직이 점점 커질수록 의사결정 속도가 늦어지는 등 빠르게 변하는 업계 상황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먹거리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네이버는 지난 1월 네이버의 연구개발(R&D) 자회사인 '네이버 랩스'를 분사했다. 네이버의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송창현 대표가 현재 진두지휘하고 있다. 네이버랩스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로보틱스, 자율주행, 3D 기술, 3D 매핑. 차내 인포테인먼트 등 모빌리티 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3차원 공간정보 시스템 개발을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3D 전문 기술기업으로 평가받는 '에피폴라'를 인수하는 등 기술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특히 집중하고 있는 모빌리티 사업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국토교통부에서 부여하는 자율주행차 임시운행을 허가받아 실제 도로상에서 시험이 가능한 수준으로 인정받은 데 이어 3월에는 서울모터쇼에서 자율주행차를 공개했다. 네이버에 앞서 카카오는 여러 신사업 부문을 쪼개 자회사로 운영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넥스트 모바일'이라 꼽히는 AI 연구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 이뤄졌다. 카카오는 AI 연구에 전담하는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했는데,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직접 대표를 맡아 주목을 받았다. 또 기존 카카오 서비스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 카카오 내부에는 독자적인 AI 플랫폼 및 서비스 개발, 전용 AI 스피커 개발을 위한 AI 부문을 따로 꾸리기도 했다. 지난 11일 1분기 실적 발표 때 "올 7월 카카오는 자체 AI 플랫폼인 애플리케이션(앱)을 먼저 선보이고 3분기에 AI 스피커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직접 다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상장을 노리거나 해외 시장 진출 기회도 노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를 위해 이달 1일에는 네이버의 웹툰 사업 부문인 '웹툰&글로벌 CIC(컴퍼니 인 컴퍼니)'를 분사했다. 김준구 네이버 웹툰&웹소설 CIC 대표가 그대로 지휘봉을 잡는다.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월간이용자 수(MAU)가 3500만명으로, 전 세계 27개국에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 870개 정도를 서비스하고 있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웹툰·웹소설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영상, 게임, 공연 등 2차 저작물 투자와 제작까지 확대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진출한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 대만, 일본 등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는 상황이다. 글로벌 콘텐츠 유통의 원활한 루트를 확보하기 위해 분사에 앞서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웹툰엔터테인먼트', 홍콩에 '와통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데 이어 올 2월 중국에 '브로콜리엔터테인먼트'도 새로 설립했다.

지난해 네이버는 자회사 캠프모바일의 동영상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스노우'를 분사시킨 바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홍콩 앱스토어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제2의 라인을 꿈꾸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자사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같은 이름으로 된 자회사로 지난달 독립분사했다. 지 달 중국의 유명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의 운영사 앤트파이낸셜로부터 2억달러(약 2300억원)를 투자받으며 제휴 관계를 맺었고 현재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의 연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네이버보다 한발 앞서 웹툰·웹소설 사업부인 다음웹툰을 카카오로부터 분사해 콘텐츠 비즈니스 자회사인 '포도트리'에 CIC로 흡수시켰다. 포도트리는 2013년 4월부터 카카오와 함께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인 '카카오 페이지' 서비스를 공동 운영해오다 2015년 12월 카카오 자회사로 편입됐다. 카카오 페이지는 지난 2월 누적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업계를 수성하고 있다. 이런 사업의 성장세를 알아본 듯 지난해 12월에는 글로벌 투자회사 앵커에쿼티 파트너스로부터 12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몸집 나누기에 대해 수익성 부족으로 만든 출구 전략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늦어지는 수익화와 재무구조 개선으로 인해 '사업부 분사' 외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자체적인 투자가 어렵다 보니 분사 후 외부 투자를 받아 자금 조달을 하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지분을 유지하고, 나머지는 외부에 매각하는 방식인데 앤트파이낸셜로부터 투자를 받은 카카오페이가 대표적인 예"라고 전했다. 분사 후 무리한 글로벌 시장 진출은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분사한 네이버웹툰은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 단기적인 성과가 미약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조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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