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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리파트너스, 일상 불편함 해소하는 `야생 벤처`에 골라 투자

신현규 기자
입력 : 
2017-05-28 17:27:27
수정 : 
2018-08-09 13: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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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출신 2人 창업경험 살려 투자사 설립
"현장서 출발해야 경쟁력"
◆ #Let's 스타트업 / (35) 플랜트리파트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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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리파트너스는 훈련장에서 길러진 영재가 아니라 야생에서 자라난 야수 같은 스타트업을 찾아다니는 투자회사다.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기획·개발을 해 온 강준열(44)·주환수(44) 두 사람이 설립했다. 생긴 지 1년이 채 안 된 '초짜'지만 매달 1억원씩 엔젤투자 형식으로 창업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지금까지 10곳 정도에 투자를 결정했는데,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현장에서 개발된 아이디어를 사업화한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곳들이다.

'알밤' 같은 스타트업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은퇴하고 맥줏집을 차렸는데 아르바이트생 급여, 수당 등을 챙기다 보니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주변에도 그런 사례가 많았던 모양이다. 요즘에는 지문인식기로 근태 관리를 하는 곳이 많은데, 주방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 중에는 손에 물이 묻어 있거나 궂은일로 지문이 닳은 이들도 많아 오작동이 일쑤였다. 알밤은 '비콘'(저전력 블루투스를 활용한 근거리통신기술)을 활용해 출퇴근 기록을 하고 급여·수당을 자동 계산하는 솔루션을 만들었다. 한 달 사용료가 업소당 1만원인데 현재 8000곳(유·무료 포함) 정도가 쓰고 있다.

수공예를 하는 사람들이 PC를 잘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모든 온라인 쇼핑몰 구성을 모바일로 할 수 있게 만든 스타트업 '아이디어스', 페이스북에 어떤 소개 문구를 올려야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지 10여 개를 실험하며 성과를 내는 스타트업 '지그재그' 등도 비슷한 이유로 투자한 사례다. 강 대표는 "컨설팅 프레임워크나 모범생 관점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접근하는 스타트업은 투자 대상이 아니다"며 "복잡한 현실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부딪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을 원한다"고 했다.

이런 철학은 플랜트리 대표 두 사람 경험에서 비롯됐다.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기획·개발자로 일했던 이들은 훌륭한 기술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력이 사업하는 데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료들 일하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인류학, 심리학, 역사, 철학 등을 공부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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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표는 "학점을 잘 받은 사람들은 틀을 깨는 기획을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스타트업에는 '일을 더 잘하는 것'보다 '없는 일을 찾아서 그것을 해결하는 틀을 깨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그 역시 '틀'을 벗어나고 싶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컨설팅 회사에 다니면서도 항상 '틀 벗어난 벤처'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었다. 2003년 네이버에 들어가자 주변에서 "직원이 500명인 회사에 왜 가느냐"고 말렸다고 한다(그때는 네이버에 들어가면 이런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네이버에서 그는 서비스, 검색 기획을 맡아 100명 단위 대형 프로젝트를 어떻게 운영하는지를 배웠다. 2009년 모바일 검색 프로젝트을 맡아 아이폰을 접하며 또 한번 틀을 깼다. 강 대표는 "하루 50만건이던 모바일 검색이 아이폰 등장 후 최고 800만건까지 급증하는 것을 보며 창업을 결심했다"고 했다. 시대가 모바일로 바뀌고 있음을 직감한 것이다.

실제로 그는 2010년 4월 퇴사해 뜻이 맞는 친구 2명과 함께 '트위폰'이란 검색기술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이후 이를 카카오에 매각했다. 이후 강 대표는 개발자 중심의 카카오 조직에서 서비스 아이디어를 만들기 위해 카카오스토리, 카카오게임즈 등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강 대표는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 대해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뿌리내리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다만 이미 검증된 기존 비즈니스 모델보다 새롭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게 더 희망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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