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대출 3년...어니스트펀드 "4기 분기점 왔다"

인터넷입력 :2017/05/31 08:11

손경호 기자

"저희는 이제 4기를 맞았습니다. 아마도 제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해 여러 핀테크 서비스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인 분야는 P2P대출이다. 투자자에게는 10% 수준의 수익을 돌려주고, 차입자들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대출을 제공해 대출 심사가 까다로운 시중은행이나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대부업체들 사이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 둔 것이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회원사들을 모두 합친 누적 대출액은 8천680억원(4월30일 기준) 규모다.

이런 와중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29일부터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개인 투자자는 1년에 최대 1천만원까지만 한도가 제한되고, P2P대출 플랫폼은 투자자들이 맡긴 투자금을 은행, 상호저축은행, 신탁업자 등 믿을만한 곳에 맡기는 제3자 예치금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사전에 받은 투자금을 우선적으로 심사를 거쳐 대출이 시급한 차입자들에게 분산 투자한 뒤 다시 투자금을 모집하는 선대출 방식도 제한된다. 이 방식은 영국, 미국 등에서는 표준으로 통했다. 투자자와 차입자에게 유연한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어서다. 그러나 국내서는 가이드라인 시행 뒤부터는 3개월 유예기간을 지나면 투자자로부터 모집한 투자금을 바로 차입자들에게 분산투자해야 한다.

P2P대출업계는 그동안 여러 차례 가이드라인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고 주장해왔으나 일단은 안정성이 중요한 사업 특성을 고려해 가이드라인에 맞춰 나가면서 추가적인 대응책을 고심하는 중이다.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는 P2P대출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는 올해를 자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3일 만난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는 자신의 회사가 창업자금 확보는 물론 고객이나 파트너사에게 조차 비즈니스모델을 설명하기 어려웠던 시기를 지나 P2P대출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는 올해를 기점으로 4기 분기점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P2P대출을 둘러싼 내외부 환경이 변하면서 새로운 성장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다.

어니스트펀드는 국내 P2P대출이라는 말 자체도 낯설었던 2015년 2월 설립돼 3년을 넘겼다. 핀테크를 내세운 스타트업들 중에서 초기부터 지금까지 버텨온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 창업 3년 어니스트펀드의 우여곡절, 4시기로 나눠보니…

서 대표는 국내 P2P대출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해 온 어니스트펀드의 우여곡절을 크게 4개 시기로 구분했다.

먼저 설립 초기인 2015년 상반기에는 다른 스타트업들처럼 창업자금을 지원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시장, 고객, 파트너사들도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이해시키기 어려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법인을 세우기 전부터 기존 금융사들의 지지를 받고 싶어 노력을 많이 했는데 반년 넘게 성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좋은 계기가 찾아왔다. 2015년 7월 신한금융그룹이 운영하는 신한퓨처스랩 파트너사로 선정되면서부터다. 신한은행의 사업개발 파트너로 지정되고 협업할 기회가 생기면서 다른 금융사를 만날 때도 도움이 되더라는 것이다.

2기는 본격적인 투자를 받고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던 2015년 하반기다. 서 대표는 "1기 때는 금융사, 파트너사, 투자사 등과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웠다면 이후에는 대출자, 차입자 입장에서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어려운 점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서 대표는 임직원들과 함께 초기에 투자한 고객들을 찾아가 왜 투자를 했는지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놀라웠던 것은 초기 투자자들 중 상당수가 P2P대출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안 하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P2P대출의 기본 흐름. 투자자의 자금이 차입자들에게 분산투자되고, 대신 투자자는 일정 기간이 지나 원금과 함께 이자를 수익으로 얻는다.(자료=어니스트펀드)

그는 "여인숙, 모텔을 운영하는 한 할아버지는 남은 자금은 운용해야하는데 예적금은 1%~2% 수익밖에 안 나오니 9%~10% 수준 수익 낼 수 있는 P2P대출에 투자한 것"이라며 "이상한 코인을 팔더라도 사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춘 투자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수익률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만큼 P2P대출 플랫폼 회사의 윤리의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얼리어답터에 해당하는 초기 투자자들 중에서는 외국서 사업차 출장을 다니다 P2P대출 서비스를 알게 돼 부러웠는데 한국서 나온 것이 반가웠다거나 이메일로 직접 인터넷익스플로러에서 서비스 이용하다가 오류가 나니 고쳐달라는 등 버그리포트를 해주는 고객들도 있었다고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지난해부터는 P2P대출의 가능성을 확인한 많은 경쟁사들이 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 회사에게는 3기에 해당한다. 핀테크지원센터에 관련 분야에 대한 창업문의가 쏟아지는가 하면 서 대표의 지인들에게서도 문의가 올 정도로 P2P대출의 외연이 확장되던 시기다.

이 시기에는 업계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면서 한국P2P금융협회가 결성되기도 했다. 현재 회원사들의 누적 대출금, 대출잔액, 부실율 등 내역을 투명하게 공시하고 있으며 중복대출 문제로 인한 투자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신용평가사에 회원사들의 대출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서 대표는 올해를 P2P업계에 새로운 분기점이 되는 4기로 규정했다. 29일 금융위가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P2P대출이라는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P2P대출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통하는 선대출을 금지한 방안이나 시장자율에 맡겨야 할 투자금 한도를 정부가 제한했다는 등의 이유로 업계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금융서비스인 만큼 일단 가이드라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면서 점진적으로 규제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어니스트펀드는 사용성을 개선하기 위해 공인인증서 없이 투자자자가 투자하고, 차입자가 대출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투자자는 녹취 없이 약관동의를 거쳐 회원가입부터 투자까지 빠르면 2분 내에 완료할 수 있으며, 차입자의 경우 대출계약 관련 녹취를 진행하는 것과 함께 온라인 상에 전자계약서를 띄우고 마우스로 사인하는 등 방식으로 전자서명을 구현해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법적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했다는 설명이다.

헤지펀드 영역 넘본다…온라인 대체 투자 회사 포부

최근 들어 어니스트펀드는 P2P대출의 근간을 이루는 개인신용대출 외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다른 분야에도 눈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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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으로 "온라인 대체 투자 분야에서 최고 회사가 되고 싶다"며 "P2P대출이 이러한 대안적 투자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신용대출 외에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항공기 담보 투자, 해외부동산 투자 등 기존 사모펀드, 헤지펀드에서 하고 있던 영역들을 P2P대출 플랫폼으로 끌어오겠다는 생각이다.

"(개인신용대출 외에) 대출이 필요한 곳에서는 시중은행이 제시하는 금리가 워낙 비싸고, 투자자는 건물주가 아닌 이상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 P2P대출이 이런 대안적 투자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