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甲질'.. 국내 통신사에 전용망 확충 요구

성호철 기자 입력 2017. 5. 21. 21:08 수정 2017. 5. 2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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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용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 앱에 접속해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업체들에 인터넷 전용망을 확충해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해당 통신업체 가입자들이 페이스북의 한국 내 서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차단해 갑질 논란을 빚고 있다. /블룸버그 ([GIJA] 김강한 기자 kimstrong@chosun.com[/GIJA])

미국 인터넷기업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업체들에 자체 부담으로 각사 데이터센터에 페이스북 접속을 위한 인터넷 전용망(網)을 확충할 것을 요구해 왔다.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업체들이 요구를 거절하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초고속인터넷·이동통신 가입자들이 페이스북의 한국 내 서버(대형 컴퓨터)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차단해 갑질 논란까지 빚고 있다. 이로 인해 이 통신업체 이용자들은 홍콩이나 미국 등 해외 서버를 통해 페이스북에 접속해야 해 속도 저하 등 불편을 겪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고위 관계자는 21일 "현재 SK텔레콤 가입자와 SK브로드밴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들은 페이스북을 이용할 때 한국이 아닌 홍콩이나 미국 서버에 접속해야 한다"며 "페이스북이 작년 말 우리 가입자들의 페이스북 국내 서버에 접속 못 하게 막았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도 "페이스북이 지난 2월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의 국내 페이스북 서버 접속을 막은 데 이어 조만간 초고속인터넷 이용자의 접속도 막겠다고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는 약 1800만명이며, 이 중 절반 정도의 국내 서버 접속이 막힌 것으로 추정된다. KT 초고속·이동통신 사용자들만 국내 서버에 접속할 수 있다.

◇페이스북, "망 확충 비용은 통신업체가 부담해야" vs. 통신업체 "사용자가 내야"

페이스북은 2년 전 KT 한 곳과 한국 내 서버 구축 및 전용 통신망 대여 계약을 했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은 서울 목동의 KT데이터센터에 자사 캐시서버(인터넷 사용자 가까이 있는 보조 서버)를 두고 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업체들 가입자들도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페이스북 가입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용량이 큰 동영상 서비스가 대폭 확대되면서 불거졌다.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페이스북 접속과 콘텐츠 보기가 늦어지는 불편을 우려해, 별도 계약을 하지 않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에도 전용망 확충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업체 가입자의 편의를 위한 비용인 만큼 통신업체가 비용을 대야 한다는 입장이다.

페이스북의 요구에 대해 국내 통신업체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통신 당국도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통신망을 헐값에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을 제재하려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업체에 전용망 확충 비용까지 전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연간 수백억원을 들여 전용 통신망을 확충하고 있어 국내 기업 역차별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앞으로 가상현실(VR) 동영상 등 대용량 콘텐츠가 급증하게 되면 통신업체들은 페이스북을 위해 매년 수백억원대의 망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한국 이용자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통신업체들과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유튜브·넷플릭스 등 美 인터넷기업의 '공짜 요구' 이어져

통신업계에서는 "6년 전 통신 3사가 서로 경쟁하느라 미국 유튜브에 인터넷 전용망을 공짜로 내준 게 이번 페이스북 사태를 불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011년 구글의 동영상서비스 유튜브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통신 3사는 앞다퉈 유튜브 측에 한국 내 서버를 사실상 공짜로 설치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통신업체들이 유튜브 콘텐츠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공짜 전용망을 구축해준 셈이다. 이후 유튜브의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했지만 통신 3사는 유튜브에 통신망 사용료 현실화를 요구하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유튜브가 페이스북처럼 서버 접속을 차단하면 이용자들로부터 접속 지연에 대한 거센 항의를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유튜브가 일반 동영상보다 4배나 용량이 많은 초고화질(UHD) 동영상을 내놔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선뜻 따라가지 못한다"면서 "유튜브는 용량이 늘어나도 전용망 사용에 대한 추가 비용이 없지만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데이터양에 따라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페이스북에 밀리면 최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세계 최대 동영상 기업 넷플릭스도 똑같은 요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이 자사의 전송 품질 안정을 위해 서버 구축을 요구하면서 비용 부담을 안 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페이스북·유튜브가 국내에서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리면서 세금 한 푼 안 내고 인터넷 전용망까지 공짜로 쓰겠다는 것은 독점기업의 횡포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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