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스마트멀티카드, 글로벌 소비자 통했다… 미국 인디고고서 1700% 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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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릴리언츠(대표 배재훈)가 개발한 스마트멀티카드 '퓨즈(Fuze)'가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인디고고'에서 캠페인 시작 10일만에 88만달러를 모집했다. 목표금액 대비 1700% 초과 달성이다. 퓨즈는 카드 한 장에 수십개 이종 카드를 담아 사용하는 스마트카드다.

비슷한 콘셉트로 먼저 펀딩을 시작한 플라스틱(Plastc), 코인(Coin) 등이 모두 상용화에 실패한 가운데 기능성을 입증하며 글로벌 소비자 눈도장을 찍었다.

한국시간 4일 오후 1시 기준 퓨즈 카드 인디고고 펀딩 현황.
한국시간 4일 오후 1시 기준 퓨즈 카드 인디고고 펀딩 현황.

퓨즈는 브릴리언츠의 스마트멀티카드 '비페이'의 새로운 글로벌 브랜드다. 지난달 처음 인디고고에 선보였다. 일반 퓨즈카드 1장은 배송비 포함 89달러, EMV칩(IC칩)을 내장한 제품은 129달러다. 22일(미국 기준) 캠페인을 마감한다.

퓨즈는 겉 모습은 기존 신용카드와 같지만 안 쪽은 연성회로기판(FPCB)에 배터리와 각종 전자부품이 빼곡히 들어간 스마트카드다. 크기는 8.56×5.398×0.84㎜(가로×세로×두께)로 일반 카드와 거의 동일하다. 유연성을 지닌 재질을 사용해 일반 카드처럼 어느 정도 구부러져도 고장나거나 부러지지 않는다.

브릴리언츠 '퓨즈 카드'. 겉모습은 일반 신용카드와 거의 똑같지만 각종 카드 30장을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브릴리언츠 '퓨즈 카드'. 겉모습은 일반 신용카드와 거의 똑같지만 각종 카드 30장을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카드를 30장까지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신용카드, 체크카드, 기프트카드, 아이디카드, 멤버십카드 등 모든 카드 종류를 지원한다. 카드 앞면의 전자종이(E-paper) 디스플레이로 활성화된 카드 이름이나 배터리 잔량 등을 볼 수 있다. 우선 마그네틱 결제를 지원하고 EMV칩 기능은 미국 등 주요 글로벌 은행, 카드사와 협의를 마친 후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이어폰 잭에 연결해 사용하는 카드 등록 리더기와 휴대용 배터리 충전기를 함께 제공한다. 카드에는 13밀리암페어(mAh) 배터리를 내장했다. 하루 4~5번 30일까지 충전 없이 사용 가능하다. 손가락 두개 정도 크기의 휴대용 충전기는 40mAh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어 어디서나 사용 가능한 보조배터리 역할도 겸한다.

브릴리언츠 '퓨즈 카드' 내부 부품 구성도.
브릴리언츠 '퓨즈 카드' 내부 부품 구성도.

보안성도 우수하다. 퓨즈를 잃어버리면 스마트폰 앱에서 원격으로 카드 안의 모든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다. 퓨즈를 흘리거나 두고나와 스마트폰과 멀어지면 알림이 울린다. 위치 추적 기능도 있다. 카드 버튼을 이용해 '탭코드'라는 일종의 비밀번호도 설정 가능하다.

회사는 안산 반월공단에 자체 사업장을 갖추고 제품 양산용 생산설비를 구비했다. 지난해 국내 50개, 해외 100개를 시범적으로 한정 판매해 시장 테스트를 거쳤다. 아이디어 수준의 준비단계와 마케팅용 동영상만으로 펀딩을 시작한 플라스틱, 코인과는 달르다. 제품을 완성하고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면서 신뢰를 얻었다.

유사 제품군이 남긴 실패 선례로 캠페인 초기 실용화 가능성을 의심받았다. 하지만 사전에 제품을 경험해본 여러 사용자가 긍정적인 후기와 함께 자발적 홍보와 추가 구매에 나서면서 신뢰를 쌓았다.

다양한 카드를 등록해 현금 출금부터 기프트카드 구매, 비접촉 결제, 아이디 출입카드 등을 퓨즈 카드 한장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카드를 등록해 현금 출금부터 기프트카드 구매, 비접촉 결제, 아이디 출입카드 등을 퓨즈 카드 한장으로 이용할 수 있다.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다니는 문화가 정착된 미국 등에서 수요가 크다. 회사도 우선 미국 시장에 초점을 맞춰 현지 은행, 카드사, 기업 등과 B2B 제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서도 일부 금융권과 도입을 논의 중이다.

배재훈 브릴리언츠 대표는 “아이디어 수준의 유사한 제품 콘셉트는 기존에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소개됐지만 실제 제품 양산까지 성공한 것은 비페이와 퓨즈 카드가 최초”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카드 사용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