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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CEO] 여성·지방대 출신은 핸디캡 아니다…스타트업에서 커리어 쌓아 성공하라

박종훈 기자
박종훈 기자
입력 : 
2017-06-09 04:06:05
수정 : 
2017-06-09 13: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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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man Start-up / 다음 임원 뒤로하고 다시 창업 뛰어든 민윤정 코노랩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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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붐이 일고 있지만 스타트업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주로 이름 있는 대기업에 지원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서 어느 정도 성공했는데 또 다른 스타트업을 만들기는 더 어렵다. 기득권까지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윤정 코노랩스 창업자 겸 대표는 1995년 당시 스타트업이던 '다음'에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는 다음에서 폭발적 성장을 함께하며 임원 자리까지 올랐지만, 2014년 안정적인 자리를 박차고 나와 또다시 스타트업에 뛰어들었다. 코노랩스는 인공지능 기반 일정관리 서비스 '코노'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누구와 언제 미팅을 잡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인공지능이 그걸 이해해 캘린더 일정을 체크하고 상대방과 일정도 조율해 미팅을 잡아준다. 미국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500 스타트업스' 등 해외 유명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선정됐으며, 최근에는 시장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과 싱가포르에서는 대기업을 비롯해 실제 계약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곧 시범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개인은 프리미엄 기능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민 대표는 다시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데 대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 보니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창조적인 분들과 함께 일할 때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열정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스타트업을 보면 정말 배우는 게 많다"며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면 제가 다음에서 그랬듯 자기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모바일 앱 기반으로 출발한 코노를 지난해 봇 기반으로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사람들이 점점 더 새로운 앱을 쓰지 않는 상황에서 앱 기반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원래 즐겨 쓰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딱 끼어 들어갈 수 있는 봇 기반으로 서비스를 변경했다. 봇은 사람의 말을 더 잘 이해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로봇으로, 유연한 인터페이스 확장이 가능하다.

―어떤 커뮤니케이션 채널에서 지원되나. ▷현재 이메일봇 서비스로 지원되고 있다. 누구를 만나고 싶다는 걸 포워딩(전달)이나 참조 기능을 통해 이메일 주소를 갖고 있는 코노에 알리면 된다. 카카오톡, 라인 등 채팅 기반 서비스는 어떤 인터페이스가 제일 좋을지 실험 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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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개발자를 구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다음에서 20여 년 동안 근무하며 쌓은 인맥과 노하우가 도움이 됐나? ▷좋은 사람을 팀으로 만든다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초기에 비즈니스 전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트인이나, 지인 등에게 좋은 분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소개를 받으면 제가 면접자 입장이 아니라 오히려 "저희 회사에서 일해주세요"라며 쫓아 다니기도 했다.

―지난해 빅데이터 스타트업 '오피니언8'을 합병했다. 스타트업이 스타트업을 합병하는 건 흔하지 않은 사례다. ▷저희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오피니언8은 머신러닝(기계학습) 분야까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합병한 회사에서 오신 분들이 연구개발의 주축이다. 또 합병이란 형식이지만 뜻이 맞아 같이하기로 한 측면도 강했다.

―여성이 적은 공대를 나왔다. 또 지방에서 대학을 나왔는데 직장생활, 창업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한림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엔 프리랜서로 프로그래밍과 웹사이트 빌딩하는 일을 했지만, 그 일을 했기 때문에 이후 다음이라는 스타트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지방대에 대한 편견도 있을 수 있고, 어디를 가도 여성이 적다. 하지만 오히려 소수자라는 이유로 한번 더 봐주시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도전할 때 핸디캡이라고만 생각하진 않는다.

―첫 직장생활을 스타트업에서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특히 자신이 핸디캡이 있다고 느끼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전 세계 어느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도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면 제가 다음에서 그랬듯 자기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다음에서 임원까지 됐다. 다시 스타트업에 뛰어든 이유가 무엇인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 보니 제품을 새로 만들거나 제품을 창조하는 분들과 함께 일할 때였다. 무서워서 시도하지 않으면 분명 50, 60대 때도 후회하고 있을 것 같았다. 또 후학 스타트업을 위한 엔젤투자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창업을 안 해보고 투자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스타트업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이유가 무엇인가. ▷저도 사업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제가 받은 만큼 새로 시작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새로운 열정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다른 스타트업들을 보며 저 스스로도 정말 배우는 게 많다.

―여성의 경우 창업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 싶어도 육아 등 문제로 인해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저도 딸이 한 명 있다. 딸이 어렸을 때는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 많이 미안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자신 있게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저와 딸의 삶을 개척해갈 수 있고, 딸도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종훈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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