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신사업 확대..."M&A 안목 없다" 투자자 우려 극복해야
입력 2017.02.15 07:00|수정 2017.02.15 07:00
    '청사진' 그쳤던 비통신 신사업…구체적 투자계획 밝히는 등 의지 밝혀
    SK㈜에서 'M&A통' 박정호 사장 부임해 명확한 신호 주기도
    이전까지의 M&A 실패에 대한 우려 극복은 '과제'
    • SK텔레콤이 비(非)통신 신사업 분야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 단위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인사이동을 단행하며 '청사진 제시'에서 '투자 확대'로 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신 과거 SKT의 신사업 M&A 성과가 부진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기대감이 커진 만큼 좀 더 명확한 방향성 제시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SKT는 올 초 자율주행차ㆍAIㆍ사물인터넷(IoT) 등 6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선정, 육성안을 제시했다. 자회사인 SK플래닛, SK브로드밴드와 올해부터 3년간 총 5조원대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SK㈜(이전 SK C&C), SK하이닉스 등 ICT 계열사들과 시너지 창출 계획도 내놨다. 시장에선 SKT의 통신 관련 단기 투자가 대부분 마무리 된터라 탄탄한 재무여력을 바탕으로 ‘조 단위’ 매물도 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다만 과거 SKT의 신사업 진출 M&A는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신사업에 대한 안목이 없었다’는 투자자들의 부정적 시각이 남아 있다.

      SKT는 지난 2000년대 초부터 해외투자·신사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성과가 없었다. 2005년 미국 이동통신사 ‘힐리오’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철수했다. 2010년 미국 이동통신사 라이트스퀘어드에 약 6000만달러 금액을 투자했지만 회사가 파산했다.

      비통신 분야 신사업 투자도 성과가 부진했다. 헬스케어 진출을 위해 중국 업체 티앤롱, 국내 업체인 나노엔텍의 지분 인수에 나섰지만 지난 3분기까지 여전히 적자 기조다. 2014년에 인수한 음향기기 업체 아이리버와 지난해 SK텔링크에 넘긴 보안회사 NSOK도 본업인 통신과 뚜렷한 시너지를 보이지 못했다. 2014년엔 자회사 SK플래닛을 통해 미국 모바일 커머스 스타트업 ‘숍킥’을 인수했지만 작년 500억원대 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사실상 호황 사이클을 맞아 실적이 좋아진 SK하이닉스 외에 SKT가 신사업으로 진행한 '창의적'인 M&A는 지금까지 다 실패를 기록했다는 게 냉정한 시장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연초 그룹 인사를 통해 지주사 SK㈜를 이끌던 박정호 사장의 SKT 이동으로 부정적 시각에 대한 반전도 예상된다. 박 사장은 과거 2000년 신세기통신, 2012년엔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하는 등 그룹 내 굵직한 M&A를 이끈 경험을 갖췄다. SKT가 M&A를 통한 신사업 개척을 지속한다는 확실한 신호를 줬다는 평가와 함께 그룹 차원의 지원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한 시장 관계자는 "SKT 정도의 규모 회사에서 사업을 이끌어갈 사장을 채 2년여만에 교체했다는 건, 그룹에서 이전과 다른 분명한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국내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중·장기적인 신사업 투자가 가능한 회사라는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3년 임기’가 반복되며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지닌 KT와, 본업인 통신 부문에서 점유율 확대라는 고민을 안고 있는 LG유플러스와 대비해 여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SKT가 미래 먹거리인 IoT 분야에서도 명확한 방향성 제시를 할것이란 기대도 있다.

      자회사 SK플래닛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9년 흑자전환 목표'를 제시하는 등  단기적으로 손실을 감당하더라도 사업 및 투자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 향후 직매입 플랫폼 확대 등 사업 확장 과정에서, SK C&C(자동화 시스템 구축)·SK건설(물류창고 건설)·에스엠코어(공장 자동화) 등 지주사인 SK㈜ 자체사업으로의 시너지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선 수요처가 사실상 전혀 없는 IoT 신사업 특성상 단기간 실적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그룹 차원의 자원을 투입할 인내심이 필요하다"라며 "결국 통신 3사 중 SKT만이 신사업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좀 더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팽팽하다.

      다른 증권사 통신담당 연구원은 "신사업을 주도하는 SK플래닛에 SKT 인력이 이동, 높은 인건비는 그대로인데 어떤 사업모델을 지향하는지 불투명하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며 "지속적으로 시장과 소통해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