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인터넷 전문은행이 문을 열어도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은행의 온라인 지점 수준에 머문다. 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마냥 방치해 둔 채 사업부터 하라니 앞 일이 막막하다”

지난 14일 금융위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은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에선 벌써부터 한숨만 가득하다. 내년 1월 본격적인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설렘이나 기대감보다는 "반쪽짜리 은행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과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가 은행법 개정 지연으로 KT의 증자가 불가능해져 사업추진에 난관에 직면케 됐다. 사실상 내년 1월로 예정된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이 사실상 물거품이 될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 달 말 정식 인가 신청을 할 계획인 카카오뱅크 역시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측은 일단 내년 사업 추진을 밀고 간다지만 향후 전망만큼은 불투명하다는 걱정에 휩싸여 있다.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공백과 국회 공전 등이 그동안 추진해 온 핀테크 혁신 정책 마저도 완전히 멈추게 했다.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을 위한 선결 조건인 ‘은행법 개정안’ 처리는 지난 19대 국회에 이어 이번 20대 국회에서마저도 통과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국회와 산업계 간 간극이 벌어지면서 다른 나라들과 한국간 핀테크 수준 차는 계속 벌어지는 양상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IT(정보기술)를 금융에 접목시켜 혁신적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작년 11월엔 KT 주도의 K뱅크와 카카오의 카카오뱅크를 사업자로 선정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현재 산업자본(기업)의 은행 지분율 보유 한도에 관한 것이다.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10%(의결권 있는 지분은 4%)에서 50%까지 확대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KT·카카오가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규모 투자 할 여건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작, 야당에선 은행과 산업자본을 분리해야 한다는 은산(銀産)분리 원칙을 들면서 "기업이 은행을 소유시 은행 자금을 기업이 불법적으로 유용할 위험이 크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율 58%를 갖고 있다. K뱅크는 우리은행·NH투자증권 등이 10%씩 나눠 갖고 있다. 반면 대주주 역할을 해야 할 카카오는 지분율 10%, KT는 8%에 불과하다.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과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청문회등으로 개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당장 1~2년 뒤 사업 계획은 물론, 자본금 확대를 위한 증자 계획 조차도 잡지 못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3000억원, K뱅크는 2500억원에 불과하다. 대출 고객의 확대, 부실 채권에 대비한 위험 관리 방안으로라도 자본금을 2~3배 이상 늘려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그 발목을 잡고 있다.

K뱅크 관계자는 "향후 2~3년 안에 3000억원 이상 증자는 필수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 역시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인재 채용, 온라인 금융 거래를 위한 보안 솔루션 도입 등 투자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며 "지금 상황이 계속된다면 간단한 입·출금 외에 별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핀테크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꼽히는 ‘소액 외환 송금’ 역시 언제 허용될지도 알 수 없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 인터넷 전문은행·핀테크 전문 스타트업이 외환 송금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상정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 역시 언제 통과될지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는 “우선 국회가 빨리 정상화 돼야 핀테크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라도 진행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작, 미국·중국·일본 등에선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IT기업 주도아래 ‘인터넷 전문은행’이 설립돼 운영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에선 “해외에는 은산분리 규제가 없어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과 영업이 훨씬 자유롭다”고 밝혔다. 실제, 유럽연합(EU)과 중국은 기업의 은행 지분 보유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없다. 일본은 기업이 20% 이상 지분을 확보시 사전 심사 절차만 밟는다. 미국은 연방법으로 기업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25%로 규제하지만, 개별 주(州)에선 주법에 따라 기업이 100% 지분도 보유토록 하고 있다.

미국 GM의 100% 손자(孫子)회사인 인터넷 전문은행 ‘앨리뱅크’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뉴욕·뉴저지주 등 주요 지역에서 인가를 받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은행은 자산이 1000억달러(약 118조원) 이상일 정도로 규모가 크다.

서강대 정유신 교수(경영학)는 “은산분리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는 IT 시대에 전혀 걸맞지 않은 옷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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