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시대 종언' 밝혔던 넷마블 방준혁 의장, 이번엔 '글로벌 원빌드 현지화 시대의 끝' 선언

등록일 2017년01월19일 18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지금은 스타트업으로 몇 사람이 작게 게임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살아남아라! 개복치'처럼 아이디어를 살린 작은 게임이 광고매출로 연결하려는 시도는 굉장히 좋다. 하지만 RPG 정도 큰 게임에 도전하면서 몇 명 친구끼리 모여서 시작을 하기엔 이미 늦었다. 지금은 뭔가 하나 준비하려면 정말 프로들을 많이 모으고 제대로 된 자금을 준비해 시작해야 한다. 2~3억으론 될 수가 없다. 수십억을 투자받아 처음부터 25~30명 정도는 준비해서 스타트가 되어야 한다. 작게 시작하면 프로젝트가 길어진다. 프로젝트가 길어지면 출시 시기는 물론 트렌드를 놓치게 된다"

지난 2015년 7월 열린 2회 NTP 행사에서 넷마블을 이끄는 방준혁 의장이 한 말이다. 방 의장의 발언은 스타트업 시대의 종언 선언으로 받아들여졌고, 이 화제의 발언은 그가 내놓은 '1인 개발 수준의 극히 작은 규모의 아이디어 게임과 대자본, 대규모 개발팀에 의해 만들어지는 대작 게임으로 모바일게임 시장 양극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게임업계 안팎에서 논란이 되었다.

1년 반의 시간이 흐른 지금, 게임업계를 살펴보면 방준혁 의장의 예언대로 중간 규모의 RPG들이 설 자리를 잃고 국내외 대작게임들이 고순위를 독점한 가운데 더 큰 개발규모를 통해 더 높은 퀄리티로 개발된 게임만이 고순위에 뛰어들 수 있는 구조가 고착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아이디어와 창의성보다는 규모가 성공을 뒷받침하는 규모의 경제로 재편된 것이다.

그리고 2017년 1월 18일 열린 3번째 NTP 행사.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세계 어떤 게임사도 기록한 적 없는 단일 모바일게임 월 매출 2000억 시대를 연 넷마블의 방준혁 의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방준혁 의장은 넷마블의 새로운 아젠다로 'RPG의 세계화'를 제시했다. 가장 잘 하는 장르인 RPG로 승부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다른 회사들도 늘 해오던 말이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전혀 다른 기업들이 지향하던 것과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

방 의장이 이번에 내놓은 글로벌 게임시장에 대한 진단은 '원빌드 현지화 개발 시대가 끝났다'는 것이다. 2015년 철저한 현지화로 승부하겠다고 한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지화'로는 이제 가망이 없고 처음부터 현지의 게임, '현지형'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실천해 이미 넷마블은 각 나라에 맞춰 게임을 만들고 있다. 일본 시장만 바라보고 일본에만 출시하기 위한 게임, 중국 시장만 바라보고 중국에 출시하기 위한 게임, 미국, 유럽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만드는 게임을 개발중이며 이 게임들이 한국에서 출시가 될지는 미정이라고 한다.

한국에 선행 출시한 '리니지2 레볼루션' 역시 중국 서비스를 위한 리니지2 레볼루션과 일본 서비스를 위한 리니지 레볼루션은 아예 별개의 팀에서 다른 게임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도 중국도 RPG 시장인데 한국게임이 잘 안 된다. 북미, 유럽은 RPG 시장이 아니라고 포기했다. 그 결과 한국 게임사들은 한국에서 지지고 볶고 싸우고 어쩌다 동남아 한번 나가보는 게 현재 상황이다. 우리 게임이 해외 시장에 가면 불리하다고 하는데 불리하면 판을 바꾸면 된다. 중국형, 일본형 RPG를 만들면 된다. 북미, 유럽에서 RPG가 니치마켓이라면 시장을 개척해 선점 기회를 가져야 한다.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5년 말한 철저한 현지화로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에서 더 나아가 현지의 게임을 만들어 승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에서 서비스해 보고 좀 개선하고 조금 현지화해서 나가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처음 게임을 만들 때부터 작은 한국시장이 아닌 좀 더 큰 빅마켓을 겨냥해서 철저하게 그 나라 게임으로 개발해야 한다"

2016년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규모는 60조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중국, 일본, 미국 등 3대 빅마켓이 차지하는 비중은 72~77% 정도. 3대 빅마켓에서 승부하지 않고는 세계적 게임사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현지화 시대가 끝났다는 건 중소기업, 아니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기업에게도 이제 기회가 없다는 의미이다.

하나의 게임에 수백명의 개발력을 동원해 한국판, 일본판, 중국판, 북미판을 동시에 개발해야 한다는 해법은 맞는 말이라도 해도 실제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게임사는 국내에 많이 잡아도 서너개에 불과할 것이다.

방 의장은 "작은 회사라도 빅마켓 전용 게임을 만드는 것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조언했다. 애초에 한국 시장을 고려하지 말고 처음부터 북미, 일본, 중국 시장만을 위한 게임을 만들어 거기서 승부하라는 말이다. 물론 이 역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것이다.

방 의장의 이번 발언은 모바일게임의 규모의 경제화는 이미 절정에 달했고, PC온라인 시절보다 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할 것이라는 분석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게임 시대가 시작되어 5년 만에 '이미 도전의 시대는 끝났다'는 선언이 나오다니... 빨라도 너무 빠르다. 방 의장의 진단은 설득력이 있지만 조금 슬퍼지기도 한다. 영화 '키즈리턴'의 결말처럼, "우리 이미 끝난 걸까?" 라는 질문에 "바보야, 아직 시작도 안 했어"라고 답하고 싶지만 쉽게 입을 떼기 힘든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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