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서울 종로구 한 대형 빌딩 지하식당가를 지나가다 조금 특이한 광경을 보게 됐다. 평일 점심시간, 대형 오피스빌딩의 지하 아케이드에 입주기업이나 주변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모여든다. 인기있는 식당 옆 마치 백화점 상설전시장처럼 차려진 매대에 여러 명의 젊은 여성들이 모여 명함지갑과 클러치(손에 드는 끈이 없는 가방) 등의 물건을 들여다 보고 지갑을 꺼내 물건값을 치르는 모습이었다. 

▲ 출처=스위트스팟

식당과 식당 사이, 에스컬레이터 아래, 층의 구석 자리, 건물 로비 같이 평소에 비어져 있던 공간에 판매대가 설치되고 상품들이 팔려나간다. 수제 가죽 악세서리 브랜드를 운영하는 K씨가 매장 오픈에 앞서 오피스 유휴 공간에 ‘팝업 스토어((Pop-up Store)’를 연 것은 공간중개 ‘O2O’스타트업 ‘스위트스팟’을 통해서였다.

스위트스팟의 김정수 대표는 이처럼 소매 상인에게 공간을 찾아주고, 죽어있는 공간에 임차인을 '매칭'해 주는 사업을 한다. 이름하여 `공간 중개업`이다.

김 대표는 부동산 금융 업계 출신으로 외국계 기업인 ‘거캐피탈’, ‘CBRE’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는 지난 수년간 프라임급 오피스빌딩들을 무대로 일해왔고 이들 빌딩의 특성, 건물주, 입지 등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스위트스팟 김정수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마치 부동산 직거래 O2O업체인 '직방'처럼 스위트스팟의 웹사이트를 통해 수요자들이 직접 공간을 찾을 수 있게 했어요. 최소 대여일수도 없습니다. 판매, 전시, 런칭 행사 등 하루만도 빌려줘요." 3월초 현재 스위트스팟에 등록된 공간은 82개, 건물로는 65개 건물이다. 

"스위트스팟이라는 회사의 수익모델은 중개수수료입니다. 고정 수수료를 받는 곳도 있고 '매출의 몇 프로' 하는 식의 매출 연동 수수료를 책정해 받는 곳도 있습니다. 매출 연동 수수료를 받는 만큼 업체 홍보나 마케팅도 최대한 도와드리죠." 평균적인 1일 임대료의 경우 3.3㎡당 40만원 수준이다. 

그는 지금의 스위트스팟과 같은 종류의 해외 스타트업인 ‘어피어히어’를 보고 한국에도 도입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단다. 해외의 팝업스토어 중개업체는 해마다 성장세다. 미국이나 영국 업체의 경우 매년 두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다.

▲ 출처=스위트스팟

개업 1년이 갓 넘은 스위트스팟은 매출이 아직은 미미하지만 성장세는 무섭다. 김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매분기 매출이 200~300%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건물 유휴공간을 확보하는 것보다 리테일 판매업체를 유치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서비스를 완비했지만 아직 효용에 대해서는 망설이는 것 같다는 나름의 해석이다. 

이 회사를 통해 평일 낮 오피스빌딩에 진출한 판매업체들 중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둔 회사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역삼역 강남파이낸스센터(GFC)에서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가  5일 동안 2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해 업계의 화제가 됐다. 스위트스팟 창업이후 단일 공간 일매출로도 최대였다. 게다가 건물 외부에서 유입된 손님이 80%에 달했다. 이 외에도 지금까지 글로벌 신발제조업체 '탐스, '레이첼 콕스', 해외 명품 주얼리 '스왈로브스키', 국내 액세서리 브랜드 '제이미앤벨' 등이 스위트스팟을 통해 판매됐다. 

"우리 (스위트스팟)팀은 부동산업계 출신으로 공간을 보는 눈이 있고 또 확보할 능력도 있어요. 사실 팝업스토어의 승패는 지역과는 큰 상관이 없고 유동인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강남은 사람이 모여드는 집객형 공간으로, 강북 도심지역은 주위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김 대표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스위트스팟’은 어디일까. 지역도 좋고 건물도 좋으니 살짝 귀띔해 달라했다. 그는 “공간도 중요하지만 어느 시즌에 하는가. 어떤 컨셉을 가지고 할 것인가. 할인율은 어느 수준으로 갈 것인가등의 고민이 더 우선돼야 합니다."

유동인구는 많지만 집객이 안되는 '노는' 공간에 적합한 ‘툴(도구)’를 제공해 돈이 되는 공간으로 '살려내는' 것이 그의 궁극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