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민의회를 만들어 시민 대표단을 선출하고 제도권에 촛불 민심을 직접 전달하겠다는 한 스타트업의 계획이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수포로 돌아갔다.

주최 측인 정치 스타트업 ‘와글’은 11일 “미숙하게 시민 의회 사이트를 운영해 시민께 걱정을 끼친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는 공지를 올리고 시민의회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와글은 지난 6일 웹사이트를 통해 “촛불광장의 민의를 대표할 시민 대표를 선출하자”고 제안했다. 직접민주주의 형태의 온라인 시민의회를 만들고 여기서 수렴된 의견을 시민 대표단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 특검, 언론에 전달해 압력을 행사하자는 취지였다. 이 제안에는 소설가 김훈과 황석영, 방송인 김제동,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등 각계각층 인사 1141명이 동참했다.

와글은 12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시민 대표 추천을 받고 19일 의회를 설립할 계획이었지만 시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탄핵 이후를 준비한다’는 제목으로 열린 인터넷 공개토론방에는 “촛불민심을 왜곡하지 말라”는 비판글이 줄을 이었다. 한 토론 참여자는 “국민들은 올해 4월 자신의 뜻을 대표할 국회의원을 자신의 손으로 뽑았다”며 “온라인을 통해 선출한 시민 대표가 촛불 민심 모두를 대변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시민대표 선출이 인기투표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자유발언으로 화제가 된 고등학생, 이름이 널리 알려진 대학 교수 등이 후보로 거론됐다”면서 “당사자의 사전 동의나 본인 확인 과정도 없이 미디어를 통해 유명세를 탄 사람이 후보자가 된다는 것부터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구은서/박상용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