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금융당국이 로보어드바이저의 비대면 일임 계약에 대해 사실상 불가 방침을 내렸다. 아직 일임 투자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아 불완전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8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코스콤을 통해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를 비롯해 운용사, 일임업자, 자문업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돌리는 등 거래 형태와 애로사항을 조사했다.

관련 업계에선 비대면 일임 계약 허용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여왔으나 당국은 내년 4월께 테스트베드를 마친 이후에도 비대면 일임은 불허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의 테스트베드 완료 이후에도 비대면 일임 계약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일임에 대한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계약에 앞서 일임 투자와 로보어드바이저를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대면 일임 계약을 허용할 경우 불완전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즉, 일임 운용이란 개념이 아직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로보어드바이저에 비대면 일임을 허용할 경우 일임보다는 '주식 알파고' 같은 이미지 마케팅이 횡행해 투자자 보호가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지난 3월부터 시작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가입형태에 따른 가입자 수를 보면 신탁형은 총 212만9천여명, 일임형은 27만3천여명으로 8배 가까이 차이난다. 그만큼 금융회사에 일임으로 자산을 맡긴다는 개념이 대중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초에 개최된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설명회에서도 "ISA에 비대면을 허용해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 정착 상황을 보고 적용할 것"이라며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되고 시스템 설계가 제대로 이뤄질 경우 비대면 일임 계약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단서를 달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선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을 비롯해 키움증권 등 온라인 기반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판매하려던 회사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로보어드바이저 회사 관계자는 "급격한 성장을 가정한 현재 비용구조로는 스타트업이 데스밸리(death valley)를 견뎌내기 힘들 것"이라며 "전문사들은 수익 성장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채널이 구비된 회사 중에 로보어드바이저 사업을 독자적으로 하는 곳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온라인을 전제로 한 회사들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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