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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기고] 공대 위기, 창업으로 뚫자

입력 : 
2017-01-18 17:48:30
수정 : 
2017-01-18 17: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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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융합된 제4차 산업혁명은 경제·산업 분야의 모든 기존 원칙을 허물고 또 다른 패러다임을 창조한다. 구글·애플·IBM 등 인공지능(AI)을 선도하는 기업은 물론 다국적 제조업 국가들도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을 엮어내 새로운 차원의 산업혁명에 도전하고 있다. 이에 4차 산업혁명은 자율주행 기술에 이어 자동차가 인간과 교감하고 사물인터넷과 연결되는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시대를 만들어 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을 비롯해 BMW, 혼다, 도요타의 인공지능 콘셉트카 '아이'는 생체인식 시스템으로 운전자 표정과 목소리, 혈압 등을 파악해 기술을 넘어 감성 분야로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4차 산업혁명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시장 유연성, 기술 수준, 교육시스템, 사회간접자본, 법적 보호 등 5개 요소로 제4차 산업혁명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국가를 평가한 결과, 한국은 25위를 기록했다. 이는 선진국 대비 취약한 수준이다.

세계 각국의 정부는 앞장서서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짜고 관련 산업 투자에 힘쓰고 있다. 정보기술 기업가 출신의 핀란드 총리는 바이오산업과 스타트업을 통해 15억유로 규모로 창업 펀드를 만들었으며 하루 1만개꼴로 창업이 일어나는 중국은 정부에서 2000억위안을 창업에 투자해 20대 젊은이들이 나서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창업, 사업화 등을 통해 기술 활용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의 재구조화, 공학교육에서도 새로운 체계 변화와 수요를 받아들여 신산업 창출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대학이 보유한 기술의 사회경제적 활용도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2015년 발표한 기술이전·사업화 조사 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전체 정부 연구개발(R&D) 사업화 실적에서 창업을 통한 사업화의 비중이 급속히 감소하여 1.5%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논문이나 특허만 출원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성과를 냈다는 생각과 평가시스템으로는 기술 혁신이나 기술 상용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이 보유한 우수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한 기업이 타 기업보다 월등히 높은 성공률을 가지고 있어 대학 보유기술을 활용한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기존의 다양한 대학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창업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으나, 창업 기회 인식이 낮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편이다. 또한 창업 중에서 고부가가치 창출 영역에 꼽히는 'IT기술창업은'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로 인식되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 공대는 현실 인식과 자기반성을 담은 '참회록'을 통해 연구자들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 창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는 서울대 공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 전반의 문제로 지금부터 문제점을 해결해 미래 공대를 살릴 수 있는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대학 교육이 창업 현장이 되고, 시장 수요가 대학의 연구 현장으로 들어와 사업화 연구개발로 이어지도록 기술창업 선순환 구축이 시급하다. 그러나 현 공대 교육 과정으로는 학생들의 창업정신을 북돋우어 주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대안은 기업 출신, 해외 사업과 벤처 창업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겸무·겸임 교수로 초빙하는 것이다.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실무 경험을 가르침으로써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더불어 기술 발달이 산업과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측면에서 대학에서는 다양한 통찰력을 기를 수 있게 지능정보사회 실현과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핵심기술인 AI, IoT 등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공과대학 교육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박정일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겸임교수·경제위기관리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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