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內 성추행·창업자 막말 악재..우버 '갈짓자 주행'

박건형 기자 입력 2017. 3. 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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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유니콘(기업 가치가 높은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불리는 미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가 휘청이고 있다. 2009년 설립된 우버는 잡기 어려운 택시 대신 저렴한 가격에 함께 차를 타자는 아이디어 하나로 공유 경제의 기틀을 닦았다. 우버의 기업 가치는 약 680억달러(약 78조원)로 GM·혼다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보다 100억달러 이상 높게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보름 사이에 사내 성추행, 경쟁사 기밀 빼돌리기, 창업자인 트래비스 칼라닉 최고경영자(CEO)의 막말 파문, 불법 프로그램 사용 등 악재(惡材)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며 창사 이후 최악의 시련에 직면했다.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우버 앱(응용 프로그램) 지우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성추행·막말 파문 등 악재 잇따라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 시각) “우버가 그레이볼(Greyball)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미국·프랑스·호주·한국 등에서 불법 영업을 해왔다”고 보도했다. 허가를 받지 않은 지역에서 영업하면서 불법 프로그램으로 단속을 피했다는 것이다. 우버는 사용자가 우버 앱에서 목적지를 누르고 요금을 제시한 차량 중에서 하나를 호출하는 식으로 서비스가 이뤄진다. NYT는 “우버는 사용자의 위치와 신용카드 정보, 소셜미디어 아이디 등을 수집해 신원을 식별한 뒤 단속 경찰이라고 판단되면 호출을 취소하도록 했다”면서 “컴퓨터 사기 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버 측은 “이 프로그램은 우버 영업을 방해하려는 경쟁 업자들의 가짜 호출 요청을 거부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우버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잇따른 스캔들로 인해 싸늘하다. 시작은 지난달 19일 우버의 전 직원인 수전 파울러가 자신의 블로그에 ‘2015년 11월부터 작년 12월까지 상관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였다. NYT는 전·현직 우버 직원들과 인터뷰를 갖고 파울러의 사례가 우버에 만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3일에는 구글 계열사인 웨이모가 “우버가 웨이모의 자율 주행 기술을 훔쳤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우버에 지난해 인수된 스타트업 직원들이 구글에서 자율 주행과 관련된 14만건의 기밀 파일을 몰래 빼돌렸고 우버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달 초에는 칼라닉 CEO의 막말 파문까지 불거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칼라닉 CEO는 지난달 5일 미국 휴스턴에서 여성 2명과 우버 서비스를 이용하던 중 운전기사와 설전을 벌였다. 운전기사가 “우버가 서비스 이용료 인하 등 정책을 바꾸면서 피해가 크다”고 항의하자 그는 “헛소리하지 마라”고 대응했는데, 이 장면이 차량 내부 카메라에 고스란히 녹화됐다. 블룸버그는 “칼라닉이 과연 680억달러짜리 기업을 운영할 품성을 갖췄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20만명 이상 우버 앱 삭제

칼라닉 CEO는 성추행 사건과 관련, 독립된 조사위원회 구성을 약속했다. 막말 파문에 대해서는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도움을 받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버 앱을 지우자(#deleteuber)’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이미 20만명 이상이 우버 앱을 스마트폰에서 삭제했다. 외신들은 앱을 삭제하지 않고 우버 사용을 중단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사용자가 최대 40만명은 줄어들었고, 숫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우버의 위기는 2위 업체인 리프트의 기회”라며 “리프트가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프트는 우버보다 저렴한 가격 정책으로 빠르게 사용자를 늘리며 최근 다운로드 수에서 우버를 넘어섰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우버가 30억달러(약 3조47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했다. 시장 확대를 위해 전 세계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과 전기차업체 테슬라까지 차량 공유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사용자 감소는 우버의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타임은 “우버는 소비자들이 돈과 서비스뿐 아니라 브랜드 선호도도 고려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지가 훼손되면 아무리 시장 선두 기업이라도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을 우버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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