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퇴근 용도인지 불분명"
"새 정부 스타트업 키운다더니
좋은 아이디어 사장될까 우려"
"새 정부 스타트업 키운다더니
좋은 아이디어 사장될까 우려"
12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모호한 규제로 인해 서비스 제공에 혼란을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풀러스, 럭시, 티티카카 등 3개 카풀 애플리케이션 업체에 출퇴근 시간을 사용자가 임의 선택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카풀 앱은 출퇴근 시간에 차량 공유를 원하는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사업용이 아닌 자가용 자동차가 돈을 받고 운송(유상운송)을 하면 위법이지만 예외적으로 출퇴근 시간에 승용차를 공유하는 경우 이 같은 서비스가 가능하다.
풀러스의 경우 지난 6월 출시 1주년을 맞아 이용시간을 '평일 오전 6~11시, 오후 5시~새벽 2시'에서 자유로운 시간선택제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일주일 중 5일을 선택해 출근 4시간, 퇴근 4시간으로 사용 가능 시간만 제한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이용자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제시한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 같은 자유로운 시간 선택이 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출퇴근 시간이 법에 명시된 건 아니지만, 시간 선택 운영은 출퇴근 용도인지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풀러스는 이달 중 시간 선택제를 도입할 방침이지만, 국토부에선 이용자뿐 아니라 알선업체도 법을 어기는 것이어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수제 맥주 정기 서비스업체인 벨루가도 지난 8월 국세청의 중심 없는 규제에 결국 서비스를 무기한 중단했다. 벨루가는 지난해부터 간단한 음식과 함께 맥주 4병을 2주에 한 번 정기 배송하는 서비스로 인기를 얻었다. 서비스 출시 당시에는 국세청이 치킨, 족발 배달과 함께 맥주를 즐기는 소비자가 많아 '음식과 함께 배달되는 맥주'를 허용해 이 같은 서비스가 탄생했다. 그러나 1년여 만에 국세청은 '전화로 주문받아 직접 조리한 음식에 주류는 부수하여 배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주류고시 및 주세규정사무처리 개정안을 발표해 맥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에 혼란을 안겼다. 직접 조리한 햄버거 등을 함께 배송했지만 이마저도 불법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세청은 맥주 통신 판매를 허가한 것이 아니기에, '맥주'가 배송 서비스의 주가 되는 서비스는 위법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벨루가 측은 법 테두리 안에서 서비스 개시를 준비하고 있지만, 한 발 내딛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법에 따라 서비스를 구상해도, 정부 측의 해석에 따라 불법 낙인이 찍힐 수 있어 눈치를 보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해외 스타트업들은 훨훨 나는 와중에 국내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은 빛을 잃어가는 안타까운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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