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도 트럼프 리스크…외국인 고용 제동 걸리나

미국 IT(정보기술) 메카인 실리콘밸리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트럼프가 불법 이민과 더불어 외국인 고용까지 규제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대선이 끝난 뒤 실리콘밸리에서는 멕시코 범죄자를 막기 위해 장벽을 세우고 불법 이민자를 추방시키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이 실리콘밸리의 성장 전망까지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업계에서는 트럼프가 불법 이민 단속 불똥이 실리콘밸리의 외국인 고용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는 지난 2월 미국 엔터테인먼트업체 월트디스니에서 미국 IT 기술자들이 해고되고 인도의 단기 이민자들이 이 자리를 메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H-1B' 비자를 통해 외국의 값싼 노동력을 들여오고 있다고 했다. H-1B 비자는 미국 내 미국 기업에 외국인이 취업할 때 발급되는 취업 비자다. 전문기술을 가진 외국인이 이 비자로 미국에서 단기 체류하며 일을 할 수 있다.

클라우드컴퓨팅업체 박스의 아론 레비 CEO(최고경영자)는 "트럼프의 승리는 실리콘밸리 사람들에게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스트레스이자 고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률 측면에서 페이스북과 우버, 구글 등 다양한 실리콘밸리 업체들은 인재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며 "조직에 필요한 인재를 구하는 데 방해를 받으면 혁신과 경쟁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인재 부족 탓에 실리콘밸리 업체들은 매년 8만5000명으로 제한된 H-1B 비자와 미국 대학원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영주권 발급 확대를 요구해왔다. 이들은 대부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고급 인력의 이민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클린턴을 지지했다.


FT는 H-1B 비자 발급 제한이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부추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미트 쿠마르 트리미안 CEO는 "만일 특정 사람을 고용할 수 없거나 실리콘밸리에서 성장을 할 수 없게 된다면 기업들은 결국 중국이나 인도, 멕시코 현지에서 사람을 고용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실리콘밸리의 고용 측면에서 해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가 외국인 스타트업 설립자에 대한 투자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싱크탱크 NFAP에 따르면 약 10억달러(약 1조1670억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미국 스타트업 중 절반가량이 1명 이상의 외국인 설립자를 갖고 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X, 차량공유업체 우버 등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조치를 내릴지는 미지수다. 트럼프는 기술력을 갖춘 이민과 재능 있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브라이언 크룹 CEB 인사 부문 대표는 트럼프가 유세에서 H-1B 비자 발급 중단 등을 거론한 만큼 실리콘밸리에서 외국인 노동자 감소에 대비한 '플랜B'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