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음악 칼럼 읽더니 "외식은 싫어하시죠?" 글 읽고 필자의 성격까지 맞추는 인공지능 '왓슨 PI'

임미진 2017. 9. 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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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SK C&C, 6일 왓슨 한국어 서비스 공개
본지 기자, 사진부 최정동 부장과 단독 체험
한국어 글 읽고 감정 분석하는 '왓슨 PI' 눈길
칼럼 두편 읽고 "편안한 옷과 논픽션 좋아해"
SNS와 연계해 기업 마케팅 도구로 활용될 듯
한국어, 왓슨의 9번째 언어.. 8종 서비스 출시
‘…기계적으로 착착 물려 돌아가는 바흐의 건반 음악은 쾌감을 주고, 애상 짙은 슈베르트의 선율도 아름답다. 그러나 간혹 그런 음악들이 지루하다 싶을 때 베를리오즈를 불러내 와장창 한바탕 푸닥거리를 벌인다. ‘환상교향곡’은 내게 그런 곡이다.’
IBM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이 최정동 중앙일보 사진부 부장의 음악 칼럼을 두편 읽고 내놓은 성격 분석 차트. 감정적(37%)이기보다 지적(96%)이라고 분석했다. [컴퓨터 화면 캡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칼럼의 한 토막이다. 이런 글을 A4 용지 분량으로 두어 장 읽었다면, 당신은 필자에 대해 얼마만큼 짐작할 수 있을까. 클래식을 좋아하니 차분한 성격인가? 베를리오즈를 즐기는 걸 보면 열정적인 편일까?

인공지능은 필자에 대해 훨씬 다양한 답을 내놨다. “모험 영화을 좋아하고 논픽션을 즐겨 읽을 것 같아요. 외식은 안 좋아하고, 물건 살 때 소셜미디어 평가는 신경쓰지 않죠? 옷은 스타일보다 편안함을 따져 사는 편 아닌가요?”

이런 분석에 대해 필자는 “거의 다 맞다”고 답했다. 중앙일보 사진부 최정동 부장이 IBM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의 한국어 서비스를 처음으로 체험한 결과다.

IBM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이 최정동 중앙일보 사진부 부장의 글을 읽고 내놓은 성격 분석 차트. 조만간 이 화면도 한국어로 서비스된다. [컴퓨터 화면 캡처]
‘족집게’ 수준의 분석을 내놓은 건 IBM과 SK C&C가 6일 공개한 왓슨의 8가지 한국어 서비스 중에서도 ‘왓슨 퍼스낼러티 인사이츠(Personality Insightsㆍ성향 분석ㆍ이하 PI)’로 불리는 서비스다. 영어 버전으로는 IBM이 지난해 내놨지만, 한국어 버전의 서비스는 이번에 처음 소개됐다.

왓슨 PI는 글을 읽고 필자가 자주 쓰는 표현이나 단어, 핵심 주장 등을 검토한 뒤, 성격ㆍ가치관을 분석해 내놓는다. 분석에는 사람의 성격을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심리학 모델 빅5(BIG5)를 활용한다.

체험은 서울 여의도의 한국IBM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기자는 왓슨 PI에 최정동 부장이 중앙선데이에 연재한 음악 칼럼을 단 두 편 입력했다. 글자 수로는 4500자, 단어로는 1250 개 남짓한 비교적 짧은 분량이었다.
최정동 중앙일보 부장은 사진 취재를 왔다가 성격 분석을 당했다. IBM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이 읽은 최 부장의 음악 칼럼. 글자 수로 2000자 남짓한 이런 칼럼을 두 편 입력했다. [중앙선데이 홈페이지 캡처]
이 글 두 편을 읽고 왓슨은 필자에 대해 “개방적이고(100%) 사려깊은 편(76%)이면서, 감정 기복은 적고(22%) 공감능력은 떨어진다(7%)”고 분석했다. 또 “소비는 계획을 세워(84%) 실용적으로(73%) 하는 편이며, 쾌락을 추구하거나(34%) 성공에 매달리는 성격은 아니다(11%)”라고 분석했다. 최 부장은 “묘사가 내 성격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이 가능한 건 방대한 양의 글을 읽고 이를 필자의 성격과 비교해보는 공부를 이미 했기 때문이다. IBM 연구팀이 수십만 건의 한국어 글을 왓슨에 입력하며 “이런 글을 쓴 사람은 이런 성격”이라고 가르쳤다는 얘기다. 왓슨은 그 데이터에 기반해 새로운 글을 접할 때 ‘이런 글을 쓴 사람은 아마도 이런 성격일 것’이라고 짐작하게 된다.

최안나 IBM 왓슨 기술영업팀 매니저가 서울 여의도 한국IBM 본사에서 IBM의 인공지능 왓슨의 한국어 글 분석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이런 PI 서비스는 기업의 맞춤형 마케팅에 적극 활용될 수 있다. 소비재 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우리 물건을 살만한 사람을 정확히 골라내느냐”다. 골라내는 실력이 정확할수록 광고 효율과 매출이 올라가게 된다. 최안나 IBM 왓슨 기술영업팀 매니저는 “특정인이 페이스북ㆍ트위터 같은 SNS에 올린 글을 읽고 필자의 성격을 추론하는 일도 가능하다”며 “기업으로서는 인구학적 분석이나 구매 패턴 분석보다 훨씬 강력한 소비자 분석 수단을 확보하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계도 있다.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드러낸 에세이 같은 글은 분석에 용이하지만, 연설문ㆍ기사ㆍ설명문 같이 감정이 배제된 글로는 성향 분석이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흘간 직접 수정했다고 알려진 광복절 경축사를 입력했더니 왓슨은 필자에 대해 “라틴 음악을 좋아할 것 같다”는 다소 엉뚱한 분석을 내놨다. 그 외에 “옷을 살 땐 품질을 많이 따지고, 온라인 광고에 영향을 많이 받을 타입이다. 공포 영화를 싫어하고 신용 카드는 별로 안 쓸 것 같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흘간 수정했다고 알려진 광복절 경축사를 읽고, 왓슨 PI는 "라틴 음악을 좋아할 것 같다"는 다소 엉뚱한 분석을 내놨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중앙포토]
이날 체험에선 PI 외에 한국어 대화 서비스 ‘왓슨 컨버세이션(conversation)’과 한국 관련 이미지 인식을 강화한 ‘왓슨 비쥬얼 레코그니션(Visual Recognitionㆍ이미지 인식)’도 시연해볼 수 있었다. 특히 왓슨 VR은 남산타워 같은 한국의 주요 명소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같은 한국의 유명인을 식별해냈다. IBM 김정연 부장은 “SK C&C와의 협력 덕에 한국어 서비스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한국어가 왓슨의 9번째 언어가 됐다”며 “향후 IBM이 내놓는 왓슨 관련 새 인공지능 서비스는 한국어로도 빠른 시일 내에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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