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웅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 사진=이코노믹리뷰 장혜진 기자

“IT와 기존 산업의 만남은 물류도 피해갈 수 없다” 민정웅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교수가 말했다.

물류 전문 매체 CLO가 16일 ‘로지스틱스 포캐스트 세미나 2017’을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에서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와 CLO가 함께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물류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모든 산업 경계의 붕괴, ‘옴니 채널’

민 교수는 모든 것이 연결된 옴니채널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에 둔감했던 물류 산업의 기존 운영 방식으로는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전했다. 물류 산업이 큰 외부 자극 없이 진화해 왔지만 4차 혁명으로 IT와 만나면서 외부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4차 혁명은 융합과 통합으로 인한 경계 소멸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이야기했다. 경계의 약화는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회의 확대, 새로운 가능성, 혁신, 거대한 변화를 알리는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다. 단단했던 산업의 경계가 마치 기체같이 뭐라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이 됐다며 “예전에는 기업의 생산으로 제품과 서비스가 가치를 창출했다”면서 "지금은 하나의 기업이 아닌 복합적인 것에서 가치가 창출된다"고 말했다.

유통의 본질은 소비자의 욕구에 대한 자극인 인스피레이션(Inspiration), 제품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 선택된 제품의 물리적 공급인 서플라이(Supply)라고 민 교수는 설명했다. 소비자를 자극하는 인스피레이션의 원천이 과거와 다른 곳에서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전에는 기업에서 주도했다면 지금은 인스타그램의 일반인도 고객에게 자극을 유도할 수 있다고 민 교수가 예를 들어 이야기 했다.

유통산업이 본질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증거는 온라인 채널과 오프라인 채널의 격돌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와 쿠팡의 신경전을 예로 들면서 눈에 보이는 피상적 결과는 싸움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채널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단일 채널만 존재했던 싱글 채널 시대에서 온·오프라인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멀티채널 시대를 지나고 있다”면서 “온·오프라인이 하나로 합쳐지는 옴니채널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민 교수는 옴니채널의 대표적 예시로 ‘아마존 고’를 들었다. 옴니채널을 통한 단절 없는 구매 경험 제공이 아마존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설명했다.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출처=CLO

“채널의 플랫폼 화에 대응해 물류의 플랫폼화가 필요하다”

민 교수는 단순히 기술 혁신을 통해 서비스를 좋게 만드는 것 이상의 물류 플랫폼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물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그 서비스를 고객에게 쓰라고 강요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고객에게 맞춰 각각의 성향을 고려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류와 배송에서 플랫폼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이 물류 플랫폼 화를 잘하고 있다며 “배송 옵션만 해도 아마존 프라임, 아마존 프라임 프레시, 아마존 라커, 아마존 플렉스 등 10개 이상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마존이 가진 가장 핵심적인 것은 IT 플랫폼이라며 고객의 욕구가 빅데이터로 저장되어있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는 그냥 많은 정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빅데이터는 양보다는 높은 질을 가진 정보라고 생각한다. 100명에 대한 질 낮은 정보보다 10명에 대한 깊은 정보가 더 중요하다”고 민 교수가 전했다.

아마존에는 데이터 수집을 할 수 있는 백그라운드가 있고 이 위에 비행기·드론 등의 물류적 백그라운드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류적 백그라운드 위에는 물건을 사려는 사람과 파려는 사람이 있다. “그들이 아마존 안에서 활동하게 하는 것이 아마존 플랫폼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민 교수는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물류 산업의 대응으로 체인의 세분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페덱스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물류뿐만 아니라 제조 산업에서도 체인 내 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류 기업들이 운송, 창고 같은 다양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면 거기에 몇 가지 옵션의 메뉴를 임시적으로 붙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플랫폼에 새롭고 임시적인 플랫폼을 필요하면 꼈다가 필요 없으면 빼는 유연한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마지막으로 유통산업의 채널은 양적 증가에서 질적 증가로 가야 하지만 물류산업은 서비스의 질적 증가보다 양적 증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물류 서비스의 깊이 문제가 아니라 고객 선택 옵션의 너비가 중요하다”면서 양적인 풍성함을 가져가는 게 물류 산업에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