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맞지 않는 사람이 CFO를 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재무적 전문성만을 판단기준으로 하면 이런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는 혁신적 사업모델과 창의적 조직문화를 이해하는 사람이 스타트업 CFO의 적임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기업의 재무전문성을 가진 사람이나 회계사라고 해도 좋은 후보자는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을 갖춘 적임자는 아닐 수 있다.

또 다른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맞는 사람이었지만 스타트업의 성장에 따라 자신의 역할과 역량을 발전시키지 못하는 사람은 스타트업 CFO로 성공하지 못한다. 스타트업은 작고 역동적으로 처음 시작하는 기업이지 계속해서 초기단계에 머무르는 것이 목표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 성장단계에 따라 자신의 역량과 역할을 개발하고 재정립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게다가 스타트업 CFO는 자신 뿐만 아니라 기업성장 단계에 따라 CEO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성장에 급급하거나 아예 이러한 개념과 노력이 없는 CFO의 경우는 자신과 기업 모두에게 만족감을 줄 수가 없다. 이는 위험관리의 마지노선이자 책임자로서 스스로 성장의 위험요인이 되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피터 드러커도 신생 벤처기업의 이러한 위험 요인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신생 벤처기업이 성공해 어느 정도의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갑자기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 그 원인은 대개 회사의 규모나 성격이 창업자 한두 사람의 능력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몸은 성장하였는데 입고 있는 옷은 성장하기 전 입었던 옷 그대로이다." 회사가 실제로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면 문제를 해결하기에 이미 늦은 것이다. CEO는 말할 것도 없지만 CFO도 기업을 일으키는 큰일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기업의 성장과정에서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스스로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성장하는 혁신기업을 경험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경험이나 제한적인 경험만 있는 경우가 가장 크다. 제한적인 실무 전문성은 있지만 경영이나 사업전략을 실제로 운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전문성을 어떻게 스타트업에 맞게 특화시키고 전문화해 갈 것인가의 문제는 표면적인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스타트업 기업의 CFO 역할을 해나간다는 것은 임원이자 경영자의 역할을 하고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CEO를 지원하여 사업적 책임을 함께 나누고 감당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에 규모가 작을 때는 이런 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일 수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기업의 특성은 자신들이 만들고 제안한 사업모델과 고객가치가 제품과 서비스로서 시장의 인정을 받을 경우에는 폭발적인 성장곡선을 그리게 된다. 이것은 기업의 전체 영역이 엄청난 속도로 상승하고 역동성이 극도로 활성화되는 상황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CEO와 조직이 현명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몸이 성장하였는데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옷이 맞지 않는다고 불평하거나 자신을 합리화하려고 하면 실패라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스타트업 CEO는 말할 것도 없지만 CFO도 자신이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또한, 경영자나 임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현재 상태나 역할만이 아닌 기업의 성장과 변화 측면에서 자신을 미리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즉 현재의 역할에 충실히 최선을 다하면서 동시에 미래의 역할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에 만족하여 준비를 게을리한다면 필연적으로 기업의 성장에 자신이 걸림돌이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이다. 물리적 걸림돌은 제거하면 되지만, 조직이나 사람의 경우는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Bad money drives out good)'하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항상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스타트업 CFO도 CEO처럼 항시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점검해 나가야 한다. 현재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더 채워야 하는가? 앞으로는 어떨 것인가? 이후에 내 역할은 어떻게 변화하고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위로 올라갈수록 이것이 어렵다. CFO가 CEO의 의향만 살피고 이러한 자기점검에 소홀하기 시작하면 제대로 된 CFO 역할을 할 수 없다. 조직의 다른 사람들은 다 안다. 아마도 자신이 가장 늦게 알게 되거나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미 늦는다. 좋은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명심하라. 항상 자신을 돌아보라.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라.

심규태 ktshim@cfoschool.com 2000년부터 한국CFO스쿨을 통하여 CFO 직무와 역할을 본격적으로 한국에 도입하였으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성공을 위해서는 CEO의 기업가 정신과 제대로 된 CFO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재무적 기업가치창출 경영을 위해서는 유능한 CFO 육성과 CEO 재무리더십 강화를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CFO스쿨 대표이자 부설 스타트업 아카데미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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