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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의 오디오파일] 삼성·네이버가 선택한 외국 오디오기업, 공통점은?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칼럼니스트 | 2016-12-03 09:40 송고 | 2016-12-14 10:11 최종수정
삼성전자가 하만 인터내셔널을 인수한 데 이어 네이버가 드비알레에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하만(Harman)이나 드비알레(Devialet), 일반인들한테는 생소한 브랜드일 수 있지만 오디오파일들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공룡’과 ‘첨단’으로 통하는 대표적인 오디오기업입니다. 그래서 오디오 동호인들 모임이나 인터넷 카페에서는 ‘중고시세가 올라갈까 떨어질까’ 같은 현실논쟁부터, ‘순수 오디오쟁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기업들간 투자행위’라는 거리두기까지 다양한 견해가 오고 갑니다. 
   
필자가 한때 애용했던 마크 레빈슨 파워앰프 No.434. 내부가 너무 궁금해 열어본 것을 직접 그려봤다. © News1
필자가 한때 애용했던 마크 레빈슨 파워앰프 No.434. 내부가 너무 궁금해 열어본 것을 직접 그려봤다. © News1


  
우선 미국의 하만 인터내셔널은 그 산하 오디오 브랜드가 열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많고 하나같이 다 유명합니다. 그중 제일은 역시 ‘로고만 봐도 가슴이 설렌다’는 말을 듣고 있는, 오디오파일들의 영원한 로망 ‘마크 레빈슨’입니다. 필자도 한때 마크 레빈슨의 모노블럭 파워앰프인 No.434를 쓴 적이 있습니다. 대형 우퍼 시스템을 통해 재즈 재생에서는 적수가 없는 ‘JBL’도 특히 일본 유저들 사이에서는 거의 신격화한 하만의 스피커 브랜드죠.

지금은 프로장비에 주력하고 있지만 ‘크라운’은 과거 수많은 앰프 명기들을 쏟아냈고, ‘렉시콘’ 역시 디지털 오디오 프로세싱에서는 전설과도 같은 회사입니다. 헤드폰 브랜드로 친숙한 오스트리아의 ‘AKG’,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오디오를 즐길 수 있는 ‘하만카돈’ 모두 하만 인터내셔널 계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순수한’ 오디오 애호가들 입장에서 하만을 본 것이고, 사실 하만의 주력은 카오디오를 포함한 전자장비(전장) 부문입니다. 벤츠, 폴크스바겐, BMW, 아우디, 토요타 등 셰계적인 자동차 제조사에 부품과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고, 지난해 이 부문 매출이 하만 인터내셔널 전체 매출의 65%인 450억달러를 기록했으니까요.
특히 커넥티드카(Connected Car)와 카오디오 사업은 연매출의 약 6배에 달하는 240억달러의 수주잔고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하만은 자동차 전장업계에서 경쟁력이 있는 회사이고, 삼성은 이에 주목해 우리돈 9조원을 들여 인수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하만은 주역인 ‘커넥티드카’ 사업을 위해 몇년 전부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심포니 텔레카, 자동차 사이버보안 기업인 타워섹 등을 인수했지만, 오디오파일 입장에서 가장 큰 ‘사건’은 지난해 3월 덴마크의 하이엔드 스피커 및 앰프 제작사 B&O(뱅앤올룹슨)의 자동차 전장사업부문을 통째로 인수한 것입니다.

앞서 지난 2008년에는 카오디오 사업영역에 한해 영국의 유명 스피커제작사 B&W(바우어스앤윌킨스)의 브랜드를 쓰기로 라이센스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참고로 B&W는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손자,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아들인 구본웅씨가 세운 벤처캐피털 포메이션그룹이 자회사 에바오토메이션을 통해 지난 2012년 인수했습니다)

프랑스의 드비알레는 처음부터 ‘첨단’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오디오기업입니다. 지난 2007년 오디오 엔지니어 피에르 엠마누엘이 창업한 오디오 스타트업이었는데, 2010년에 내놓은 3.2cm의 초박형 앰프 ‘디 프리미어’는 그야말로 전세계 오디오파일들과 평론가들을 흥분시켰습니다. 얇은 두께도 그렇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예술품 같은 디자인에서 수백W 출력을 너무나 간단히 뽑아냈기 때문입니다.

‘디 프리미어’는 현재 드비알레의 ‘엑스퍼트 프로’ 라인업으로 분류돼 최상위 모델인 ‘1000Pro’의 경우 1000W를 내면서도 왜곡률(THD+N)은 0.00025%에 불과한 ‘괴물앰프’입니다. 물론 45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표가 붙어있지만요.  

‘디 프리미어’ 출시 이후 드비알레에는 2012년부터 많은 투자자들이 몰렸는데, 그 면면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가격과는 상관없이 첨단 기술과 부품을 투입해 오디오의 끝을 보게 해달라”며 이 회사에 투자한 이들이 루이비통모엣헤네시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프랑스 대표 인터넷쇼핑몰 방트 프리베 창업자 자크 앙투안 그랑종, 휴대전화통신사 프리 창업자 자비에르 니엘, 인터넷서비스 미틱 창업자 마크 시몬치니였습니다. 

필자가 지난해 5월 뮌헨오디오쇼에서 찍은 드비알레 ‘팬텀’ 사진.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소리를 들려줬다. © News1
필자가 지난해 5월 뮌헨오디오쇼에서 찍은 드비알레 ‘팬텀’ 사진.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소리를 들려줬다. © News1

    
이런 든든한 지원 아래 드비알레가 지난해 출시한 제품이 바로 올인원 오디오 ‘팬텀’(Phantom)입니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로 디지털 음원을 받아 이를 아날로그 신호로 컨버팅(DAC)하고, 이를 내장 앰프로 증폭해 역시 내장 스피커 유닛들을 통해 소리까지 내준다는 뜻에서 ‘올인원’입니다.

필자는 지난해 5월 독일 뮌헨오디오쇼에 가서 이 ‘팬텀’을 처음 봤는데, 생김새도 UFO를 닮은데다 양 옆에 달린 미드/우퍼가 매우 빠른 속도로 요동치며 내는 엄청난 중저역 사운드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올해 나온 최상위 모델 ‘팬텀 골드’의 경우 순간최고출력이 무려 4500W인데도 왜곡률(THD+N)은 0.0005%, 50㎝ 앞에서 들었을 경우 노이즈는 0dB에 불과한 ‘첨단’ 그 자체입니다.

그러면 삼성과 네이버는 왜 이들을 선택했을까요.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하만이 보유한 전장사업 노하우와 방대한 고객 네트워크에 삼성의 IT와 모바일 기술, 부품사업 역량을 결합해 커넥티드카 분야의 새로운 플랫폼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네이버 송창현 CTO는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스피커는 단순한 음향기기가 아닌 AI와 사람을 연결하는 중심구도로 자리잡을 것이다. 네이버는 AI 시대를 대비하고 있으며 이에 해당 영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드비알레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삼성과 네이버는 ‘오디오’를 각각 자동차와 인공지능에 투입되는 ‘컨버전스’(convergence)의 한 요소로 봤다는 얘기입니다. 컨버전스는 말 그대로 ‘한 점으로 모인다’ ‘하나로 합친다’는 뜻입니다.

이종제품간, 비즈니스 모델간, 산업간 합종되고 연횡된다는 얘기인데, 스마트폰에 카메라, 음악재생, 네비게이션 등이 들어간 것이 대표적인 디지털 컨버전스입니다. ’커넥티드카’는 자동차와 전자장비(오디오를 포함한) 컨버젼스, ‘AI’는 컴퓨터와 기계공학, 오디오, 비디오 컨버전스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사실 오디오 업계 자체도 2,3년 전부터 거대한 컨버전스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습니다. ‘플레이어 따로, 프리앰프 따로, 파워앰프 따로, 스피커 따로’라는 분리형 오디오 시스템은 이미 구태의연해진 느낌이고, 요즘에는 ‘팬텀’ 같은 올인원 오디오나, 무선 네트워크와 오디오의 결합인 ‘네트워크플레이어’가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영국의 루악이라는 제작사는 앰프와 스피커를 아예 고급스러운 목재 가구 안에 집어넣기도 했습니다. ‘분산’을 뜻하는 ‘다이버전스’(divergence)의 시대는 이렇게 막을 내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일부 오디오파일들은 이러한 컨버전스의 물결을 내심 못마땅해하고 있습니다. 음악이 점점 팬시상품화거나 BGM으로 전락한 것처럼, 오디오도 자동차와 인공지능이라는 거대산업에 편입돼 자신만의 설자리를 잃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죠.

음악만을 듣기 위해 정성스럽게 LP/CD를 틀고 앰프 볼륨을 올리고 스피커 위치를 세심하게 조정하는 일련의 ‘성스러운’ 의식이 사라질 것 같다는 두려움이기도 합니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의 컨버전스 논리에 가진 것은 장인정신밖에 없는 공방 수준의 제작사들은 전부 문을 닫을 것이라는 과격한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디오파일들도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무선 시스템과 컴퓨터, 대형 디스플레이,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통해 안전과 오감만족을 동시에 누리고 싶어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중후장대한 분리형 메인 오디오 시스템을 간직한 오디오 마니아들도 대개는 올인원 서브를 운용하며 ‘심플 이즈 베스트’(Simple Is Best)를 만끽하기도 합니다.

만약 첨단 오디오 기능을 흡수한 인공지능이 청취환경에 상관없이 최적의 사운드를 구현해준다면 누구보다도 두 손 들어 환영할 사람들이 바로 오디오파일입니다. 컨버전스는 피하려 해도 들이닥칠 대세인 것 같습니다.

kimkw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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