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여론조사 시대가 저물고 인공지능(AI)의 시대가 올까.

제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 예측에서 여론조사 업체와 AI의 희비가 엇갈렸다. 다수의 여론조사 기관의 예상은 빗나갔지만 인공지능은 트럼프 당선을 족집게처럼 맞췄다. 이를 두고 여론조사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여론조사 연합회’는 이번 대선 예측 실패에 대해 사실상 반성문을 썼다. 미국 여론조사 연합회는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인단 승부에서 승자로 예상된다. 여론조사들이 이번에는 완전히 틀렸다”고 시인했다.

미국 여론조사 연합회는 퓨리서치센터와 마리스트칼리지, 유고브, 서베이몽키 등의 조사기관에 유명 여론전문가들이 구성원으로 소속된 단체다.

미 대선을 하루 앞두고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현지 언론사들의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 조사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율이 47%, 도널드 트럼프는 43%로 집계됐다. CBS와 폭스뉴스, 이코노미스트 역시 클린턴의 지지율이 4%포인트 높았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의 승리 확률을 86%로 점치기도 했다.

반면 AI 예측은 정확했다. 인도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제닉AI’가 2004년 개발한 인공지능 ‘모그IA’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수집된 2000만개의 데이터를 분석해 트럼프 승리를 점쳤다. 모그 IA는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까지 정확히 맞춰 이목을 끌기도 했다.

구글의 검색 키워드 동향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 역시 힐러리 대신 트럼프를 선택했다. 구글 트렌드를 통해 지난 한 달 동안 ‘클린턴’ 및 ‘트럼프’ 키워드의 관심도(특정 기간 검색어의 인기도)를 살펴보면 지난달 28일 전후를 제외하면 트럼프가 클린턴을 꾸준히 앞질렀다. 지난달 28일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에 대한 이메일 스캔들 재조사를 발표했던 날이다.

구글 트렌드는 지난 6월 영국에서 치러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는 전화 여론조사 결과만 믿고 브렉시트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자신했다. 영국 현지 언론들도 여론조사를 근거로 영국이 유럽연합(EU)에 잔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구글 트렌드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에서는 영국의 탈퇴가 유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여론조사 시대가 저물고 그 자리를 AI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NN 방송의 정치담당 기자이자 진행자인 제이크 태퍼는 "여론조사 업계는 폐업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미국 대선에서 여론조사 기관들이 계층별 중요도를 간과한 ‘엉터리’ 조사 결과를 내놨기 때문에 예측이 빗나갔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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