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O2O기업 폐업 급증… 후속투자 유치로 ‘보릿고개’ 넘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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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초기 최소마진 감수하다 수익 악화전 추가 자금유치 못해
법률-세금문제 대응소홀도 발목… 창업자의 사명감-인내도 필수

美 O2O 기업 ‘홈조이’ 홈페이지.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되면서 투자 급감으로 결국 폐업하고 말았다. 홈조이 홈페이지
美 O2O 기업 ‘홈조이’ 홈페이지.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되면서 투자 급감으로 결국 폐업하고 말았다. 홈조이 홈페이지
 전 세계적으로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에 대한 회의론이 심화되고 있다. 각 분야 선두 기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 투자는 줄고, 폐업률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버는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으로 꼽히지만 적자 또한 세계 최대 규모다. 에어비앤비도 창업 이후 아직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청소 분야의 우버’로 불리던 홈조이는 2010년 설립돼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들로부터 6400만 달러가 넘는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홈조이는 지난해 서비스를 종료하고 말았다.

 이 같은 사례가 국내에서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홈조이와 유사한 모델의 ‘홈클’과 카카오택시, T맵택시와 경쟁하던 ‘리모택시’가 올 들어 잇달아 문을 닫았다. 이 가운데 지난해 창업한 홈클은 고객과 가사도우미를 연결하는 서비스로 2016년 3월 기준으로 200여 명의 가사도우미를 확보하고 매주 500여 건의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올 4월 문을 닫았다.

 유망한 O2O 스타트업 기업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수익성 악화와 투자 유치 실패다. 홈클의 창업자는 매니저로 불리는 가사도우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지나치게 낮은 마진에 의존하다 보니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사업 초기에 시장 확대를 위해 최소한의 마진, 심지어는 역마진을 감수하는 게 O2O 비즈니스에서의 일반적인 경영 방식이다 보니 적시에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하지 못할 경우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또 홈클이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카카오의 가사도우미 서비스 진출 때문이었다. 카카오가 진출하는 O2O 분야는 대체로 급속히 투자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부분의 벤처캐피털은 자본을 앞세운 카카오에 스타트업이 어떻게 대항하든 승산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카카오가 신규 사업으로 준비 중인 주차장 예약 서비스, ‘카카오파킹’의 파트너 주차장 모집 안내 문구. 카카오파킹 홈페이지
카카오가 신규 사업으로 준비 중인 주차장 예약 서비스, ‘카카오파킹’의 파트너 주차장 모집 안내 문구. 카카오파킹 홈페이지
 최근 카카오는 가사도우미 서비스인 ‘카카오홈클린’과 관련해 직접 운영 대신에 다른 사업자와의 협력 방식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카카오의 행보에 따라 국내 O2O 시장 환경이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O2O 기업들이 실패하는 주요 이유 두 번째는 법률 및 세금 이슈다. 홈클이 진출했던 가사도우미 분야도 이러한 이슈가 강하게 결합돼 있었다. 예컨대 원칙적으로 법률을 지키려면 가사도우미를 정규직원으로 채용해야 하는데 이는 비용 부담이 클 뿐 아니라 O2O 서비스의 근본 철학에 위배되는 것이기도 했다. O2O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구매자와 판매자를 매개하는 ‘플랫폼’ 사업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창업자의 사명감 및 사업 의지도 주요 요소로 꼽힌다. 다양한 돌발 변수가 잠재된 스타트업의 본질적 힘은 창업자의 사명감과 불굴의 의지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홈클의 창업자는 “가사도우미 업종 자체에 대한 가슴 떨림이나 사명감이 없다 보니 힘든 상황을 버티기 어려웠다”는 취지의 글을 남긴 바 있다.

 홈클을 중심으로 살펴봤지만 이러한 실패 원인이 꼭 이 회사 사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치열한 경쟁에서 결국 살아남는 기업의 성공 원칙으로는 △자금이 떨어지기 전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거나 추가적으로 투자를 유치할 것 △법률 및 세금 문제를 서비스 출시 전에 파악하고 소송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 △창업자 스스로가 사명감을 갖고 어떤 장애 요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헌신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할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 ryu@peopleware.kr
정리=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o2o기업#폐업#online to offline#카카오#홈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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