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 떠나는 배달의민족, 다음 행선지는

이전 계기로 업무 효율성 제고…배달음식 고급화에 전력

인터넷입력 :2017/01/12 16:58    수정: 2017/01/12 17:05

배달의민족이 동심의 나라 '네버랜드'를 떠난다. 다음달 젊음의 열정과 역사가 살아 숨쉬는 잠실 올림픽공원 인근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아이’에서 ‘청년’으로 성장을 꾀한다.

잠실 석촌호수와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를 배경 삼아 일했던 배달의민족이 이제는 서울 88올림픽 도전정신이 깃든 올림픽공원을 배경으로 또 한 번 새 출발하는 셈이다.

2010년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배달의민족은 여러 건물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400여 명의 임직원들을 한 데 모아 업무 효율화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배달의민족, ‘아이’에서 ‘청년’으로

석촌호수로에 위치해 있는 배달의민족. 사무실에서 석촌호수와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가 내려다 보인다.

12일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봉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에 위치한 배달의민족은 이르면 내달 초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인근 신축 건물로 순차 이전한다. 전체 건물 중 15개 정도의 층을 임대해 사용한다.

현재 배달의민족 사무실 콘셉트는 영국 제임스 메튜 배리의 동화 피터팬에 나오는 네버랜드다. 이에 사무공간 이름도 웬디룸, 피터팬의 다락방 등 피터팬 동화가 배경이다. 모험을 이제 막 떠나는 피터팬과 웬디, 팅커벨의 감성을 사무실 곳곳에 녹여낸 것이 특징이다.

네버랜드에서 피터팬처럼 늙지 않고 비상(飛上)해온 배달의민족은 이제 동화 속 세상을 나와 올림픽의 도전 정신이 살아있는, 그러면서도 대중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 받는 올림픽공원 인근으로 사무실을 옮긴다. 스타트업으로 유년기를 보낸 배달의민족이 이제는 청년으로 성장한다는 상징성이 엿보인다.

몽촌토성역 2번 출구 가까이에 위치한 배달의민족 새 사무공간. 대각선으로 올림픽공원 평화의문 광장이 보인다. 내달 초부터 인력들이 순차 이동할 예정이다.(사진=네이버 지도)

새 사무 공간 인테리어 콘셉트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으나 ‘놀이공원-피터팬’이 매칭됐던 것처럼 주변 시설과 특징에 어울리는 ‘스포츠’ 관련 주제가 유력시 되고 있다. 배달의민족 특유의 ‘도전’과 ‘혁신’, ‘키치’ 문화가 이번에도 개성 넘치게 표현될 예정이다. 또 실내 인테리어 곳곳에는 디자이너 출신인 김봉진 대표의 경영과 직원 복지에 대한 철학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공개한 예로는 ▲배면뛰기라는 '역발상'으로 높이뛰기 역사를 새로 쓴 딕 포스베리(Dick Fosbury) ▲육상 단거리에서 최초로 '크라우칭 스타트'를 선보인 토마스 버크(Thomas Burke) ▲기술 중심의 피겨 스케이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소냐 헤니(Sonja Henie) ▲야구에서 최초로 커브볼을 던진 투수 캔디 커밍스(Candy Cummings) 등 '스포츠 혁신가'들이 건물 각 층에 소개된다.

배달의민족이 사무실을 이전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대로 늘어난 인력들을 한 공간에 모아 소속감을 높이고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본사 직원 400여 명이 석촌호수 인근 여러 건물에 나눠 근무했다.

회사는 올해에만 개발인력을 포함해 200여명의 신규 인력들을 채용할 예정이어서 더 넓고 쾌적한 사무 공간이 필요해져 이전을 결정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우아한형제들 류진 홍보실장은 "새 사무실이 올림픽공원 옆이다 보니 스포츠, 과학 분야에서 기존 고정관념을 깨고 혁신적으로 판을 바꾼 선수들을 인테리어 콘셉트를 정했다"며 "구성원들이 스타트업의 정신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창의와 혁신을 위한 영감을 받도록 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 새 기조 “치킨을 넘어서”

배달의민족은 지난 달 기준 월 주문수 1천만 건을 넘었다.

올해 배달의민족은 새로운 고객 확보를 위한 서비스 고도화는 기본, 더 믿을 수 있는 품질 높은 음식을 제공함으로써 배달앱 이용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2017년 사업전략 방향을 ‘치킨을 넘어서’(Beyond Chicken)로 설정했다.

현재 12조~14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배달음식 시장에서 배달앱을 통한 거래 비중은 약 2조~3조원 수준이다.

2010년 설립된 배달의민족은 국내 대표 음식배달 앱으로 성장해 왔다. 2015년에는 수수료 무료화 선언으로 수익화 모델을 성공적으로 전환했으며, 지난달에는 월 주문 수 1천만 건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앱 다운로드 수도 2천500만을 넘었다. 배달의민족 단일 서비스만 놓고 보면 지난해 상반기에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더욱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메뉴를 제안함으로써 기존에 배달음식을 꺼려온 이들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또 '혼밥', '혼술'로 대표되는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발맞춰 새로운 이용자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배달음식 산업의 성장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피터팬이 석촌호수와 놀이공원을 내려다 보고 있다(왼쪽),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현재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배달앱)을 비롯해 ▲배민라이더스(외식배달) ▲배민프레시(반찬집밥 새벽배송) ▲배민쿡(레시피밀키트 정기배송) ▲배민키친(공유경제 개념 접목) ▲배민셰프(레시피 저작권 개념)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종합 '푸드테크' 기업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 배민라이더스, 배민프레시 등 사업 영역의 확장 및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올해 우수 개발인력을 비롯해 전 직무 분야에 걸쳐 200명 이상의 인재를 채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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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100명 이상이 신규 채용됐다. 우아한형제들의 임직원 수는 2010년 창업 당시 5명 수준에서 현재 자회사 포함 600명 수준으로 성장했다.

류진 홍보실장은 "2017년에는 더욱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음식을 고객에게 제안함으로써 배달음식 시장이 '치킨을 넘어서'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성장하는 한 해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최고 수준의 개발인력을 비롯해 여러 직무 분야에 걸쳐 두루 채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