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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규 본엔젤스 파트너 "자신만의 방식으로 승부하라"

신수현 기자
입력 : 
2017-02-07 0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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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규 본엔젤스 파트너
[뉴스&와이]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대표들의 우상으로 꼽히는 장병규 본엔젤스 파트너. 네오위즈 공동 창업가인 그는 '미국에 스티브 잡스가 있다면 한국에는 장병규가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벤처 1세대다.  장병규 파트너는 초고속 인터넷이 전국적으로 보급되기 전이었던 1997년 천리안이나 나우누리, 하이텔 등 PC통신 업체 전화선을 이용해 인터넷을 이용하던 당시 세계 최초로 인터넷 자동접속 프로그램인 '원클릭'을 개발해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1999년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1세대인 채팅서비스 '세이클럽'을 내놓아 이용자를 1600만명까지 확보하는 등 대박을 쳤다. 그는 2005년에 만든 검색엔진 '첫눈'을 2006년 네이버에 350억원에 매각해 쏠쏠한 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2007년 인터넷 게임사 블루홀스튜디오를 창업해 현재도 블루홀스튜디오 최대주주다.

 네오위즈 지분과 첫눈 매각으로 1000억원대 자산가로 올라선 그는 임대사업자 등으로 편히 살 수도 있었지만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제2의 인생을 선택했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잠재력 있는 청년들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창업가들한테 도움을 주는데 이후에는 오히려 이들에게 배웁니다."

 장병규 파트너는 2006년부터 개인회사를 세워 엔젤투자자(창업 초기단계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지원해주는 개인투자자)로 활동해왔다. 그는 수년간 기업 투자에 대한 감각을 익힌 뒤 개인회사를 2010년 4월 본엔젤스로 바꿔 유망 기업 발굴·육성에 전념하고 있다. 본엔젤스는 기업 등이 펀드투자자(LP)로 참여해 조성한 '페이스메이커펀드1호'(220억원)와 '페이스메이커펀드2호'(305억원)도 운영 중이다. 본엔젤스의 투자 금액은 보통 4억~5억원대에 달한다.

 ◆수직적인 오너십 내려 놓고 수평적인 파트너십 체계 구축

 장 파트너는 자신이 설립한 본엔젤스 대표직을 2015년 11월 다른 파트너에게 넘겨주고 현재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경영보다는 발로 뛰어다니면서 기업을 직접 찾아다니고 싶어서다.

 장 파트너는 "오너가 모든 의사 결정권을 쥐고 명령하는 경영체제는 의사결정 속도는 빠르지만 단점도 많다"며 "본엔젤스를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회사로 만들고 직원들이 성과만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회사 경영 시스템을 파트너 체제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본엔젤스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가장 투자받고 싶어 하는 투자회사다. 본엔젤스에서 자금을 지원받으면 '장병규 파트너가 선택한 기업'이라는 명예가 붙어 다른 벤처캐피털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장 파트너는 투자회사를 고를 때 사람과 해당 산업의 본질 파악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그는 "제조업은 사람보다는 토지, 노동, 자본의 생산요소에 의해 좌우되지만, 비제조업은 제조업에 비해 훨씬 더 사람에 의존적이어서 그 팀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의 본질이 다르면 필요로 하는 핵심 역량이 다르기에 창업가와 그 팀이 해당 산업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장 파트너는 투자기업에 추가 투자를 하지 않는 원칙도 고수하고 있다. 본엔젤스가 추가 투자에 나서기 시작하면 엔젤투자자나 벤처투자업계의 생태계에 부정적인 신호(시그널)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보통 벤처캐피털이나 사모펀드는 어느 한 기업에 투자한 뒤 기업 성장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면 추가 투자를 한다. 한 번 투자한 기업이어서 기업 파악이 쉬운 데다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도 비교적 정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파트너는 "본엔젤스가 어떤 기업에 투자했는지 다른 벤처캐피털이나 기업에서 파악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 업체는 본엔젤스가 한 번 투자한 기업에 추가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은 성장 가능성이 낫다고 지레짐작할 것이며, 이는 해당 기업의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투자의 핵심은 신용(크레디트)이며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반면 신용을 잃는 것은 한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신용이 쌓여야 모든 게 순리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본엔젤스가 운용 중인 펀드에는 국민연금이나 우정사업본부 등 기관투자가가 아직 유한책임출자자(LP)로 참여한 적은 없지만 장 파트너는 장기적으로 기관투자가 자금도 지원받아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그래서 더욱 신용관리에 신경을 쓴다.

 투자자로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 중인 장 파트너가 눈여겨보는 국가는 어디일까. 장 파트너는 "국내총생산(GDP)의 성장 여부와 국민의 변화에 대한 열망과 의지, 인터넷 보급률, 정치 안정성 등 크게 네 가지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특히 장 파트너가 최근 관심이 있는 지역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다. 그는 "국내에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네이버, 넥슨, 지마켓 같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회사들이 등장했는데,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는 스마트폰 대중화로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편화되고 있다"며 "이들 국가에도 제2의 네이버, 넥슨, 지마켓 같은 회사들이 생겨날 여지가 있기에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인생 흘러가는 대로~순리대로 살아왔더니 어느 새 지금 이 자리에"

 누구나 인정할 만큼 성공한 장병규 파트너는 1973년생이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자라서 현재 한국에서 고소득자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은 미국 등 선진국으로 유학을 다녀왔지만 그는 해외 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순수 국내파다. 어린 시절 그는 자신이 먼 훗날 순수 국내파로서 대한민국의 IT 산업을 이끄는 중추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어린 시절 꿈이 뭐였느냐는 물음에 장 파트너는 "어렸을 때의 꿈이 뭐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는 "순리대로 살아왔을 뿐이지 어렸을 때 대단한 것을 구상했던 것은 아니다"며 "매 순간 최선을 다 해 살다 보니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 파트너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딱 한 번 중대하게 결정한 게 있는데, 그것은 바로 네오위즈를 나와야 겠다고 결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대구과학고를 진학했던 것도 특목고에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아니라 부모님의 권유가 컸다. 장 파트너는 대구과학고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의 전신인 한국과학기술대(KIT) 전산학과에 입학했다.

 "인생을 계획대로 착착 살아온 게 아니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의 비범함은 대학생 때 이미 돋보였다. 장 파트너는 대학교 3학년 때 친구 2명과 학교 수강신청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학생들은 물론 학교 운영진도 감탄할 만큼 잘 만들었다고 호평을 받으며 학교가 이 시스템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장 파트너는 "지금의 대학들은 어디에서나 수강신청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비해놨지만 당시만 해도 학교를 벗어난 지역에서는 아예 수강신청이 불가능했고, 학교 내에서도 특정 지역에서만 수강신청이 가능해 학생들이 불편해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학생 입장에서 학생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싶어서 학교 내 어느 곳에서나 수강신청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을 하게 된 것도 "반드시 창업을 해야겠다"는 확고한 결심 때문이 아니라 박사과정 전공에 흥미를 크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주머니 가벼운 학생 신분이었기에 그는 처음에 학교 창고에서 개발자 5명과 창업을 준비했다.

 ◆ 창업가 "나 자신으로 살아야 성공"

 한때 세이클럽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필수로 사용하는 국민 SNS였다. 인터넷 상에 아바타를 최초로 제공하면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가 네오위즈를 떠난 후 세이클럽은 '싸이월드' 등 다른 SNS에 밀려났다.

 장 파트너는 "세이클럽을 만들 때만 해도 그 정도로 성공할 줄 몰랐기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 같다"며 "산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면 일시적으로 성공할 수는 있어도, 기업이 하락세로 돌아설 때 방향을 잡지 못해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손대는 것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만들었던 장병규 파트너. 그가 생각하는 창업가가 명심해야 할 사항은 뭘까.

 그는 "창업가들이 나 자신으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는 "성공 공식을 찾는 데 열중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려는 청년 창업가들이 있는데 7~8년 전만 해도 창업가들은 '나만의 스타일'대로 승부수를 던졌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소위 '대박'을 터트린 창업가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성실한 창업가는 성실함으로 승부해야 하고, 욕심이 많은 사람은 승부욕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등 창업가 자신이 스스로 발견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도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국내 모바일·인터넷 환경의 미래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장 파트너는 "국내 모바일 환경에서 혁신돼야 할 부분이 여전히 있지만 시장이 이미 황금기를 지났으며, 인터넷 환경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의 발전에 힘입어 어떤 방식으로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신수현 오피니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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