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반출 불허, 혁신보다 네이버 밥그릇 챙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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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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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국토지리정보원 건물에 전시된 대동여지도. (사진=한준호 기자)


아주경제 한준호·김종호 기자 = 정부가 구글이 신청한 정밀지도의 국외 반출을 안보를 내세워 불허하면서 위치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소프트웨어(SW) 개발자, 관광 서비스 업계 관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이번 결정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지도서비스 업체들의 밥그릇을 챙겨주기 위한 것으로 불허 이유로 내세운 안보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지난 18일 지도 반출을 불허한 이유에 대해 “구글의 위성서비스에서 국가안보시설을 지우거나 저해상도로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도 반출을 불허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구글이 지도를 반출하도록 허용하는 대신, 이 사안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구글의 위성서비스 '구글어스'에 노출된 국가안보시설을 지워달라는 조건을 제시했는데, 구글이 반출을 요청한 지도와 구글의 위성영상이 결합되면 더 큰 안보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SW개발자들은 “웃기는 소리”라며 정부의 주장을 일축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 어스에 나오는 국가안보시설을 구글이 지운다고 해도 한국에서만 보이지 않을 뿐이지 미국에선 다 볼 수 있다”며 “정부가 진정으로 안보를 우려한다면 전 세계의 위성사업자들을 상대로 지워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IT전문가는 “한미연합군이 함께 해마다 진행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에서도 구글어스를 쓰고 있다"며 “안보는 우리 시설을 보이지 않게 하는 것 보다 북한의 안보시설의 정확한 좌표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관련 업계에선 안보를 이유로 지도 반출을 불허한 정부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정부가 지도 반출을 불허한 이유가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지도서비스 업체의 밥그릇을 챙겨주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정부의 이번 결정은 혁신과 소비자을 버리고 경쟁을 꺼리는 이해집단을 우선시한 결과”라며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란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이 혁신에서 뒤쳐지고 예외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정부는 구글의 지도 반출이 국내 지도산업의 혁신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이날 뿌린 자료에도 구글이 지도를 반출하면 위치정보기반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이 창출되고, 국내외 서비스 제공을 통해 지도 수정과 갱신 등 업데이트와 재창출이 일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최 원장은 지도 반출이 불허된 구글의 빈자리를 매꾸기 위해 “정부가 앞으로 정밀지도 인프라를 구축해 공간정보 R&D(연구개발)도 강화할 예정이며 네이버도 다국어 지도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경쟁은 한시가 급한데 어느 세월에 개발에 착수해 서비스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영어권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국의 바이두도 외국을 찾는 중국인들을 위해 해외 지도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네이버는 연간 1600만명 이상의 국민이 해외에 나가는데도 이들을 위한 해외 지도서비스는 고사하고, 국내를 찾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 지도 서비스 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고 충격”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한 SW개발자도 “다른 나라에선 구글 지도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는데, 우리는 구글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지는 네이버나 카카오 지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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