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동여지도 목판본. 출처=위키피디어

스마트폰으로 길 찾는 게 일상인 시대다. 누구나 하나씩은 스마트폰에 지도를 가지고 있다. 이제는 흔한 지도가 조선시대에는 지배계층이 독점했던 귀중품이었다. 지난해 9월 개봉했던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서 조선 후기 지리학자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독점해 권력을 장악하려는 흥선대원군에게 맞선다.

김정호는 목판본으로 지도를 찍어 백성들에게 나눠주고자 했다. 그는 지도 하나에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다고 생각했다고 알려졌다. 당시 일반인들은 잘못된 지도를 가지고 이동하다 목숨을 잃기 일쑤였다.

대동여지도의 축척은 실물의 16만분의 1 크기다.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200여 개 조각으로 나눠 제작한 후 연결해 접었다가 펼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니고 다니게 쉽게 만든 셈이다. 한국 고지도 중 가장 정확하고 내용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지도를 자유롭게 접할 수 없었던 이유는 지도가 국가 통치 기본 자료가 됐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를 위해 지도가 제작되던 시대였다.

현대에는 지도가 왜 중요할까.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라이프 로그(Life log)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라이프 로그란 개인의 일상과 행동 패턴을 데이터로 저장하고 활용하는 걸 말한다. KT 경제연구소는 최근 '빅데이터 라이프로그 구축의 시작:이동 및 체류 패턴의 분석과 활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라이프 로그의 쓰임과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 출처=위키미디어

스마트폰 이용이 보편화되며 개인의 체류 이용정보로 여러 가지 자료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유동인구를 집계하고 시각화해 관광, 상권 등 목적별로 특화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통신사 같은 경우에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개인 명의 LTE 가입자를 대상으로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을 분석해 요금제를 개발한다. 집에 체류하는 시간. 교통수단 이동거리 등 개인의 이동과 체류 패턴을 계량화해 모바일 데이터 사용을 측정할 수 있다.

광고업계에서도 모바일 지도는 블루오션이다. 지도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전망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모바일 지도가 모바일 광고 시장의 새로운 문을 열 것"이라며 "높은 트래픽에도 불구하고 수익 창출이 제한적이라 관심을 받지 못하던 모바일 지도 서비스의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타겟팅 광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용자들의 위치와 행동 패턴을 파악, 분석하는 것이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모바일 광고 다양화로 지도를 활용한 신규 광고 상품이 출시되며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업체들의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보고서는 "위치 기반 광고 시장에 대한 관심 확대로 LBA(Location based Advertisement:위치 기반 광고) 시장이 재평가되고 있다“며 ”글로벌 LBA 시장 규모는 2014년 이후 연평균 50.4% 성장해 2019년 1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지도 데이터에 기반한 LBA는 최근 포털 업체의 성장을 견인한 모바일 쇼핑과 더불어 모바일 광고 시장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위치 기반 광고는 광고주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광고 형태 중 하나다. 과거에는 개인의 경험과 인쇄형 광고에 의존해 매장을 선택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으로 매장 정보를 검색하는 것이 기본적인 생활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지역 광고주들은 모바일 플랫폼에 집행하는 광고의 비중을 늘릴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예상이다.

▲ 출처=플리커

구글, 디지털 지도의 여왕 

디지털 지도하면 떠오르는 기업은 바로 구글이다. 구글지도를 안 써본 사람은 없지만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구글지도는 지난 2005년 처음 출시됐다. 현재 구글지도 월평균 사용자는 10억 명을 넘는다.

구글지도가 국제적으로 제공하는 기능은 3D 지도, 운전경로 안내, 보행자 길, 자전거 길, 대중교통, 실시간 교통정보, 차량 내비게이션, 실내 지도 등이다.

구글은 해외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하며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구글은 새로 업데이트된 구글지도 9.34 베타 버전에서 근처의 빈 주차공간을 찾아주는 기능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구글지도로 장소를 검색할 때 목적지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을 경우 정보를 주는 문구가 화면에 뜨는 방식이다.

또한 구글지도는 최근 특정 장소를 방문할 때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지 여부'를 알려주는 서비스도 신설했다. 구글지도는 메뉴에서 특정 장소 운영 시간, 분위기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휠체어 접근성 정보도 제공하기 시작한 것.

구글은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리오 아카사카(Rio Akasak) 구글 드라이브팀 제품 매니저는 지난 1년여간 5~10명의 지원자들과 함께 구글지도에 접근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진행했다.

아카사카 매니저는 "구글로서는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건 매우 중요하다"며 "휠체어 접근성 정보는 장애인들 뿐 아니라 유모차를 끄는 부모, 지팡이에 의존하는 노약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지도에는 자신이 아는 장소를 공유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지역 가이드' 서비스도 있다.

▲ 출처=구글

한국에서 구글지도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과 미래창조과학부·외교부·통일부·국방부·행정자치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참여한 지도 국외반출협의체의 '정밀지도 반출 불허' 결정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구글지도의 다양한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고 기본 서비스만을 이용할 수 있다. 구글지도 특징인 확정성과 접근성이 제한되는 이유다.

구글 관계자는 “구글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확장성’이다. 누구나 지도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다”며 “지도 API를 스타트업들이 활용하며 파생될 수 있는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다만 현재 한국에서는 정밀 지도 반출이 허락되지 않아 ‘자기 위치 찾기’, ‘교통정보’ 등의 기본 서비스 밖에 안 되는 점이 아쉽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