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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포켓몬 고는 구글 볼모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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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30 21:11:45 수정 : 2017-01-30 2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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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반출 불허 시 ‘포켓몬 고’ 같은 혁신에서 뒤처질 것입니다.”

지난해 8월8일 국회에서 개최된 ‘공간정보 국외반출 정책토론회’에서 구글 본사 지도 담당인 권범준 프로덕트 매니저 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이렇게 말했다. 구글은 지난해 한국 정부가 만든 5000대 1 정밀지도를 해외로 가져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지도 반출의 당위성으로 공공연히 포켓몬 고를 예로 들었다. 


김수미 산업부 차장
증강현실(AR) 게임인 포켓몬 고는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의 구글 지도를 따라 이동하면서 특정 지역에서 출몰하는 포켓몬 캐릭터들을 포획하는 게임이다. 전 세계에서 폭발적 인기를 끈 포켓몬 고는 어쩐 일인지 IT(정보기술) 기업의 ‘테스트마켓’이라 불리는 한국에서는 출시되지 않았다. 한국 정밀지도를 구글의 데이터센터가 있는 해외로 반출할 수 없어서 한국 이용자들이 포켓몬 고 게임을 할 수 없고, 한국 스타트업들 역시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한 포켓몬 고 같은 혁신적인 사업을 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 구글의 주장이었다.

포켓몬 고 신드롬이 확산되면서 구글의 지도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져갔다. 개발사인 나이앤틱(Niantic)의 ‘실수’로 강원도 속초 등 일부 지역에서 포켓몬 고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자 이용자들의 갈망은 더 커졌다. 나이앤틱은 구글의 사내 벤처로 출발해 독립한 회사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결국 정부가 지도 반출을 불허하자 나이앤틱은 일부 언론에 포켓몬 고의 한국 출시 가능성을 흘리기 시작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공교롭다. 실수와 우연이 겹치니 고도의 계산된 전략이 아니었나 의구심이 들 정도다.

게다가 글로벌 출시 7개월여 만에 한국에 상륙한 포켓몬 고는 구글 지도가 아닌 비영리재단인 오픈스트리트맵 기반이다. 구글 지도 반출 여부와 상관없이 진작에 한국에 서비스할 수 있었던 셈이다. 나이앤틱은 “한국어 지원을 준비하느라 늦었다”고 해명했지만 수개월이 걸린 만큼 번역할 것이 많지도, 어렵지도 않은 게임이다. 6개월이나 걸려 만든 수준의 번역이 아니라는 것이 이용자들의 평가다.

이쯤 되면 구글이 지도 반출을 위한 여론 조성을 위해 포켓몬 고를 볼모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속초에 출몰한 포켓몬 고는 ‘미끼’였을지도 모른다.

뒤늦게 한국에 상륙한 포켓몬 고는 ‘한물갔다’는 말이 무색하게 강추위 속에서도 하루 500만명이 사용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포켓몬 고가 잘되는 것은 배 아플 일이 아니다. 포켓몬 고의 흥행으로 벌써부터 관련 IT 업체들의 주가가 들썩이고, 속초 관광산업과 상권이 살아났듯 다른 연관 산업들도 활성화될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해 창조경제 자체가 위축된 IT 업계와 지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침체된 내수시장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포켓몬 고로 인한 경제 효과를 일컬어 ‘포케코노미’(Pokemon Go+Economy)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김수미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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