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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깜짝 5조 투자에도 진정성 의심되는 까닭은?

박정호 SKT사장 부임 후 그룹 오너 지배력 강화 'SKT 인적분할설'까지

황이화 기자 | hih@newsprime.co.kr | 2017.01.13 11:46:08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2일 SK텔레콤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SK텔레콤

[프라임경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특검 소환 조사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SK그룹 등 대기업들이 소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일부는 최근 SK텔레콤이 발표한 총 11조원 투자 계획이 검찰 수사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연막'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SK텔레콤(017670·사장 박정호)은 뉴(New) ICT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5조원, 5G 등 미래형 네트워크에 6조원 등 3년간 총 1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뉴 ICT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신규투자는 인공지능(AI)·자율주행·사물인터넷(IoT) 분야에 집중될 것이며 '생태계'를 강조한 만큼, 사업자·벤처·스타트업·경쟁사에도 협력의 문호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SK플래닛과 함께 이번 투자를 진행하고, SK㈜ C&C·SK하이닉스 등 그룹 내 ICT 관계사와도 역량을 모을 예정이다. 

업체는 계획대로 5조 투자가 이뤄지면, 약 9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6만여명 취업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이라 기대했다.

◆주가 올랐지만 '기존 사업의 연장선' 해석도

SK텔레콤의 최근 3년간 설비투자액(CAPEX)을 보면 2014년 2조1400억원, 2015년 1조8900억원, 2016년 2조1000억원으로 3년간 총 6조원가량을 투자했다. 이번에 5G 등 미래형 네트워크에 투자하겠다는 금액과 비슷한 규모다.

빠르게 변화하는 통시시장에 맞추고, 지난해 할당받은 주파수에 대한 투자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네트워크 투자는 불가피하다.

여기에 뉴 ICT 투자 규모를 더해 밝힌 셈인데, 성장이 정체된 통신시장에서 새로운 시장 창출이 불가피한 사업자로서 당연해 보이는 시도인 데다 투자가 집중될 AI·자율주행·IoT 분야는 박 사장 전임인 장동현 사장 체제부터 준비해온 사업 영역이라 새로울 게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의 연간 CAPEX 합산 금액이 3조원가량인 데다 매년 약 6000억원의 추가 집행이 있을 뿐이며, 이 중 일부도 인수합병 재원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라고 봤다.

물론 '새 비즈니스 의지를 드러냈다'는 측면에서 증권가 반응은 좋았다. 투자 계획 발표 당일, SK텔레콤 주가는 장 초반부터 강세를 기록하다 전날보다 1.11%가량 올라 마감됐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신규 사업에서 구체적인 재무성과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성과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한 관계자도 이번 SK텔레콤이 투자 발표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실제로 얼마나 계획대로 잘 이행하는지, 이에 따른 실적이 어떠한지를 지켜봐야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갑작스런 투자계획 발표…최태원 회장 특검 수사 가능성 염두?

지난달 21일 SK㈜ C&C 사장에서 SK텔레콤 사장으로 이동, 부임한 박정호 사장은 취임 후 약 2주 만인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를 참관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리고 단 3일 후 5조원 규모 뉴 ICT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박 사장은 이번 투자를 놓고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이미 상당히 퍼져나가고 있음을 CES 2017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대내외적으로 경제 여건이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뉴 ICT 생태계 구축을 위한 투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설명했다.

세계 트렌드를 직접 보니 투자 결정을 미룰 수 없었다는 설명인데, 관련 업계에선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투자 성과를 포함한 이번 발표가 다소 갑작스럽단 반응도 있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를 조사 중인 박영수 특검팀이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수사 의지를 보이며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 등 전방위 수사 계획에 착수한 상황에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보여주기식'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SK텔레콤은 간혹 목적에 따른 투자 계획을 미리 밝혀 목표 달성의 기대효과와 당위성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관련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화두로 삼았다.

지난 2015년 12월2일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달성되면 합병법인이 5년 동안 5조원을 미래형 인프라 고도화와 미디어 생태계 육성에 투자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때도 약 7조5000억원의 생산, 4만8000여명의 고용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모았다. 그러나 이후 M&A가 불발하면 투자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고 해 '조건부 생태계 육성'을 내걸었다는 비난도 나왔다.

당시 경쟁사에선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기존 투자액을 단순 합산한 것에 불과해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라며 "SK텔레콤이 주장하는 생산 및 고용 유발 효과는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M&A 전문가 만나 'SK인적분할' 유력시? 비판여론 조성될까 주목

이날 이재용 사장 소환조사를 마친 특검팀은 다음 주부터 SK와 롯데 등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러니 평소 최 회장 '심복'으로 알려진 박정호호(號) SK텔레콤의 계획이 최 회장 수사 방어에 영향을 발휘하려는 것에 그칠 뿐 아니라 오히려 눈 가리고 아웅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게 만드는 모양새다.

1989년 선경에 입사해 현재 SK텔레콤 사장까지 오른 박 사장은 2003년 SK가 헤지펀드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 중일 때 최 회장의 비서실장으로서 경영권 방어에 나서고, 2000년 신세기통신,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 합병을 주도하는 등 'M&A 전문가'로 통한다.

특히 2015년 박 사장이 SK C&C 대표이사로 재임하면서 SK C&C와 SK㈜가 합병했는데, 이로써 최 회장의 보유지분이 7367주 늘어나는 등 오너 지배력이 강화됐다.

당시에도 합병은 최 회장이 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게 하면서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거론됐지만, 일부 주주들은 피해 발생을 우려했다.

특히 국민연금은 "SK㈜와 SK C&C의 합병비율 산정과정이 적법하더라도 경제적, 그리고 장기적으로 연금 수급권자인 국민이 피해를 입는지 봐야 한다"며 "합병결정 시점이나 합병비율 측면에서 SK주주들이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고, 합병시점이 SK주주들에게 가장 불리한 때였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박 사장이 SK텔레콤으로 오면서 증권가에서는 또다시 M&A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가운데 꾸준히 제기돼온 'SK텔레콤 인적분할설'이 M&A 전문가를 만나 더 힘을 얻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 말하는 SK텔레콤 인적분할은 최 회장 지배력 강화 및 배당금 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단이다.

SK텔레콤을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후 투자 부문과 SK㈜를 합병해, 현재 SK텔레콤의 자회사로서 수익이 좋은 SK하이닉스를 SK㈜자회사로 만드는 방식이 유력시된다.

이로써 최 회장은 SK텔레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SK하이닉스가 SK㈜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직접 편입, 여기서도 지배력 강화에 도움 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텔레콤의 인적분할은 정부나 정치권에서의 거부반응이 없고 투자가들이 부정적으로 보지 않으면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정치권도 혼란스럽고 투자가들도 긍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혼란 정국 속 정치권 반발이 크지 않으면 SK텔레콤 인적분할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소비자 접점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SK텔레콤을 인적분할해 통신부문의 이익이 지주사로 넘어가면 소비자 피해가 발생될 가능성도 수반된다.

김 연구원은 "인적분할 시 요금인하 등에 대한 정부 통제가 과거보다 어려워진다"며 "또 지주회사에서 사업을 하면 사업에 대한 이득이 자회사에서 지주회사로 넘어가는 연결고리를 시장에서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최 회장 사면을 거래했다는 의혹이 있는 와중에 SK텔레콤의 상황은 특별히 큰돈을 지출해 박근혜 정권을 지원사격하라는 데 불과하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인적분할설 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이 오너 일가 뒷받침하는 투자 논의에 나서기보다는 그간 쌓은 이윤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낫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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