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카카오-알리페이, 그리고 텐센트...그들은 왜 손잡았나

[해설]카카오-알리페이, 그리고 텐센트...그들은 왜 손잡았나

알리페이가 카카오에 23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한 이유는 명확하다. 라이벌 관계인 텐센트가 2대 주주로 있는 카카오에 손을 내민 건 파격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 결제 시장에 대규모 차이나 머니 공습과 `알리페이 한국 사업`을 구체화하겠다는 전략이 숨어있다.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해왔던 알리페이가 자체 모바일결제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한국 사업을 현지화 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 투자를 기반으로 국내 유저와 접점을 늘리고, 내부적으로는 카카오와 합작법인 형태의 플랫폼 지배력을 높이는 작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시그널은 이미 지난 1월부터 나타났다. 새해 알리페이는 국내 협력사에 합작법인 설립을 공식화했다. 이미 법인 조직과 인력 구성을 마쳤고 당시에도 카카오와 합자 형태 사업 추진 계획을 본지 단독으로 알린 바 있다.

[해설]카카오-알리페이, 그리고 텐센트...그들은 왜 손잡았나

이미 국내 유수 금융사와 사업을 추진 중인 알리페이는 올해 세계 가맹점수를 100만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알리페이가 보유한 결제 플랫폼과 다양한 사업 모델이 안착하면 동남아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 카카오도 알리페이가 보유한 막강한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지불결제를 포함 금융부문에서 전통 은행을 뛰어넘는 지배력을 가질 수 있다.

카카오와 알리페이가 보유한 금융 플랫폼을 짜맞추면 습성과 행태가 유사한 모델이 많다.

은산 분리 규제 완화가 숙제로 남아있지만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대표 자산관리 위어바오, 차오차이바오 사업을 카카오가 한국에서 펼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위어바오는 비교적 고금리 상품이지만 이용자수만 2억명에 달하고 예치금액은 6000억위안을 넘어섰다. 차오바이는 P2P 대출 상품으로 한국보다 앞서 중개 플랫폼을 구비했다.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계좌번호 입력이 필요 없는 간편 송금 △현금 이자와 함께 음원·게임포인트 등 비현금 이자 제공 △주주사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형 `카카오 스코어링`과 중금리 대출 △온라인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 금융봇 △이베이(G마켓·옥션) 소상공인 대출 △밴(VAN)·PG 연동을 최소화한 카드결제 시스템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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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리페이가 사업을 추진했거나 학습효과를 보유한 모델들이다.

SNS 플랫폼과 다양한 금융모델을 보유한 양사 협력은 새로운 금융 라이프 스타일을 이끌어내는데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과제도 남아있다. 쓰나미처럼 유입되는 중국 자본과 사업력으로 자칫 국내 핀테크 생태계가 종속될 우려도 제기된다.

[해설]카카오-알리페이, 그리고 텐센트...그들은 왜 손잡았나

간편결제에만 치중한 국내 핀테크 생태계에 이미 중국에서 성공한 모델들이 속속 진입할 경우, 많은 금융사들은 수수료 장사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실제 핀테크 분야에서 중국 기업 투자금 싹쓸이 현상까지 나타났다.

20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를 인용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지역 핀테크 스타트업 펀딩액은 총 54억달러(6조1900억원)로 전년대비 12.5% 늘었다. 투자건수는 165건으로 전년(162건)보다 3건 늘었다. 금액기준으로는 지난해 미국 핀테크 분야 투자액(55억달러)과 비슷한 규모였다. 미국 투자건수는 422건으로 아시아지역 투자에 비해 건수가 많았다. 투자금액 기준으로 상위 10개 업체 가운데 중국 핀테크기업이 9개를 차지했다. 중국 핀테크기업은 아시아지역 핀테크 스타트업 펀딩액 54억달러 가운데 46억달러를 유치해 85%를 차지했다. 건수는 46건으로 27%를 차지했다.

중국 핀테크 기업 성장세는 눈부시다. 지난해 22개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가운데 6개가 중국 핀테크 기업이었다.

카카오가 풀어야할 숙제다. 일각에선 텐센트에 이어 알리페이의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종속 대신 해외 결제시장에 진출하는 디딤돌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전통 금융 채널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카카오가 알리페이의 국내 협력사인 대형은행, 밴, PG사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연구소 관계자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의 지급결제 플랫폼으로 성장한 중국 알리페이의 영향력은 한국에서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카카오와 알리페이의 모델을 현지화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