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우 교수(왼쪽), 김태완 교수
이건우 교수(왼쪽), 김태완 교수
서울대가 실험실 창업을 주도할 교수 ‘드림팀’을 결성했다. 로보틱스,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 분야 교수들을 집중 지원해 10년 내 1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실험실 스타트업(신생 창업기업)을 10개 이상 육성한다는 목표다.

서울대 공대는 젊은 교수를 중심으로 신기술 중심의 창업을 선도하는 전략 프로젝트인 ‘글로벌 기술 교수창업 드림팀’을 결성했다고 7일 밝혔다. 창립 멤버로는 올해 서울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한 로봇공학자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를 비롯해 11명의 교수가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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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의 이번 프로젝트는 실험실 창업에 소극적인 국내 학계 분위기를 쇄신하고 서울대가 직접 세계적인 스타트업을 길러내겠다는 취지다. 2005년 홍콩과기대 박사과정생이던 프랭크 왕과 지도교수인 리저샹 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가 공동 창업한 드론(무인항공기) 기업 DJI가 실험실 창업의 모범사례다. 작은 실험실에서 출발한 DJI는 지난해 연매출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세계 드론시장 점유율 70%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국내 대학의 교수 창업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서울대 공대가 지난해 12월 낸 백서에 따르면 국내 대학 기술 창업은 2012년 기준 대학당 평균 한 건에 불과하다. 실험실 창업이 전혀 없는 대학도 전체 대학의 77.1%에 달한다. 드림팀에 참가하는 윤병동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교수가 창업을 하려면 겸직 신고를 해야 하는데 절차가 복잡하다”며 “창업이 교수의 본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학계의 부정적 시각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는 드림팀을 지원하기 위해 창업 경험이 있는 선배 교수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을 조직했다. 학교 본부, 정부부처, 국회 등을 찾아가 불합리한 규제를 없애는 게 이들의 주된 역할이다. 초대 자문위원장은 이건우 공대 학장이 맡았다. 이 학장 역시 2002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공척추디스크를 만드는 스타트업을 세웠던 실험실 창업 선배다. 드림팀 프로젝트의 종잣돈은 10년간 연 3000만원씩을 기부한 동문 사업가 서영우 언니왕 대표(31)의 도움으로 마련됐다. 드림팀 결성을 주도한 김태완 서울대 대외부학장(조선해양공학과 교수)은 “한국의 실험실 창업 생태계가 변화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