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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푸드테크 스타트업의 눈물

박은진,오찬종 기자
박은진,오찬종 기자
입력 : 
2017-08-29 17:27:34
수정 : 
2017-08-31 08: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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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화제된 간편식 제품, 포장·내용물 그대로 모방해 대형마트서 반값에 출시
3년개발 공든탑 물거품 우려
사진설명
국내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만든 제품 '랩노쉬'(사진 왼쪽)와 현재 국내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사제품(사진 오른쪽).
국내 대형 유통사가 유망 스타트업 제품을 무단으로 베낀 제품을 공급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스타트업은 3년 넘는 노력을 한순간에 빼앗기게 생겼다며 쩔쩔매고 있다. 스타트업 이그니스는 플라스틱 용기에 자체 제작한 분말을 담은 간편식 '랩노쉬'를 3년에 걸쳐 개발해 2015년 출시했다. 랩노쉬 출시 전까진 국내에서 가루형 식사는 냄새가 나고 용기 세척도 어려워 오히려 '불편식'으로 취급됐다. 랩노쉬는 세련된 디자인의 일회용 용기를 내세워 2030세대를 공략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랩노쉬 제품 병을 인증하는 게 유행이 됐고 연예인들도 인증샷에 동참하는 등 대박이 났다. 1개월 만에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했고, 10명 이상의 청년들을 고용했다. 지난 3월부터는 오프라인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이달 초 국내 대형 유통사 한 곳이 협력 제조사 '엄마사랑'으로부터 납품받은 유사 제품을 출시했다. 가루 성분뿐 아니라 디자인까지 거의 동일한 제품이기에 '표절' 수준이라는 것이 이그니스의 주장.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는 "'블루베리 요거트' '플랫 바나나' '쇼콜라' 등 주요 제품명과 맛까지 그대로 차용하거나 유사하게 사용해 사실상 제품 자체를 훔쳐갔다"고 말했다. 이 대형유통사에서 공급되는 제품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가 항의 전화를 이그니스에 한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모방 의혹을 받고 있는 제품은 해당 스타트업 제품의 반값에 출시됐다. 같은 '플랫바나나' 맛을 기준으로 이그니스가 만들고 있는 랩노쉬 제품은 g당 56.9원인 데 비해 대형마트에서 유통되고 있는 제품은 g당 23.4원이다. 박 대표는 "제품 원료와 공정 과정을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라면서 "대형 유통업체가 스타트업을 고사시키려는 전략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덧붙여 "랩노쉬와 동일한 중량(85g)과 유사한 열량(320~330kcal) 이지만, 이번 카피제품의 영양성분 함량을 보면 부실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면서 "소비자들이 영양정보 부분을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균형잡힌 식사로 오인할 가능성 이 있다"고 말했다. 랩노쉬는 해당 유통사의 협력사에 지난 25일 디자인 변경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문제가 된 유통사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모방 의혹을 받고 있는 제품이 자체브랜드(PB)가 아니라 일반브랜드(NB)이기 때문에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협력사인 엄마사랑이 만든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것뿐"이라며 "해당 제품의 외형이 랩노쉬 제품과 유사하다고 해서 제조사에 디자인을 바꾸라고 요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모방 의혹을 받는 제품은 오프라인에서는 홈플러스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은 "스타트업들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정부 장치가 가동은 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은진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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