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2017년 CES는 IoT 세상이었다. IoT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대해서는 몇 가지 다른 의견들이 있겠으나, (인터넷을 통해서든 아니든) 연결을 통하여 사물 본연의 기능을 확대하고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가전제품에서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IoT의 확산을 볼 수 있었다.

그러한 반면, 그 많은 IoT 제품들을 보아도 그다지 획기적인 것은 없었다. 더욱 다양한 제품들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사물에 센서를 부착하고, 센서에서 측정된 결과를 바탕으로 적당히 향상된 기능을 제공하는 수준의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출처: Wilgengebroed, CC BY 2.0
출처: Wilgengebroed, CC BY 2.0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만한 점은, 다음 단계로 발전하기 위한 플랫폼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작년에도 스마트홈 분야에서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네스트(Nest)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올해에는 애플, 구글, 아마존 등의 메이저 회사들이 IoT 중심 플랫폼 자리를 놓고 본격적인 다툼을 시작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이러한 플랫폼 경쟁의 핵심이 결국 사람과 소통하는 HMI(Human Machine Interface)에서 일어나고 있고, 특히 음성을 매개로 한 사람과 기계의 소통이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를 조금 더 깊게 다루면서, IoT 업계에 주는 시사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Everything is IoT

IoT(사물인터넷)는 결코 몇 년 전에 생긴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유비쿼터스라는 이름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 개념이며, 공장에서는 SCADA[footnote]Supervisory Control And Data Acquisition. 감시 제어 및 데이터 취득. 산업 공정/기반 시설/설비를 바탕으로 한 작업공정을 감시하고 제어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말한다.[/footnote]라는 이름으로, 아파트에서는 스마트홈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했었다. 단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제는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일부 특정한 기기들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물에 통신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손쉽고 저렴해졌기 때문에 우리가 피부로 느끼게 된 것일 뿐이다.

매년 CES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이 뛰어난 제품들에 대해 혁신상(Innovation Award)을 수여하고 있는데, 올해에도 역시 3D 프린팅에서 시작하여 무선 단말기에 이르는 28개 분야에 걸쳐서 혁신상을 수여하였다. 이 모든 분야에서 핵심 장점으로 연결, 스마트 등 IoT와 관련된 기능으로 내세우고 있는 제품들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으니, 모든 것이 IoT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CES 2017 혁신상
CES 2017 혁신상

원래 가전제품 전시회에서 시작한 CES의 최근 몇 년간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1. 자동차 분야로의 확대
  2. 드론의 출현과 확산
  3. ‘유레카파크(Eureka Park)’로 대변되는 스타트업 생태계로의 확대

고급 가전제품들일수록 연결을 통한 부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다시 강조할 필요도 없다. 자동차의 경우에도, 자율주행까지 가지 않더라도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등의 분야에서 연결을 통한 부가 기능이 점차 중시되고 있다.

올해 CES 전시회의 면적 20%를 장악한 드론은 그 태생부터 연결을 통한 제어와 정보전송이 전제된 것이고, 스타트업 생태계의 가장 ‘핫’한 이슈가 IoT니, CES에서 IoT와 연관이 없는 분야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강조하고 싶은 두 가지가 있다.

[box type=”info”]

  • 첫째, IoT는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연결을 통해서 보다 나은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때 의미 있다.
  • 둘째, 사물 그 본래의 기능에 손상이 오는 IoT는 의미가 없다.

[/box]

그런 면에서는 음악을 들려주고, 코골이를 방지하며, 아침에 깨워주는 기능을 하는 지크 스마트 베개(ZEEQ Smart Pillow)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베개 본연의 기본 기능인 “편안한 수면”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YouTube 동영상

There is nothing really new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시회 도처에서 IoT와 연관된 제품들을 볼 수 있었으나, 최소한 IoT이 시작에서는 사실 획기적으로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가전제품 분야를 보면 TV는 더 얇아지고 더 선명해졌지만, 점진적인 변화일 뿐이었다. 마찬가지로 냉장고에 모니터가 달리고 음성인식을 하였지만, 이전부터 있었던 개념이 조금 더 충실하게 구현되었을 뿐이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당장 자율주행 자동차가 현실화될 것만 같았던 몇 년 전과 달리, 현실적으로 가능한 운전자 보조(assisted driving) 기능이 강조되었다. 매년 새로운 개념의 제품들을 선보이는 유레카파크의 스타트업들도 작년보다 조금씩 진전된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지, 진정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제품들을 찾기는 힘들었다.

이는 아마도 IoT 생태계 전체의 한계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IoT의 발전 단계를 나누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box type=”info”]

  • 1단계는 주변 환경을 측정하고, 그 측정 결과를 전송할 수 있는 수준이고,
  • 2단계는 주변 환경을 측정하고, 그 측정 결과를 전송할 뿐 아니라 그 측정결과를 바탕으로 내려진 결정에 따라 환경에 변화를 가할 수 있는 수준이다.
  • 마지막 3단계는 주변에 다른 IoT 기기들이 있음을 인지하고 상호 통신하면서 협업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box]

자동차에서 타이어의 공기압을 측정하여 전송하는 수준이 1단계라면, 도로의 차선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자동으로 핸들을 조작하는 차선 유지 시스템은 2단계라 할 수 있다. 3단계가 되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함께 도로에 운행하는 다른 자동차를 인식하고, 상호 통신하면서 자율주행하는 수준에 도달해야 할 것이다.

YouTube 동영상

현재의 IoT는 대부분 1단계와 2단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최소한 IoT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것이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보다 발전되고 세련된 2단계 수준의 제품들이 있을 뿐, 혁신적이고 획기적이라고 느껴질 3단계 제품들은 아직 발견할 수 없다.

Platform fight is starting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3단계 수준의 IoT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IoT 제품·서비스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수적이다. 당연히 세계 메이저 IT 회사들은 이 IoT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하였다.

이에, 우리는 이미 플랫폼의 세상으로 들어서 있다. 2017년 1월 11일 현재, 세상에서 시가총액이 가능 높은 5개 회사는 애플 (6천385억 달러), 알파벳 (5천72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 (4천913억 달러), 버크셔 해서웨이 (4천4억 달러), 아마존 (3천797억 달러)이다.

이 중 2016년 10월을 기준으로 주가가 10% 가량 급등하며 페이스북을 6등으로 밀어낸 버크셔 해서웨이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플랫폼 회사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시가총액이 급상승하기 전인 2016년 9월 말에는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5개 회사가 모두 플랫폼 회사였다. 이렇게 전 분야를 통틀어 영향력이 나날이 높아져 가는 플랫폼 회사들이 IoT 분야에서도 헤게모니 쟁취를 위해 경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마존 알렉사

이번 CES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은 아마존 알렉사 진영이었다. 월풀 가전제품에서부터 포드 자동차까지 알렉사를 탑재하였으며, 심지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화웨이 핸드폰이 알렉사를 탑재하기로 하면서 구글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였다. 한국의 코웨이가 ‘구글 홈’을 탑재한 공기청정기를 발표하였으나, 이번 CES에서 IoT 플랫폼 경쟁은 알렉사 진영의 승리라고 판단된다.

HMI is the key

IoT가 다음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통한 3단계로의 발전이 필수적이고, 이 플랫폼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세계 최대의 IT 회사들의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이 경쟁의 중심에는 역시 사람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HMI가 있고, 그 미디어가 음성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컴퓨터가 하나의 도구이듯이 IoT는 하나의 도구이다. 사물에 통신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아무 의미가 없다. 사물에 통신 기능을 추가하여 사용자에게 더 좋은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경우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와 소통을 통해 요구와 의지를 받아들이는 HMI가 경쟁의 핵심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 전개될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의 경쟁이 내년 CES를 기대하게 한다.

보이스 어시스턴트

참고 자료

[divide style=”2″]

KISA 리포트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