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 출처 = 쏘카

소유가 아닌 대여. 한 가지 제품을 나눠 쓰는 협업 소비. ‘공유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자본주의 시대의 막바지, 공유경제가 미래 사회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주며 메가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효율성의 극대화다. 재화 혹은 서비스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골자다. 에어비앤비, 우버 등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세를 보며 우리는 공유경제의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 있다.

자동차 시장에도 이 같은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공유경제 구현에 가장 최적화된 곳이기도 하다. 택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차량이 달리는 시간보다 주차돼 있는 시간이 많은 상황. 쉬고 있는 차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다.

공유경제, 그리고 카셰어링

카셰어링 서비스가 일상 생활에 더욱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한 대의 자동차를 시간 단위로 여러 사람이 나눠 쓰는 개념이다. 스마트폰 클릭만으로 대여·반납을 할 수 있다는 편리함도 갖췄다. 대학생들이 데이트를 할 때, 주부가 혼자 장을 볼 때 등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값비싼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고도 필요할 때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내비건트 리서치(Navigant research)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 세계 카셰어링 시장 규모는 약 11억달러(약 1조32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특히 북미와 유럽 지역이 이들의 83%를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를 보이고 있다. 내비건트 리서치는 올 2024년에는 해당 시장 규모가 약 65억달러(약 7조8000만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성장이 눈에 띌 것으로 예상된다.

선두 업체들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 2000년 사업을 시작해 2013년 에이비스에 인수된 집카의 경우 미국, 캐나다, 영국, 스페인, 호주, 프랑스, 독일, 터키 등 8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정도다. 집카 회원들은 월 7달러(연 70달러)의 회비를 지불한 뒤 필요할 때마다 차량을 저렴한 가격에 대여해 사용할 수 있다. 집카 회원수는 2011년 약 60만명에서 2013년 76만명, 2016년 100만명 규모로 많아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 자료사진 / 출처 = 그린카

다임러가 운영 중인 카투고는 2008년 처음 카셰어링 시장에 진출했다. 2016년 현재 미국, 중국, 오스트리아, 캐나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에서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2014년 100만명을 돌파한 카투고 이용객 수는 2016년 10월 200만명을 넘어서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완성차 브랜드들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형국이다. 폭스바겐, GM, BMW, 다임러 등은 이미 우버·리프트 등과 손을 잡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플랫폼을 만들며 카셰어링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활용해 카셰어링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셰어링의 경우 초기 인프라 구축 등에는 노력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안정적으로 사업을 끌어갈 수 있다”며 “집카 등은 이미 일부 편도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발전 속도가 더 빠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 카셰어링 서비스는 국내에서 공유경제 활성화의 ‘첨병’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국내 카셰어링 시장 규모는 2011년 6억원에서 2015년 약 1000억원 수준까지 성장했다. 같은 기간 차량 대수가 110대에서 8000여대로 늘었다. 연평균 192% 이상의 증가세를 보인 셈이다. 글로벌경영연구소는 2016년 말 해당 시장이 매출 1800억원, 차량 대수 1만4000여대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4월 <자동차, 소유에서 소비의 시대로> 보고서를 통해 국내 카셰어링 업체들의 매출액이 매년 100~300%씩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승훈 책임연구원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의 소유 개념의 변화는 단지 개개인의 자동차 소유 자체가 변화하는 것을 넘어 자동차 산업과 여러 연관 산업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Deloitte에 따르면 소유되지 않고 서비스 형태로 소비되는 자동차 한 대는 평균적으로 4~8대의 소유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되면 도로, 주차 시설, 차량 판매·정비, 보험 등 광범위한 부문에서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나아가 자동차 제조의 패러다임까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린카-쏘카, 경쟁과 상생의 딜레마

LG경제연구원은 서울연구원 발표 자료를 인용, 국내 승용차 소유자의 50.1%는 주중 승용차 운행 횟수가 2회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5%는 주중·주말 모두 승용차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카셰어링이 ‘메가 트렌드’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에서는 그린카와 쏘카라는 업체가 경쟁과 상생을 함께하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시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용 편의증진 및 활성화를 위해 공영주차장 등에 전용주차면을 설치해 주거나 요일제·5부제 적용 차량에서 제외하는 등 혜택을 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서울·세종시의 경우 카셰어링 업체와 ‘나눔카’라는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며 보다 많은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출처 = 그린카

이에 힘입은 그린카와 쏘카는 그야말로 ‘폭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롯데렌터카의 자회사인 그린카는 초창기부터 사업을 시작하며 시장을 선점해 나갔다. 2011년 각각 50개, 110대였던 차고지와 차량 보유 대수가 2013년 700개, 1000대로 늘었다. 2015년에는 1882개 차고지에서 3200대의 차량을 제공했으며 2016년 11월에는 숫자가 각각 2500개, 5500대로 뛰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원수 역시 2011년 1만3000명에서 2013년 12만명으로 크게 성장했다. 2015년에는 SNS 채널 포함 회원수가 120만명을 돌파했으며 2016년 11월 현재 210만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쏘카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2012년 50개의 차고지에서 100대의 차량을 서비스했는데 2014년 숫자가 각각 1000개, 1800대로 상승했다. 2016년 11월 현재 2800개의 거점에서 6800대의 차량을 제공하고 있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2012년 3000여명이었던 이용객 수는 2014년 51만명을 돌파했고 1년만인 2015년 150만명까지 많아졌다. 쏘카는 2016년 11월 기준 약 23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2012년 3억원이었던 매출액이 2015년 448억원으로 뛰었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 출처 = 쏘카

주로 젊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문화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린카가 서비스 도입 5주년을 기념해 최근 진행한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이 업체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한 고객 연령층은 20대(56.9%)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28.2%), 40대(10.8%)가 뒤를 이었다. 이들을 합산하면 약 95.9% 수준이다. 또 가장 인기 있는 그린존(차고지)도 건국대, 군자역, 합정역 등 대학가 근처인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유경제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에 그린카는 젊은이들의 공감을 유도하기 위해 감각적인 TV·온라인 광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쏘카 역시 ‘72초 드라마’ 등을 온라인 채널에서 활용하며 고객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셰어링에 대한 불편함과 거부감이 크게 개선된다는 전제 하에 이들 업체들이 앞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차고지를 마련해 활용도를 높일 수 있으며,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다는 장점도 갖춘 나라다. 글로벌 카셰어링 업체 집카·카투고가 국내 업체들보다 보유 차량은 훨씬 많지만 회원수는 오히려 더 적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쏘카는 세계 최초로 장기 카셰어링 상품인 ‘제로카’를 론칭했다. 신차를 장기 렌트하는 것보다 파격적인 계약조건을 제공하는 대신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는 이를 공유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다른 사람에게 차를 빌려줄 때는 대여료도 받을 수 있다. 쏘카 측은 해당 상품을 내놓을 때마다 매번 100대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사용자는 실제 운영 요금 0원을 달성하는 등 공유경제의 장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 위한 서비스, 고객이 가장 큰 적이다”

그린카·쏘카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숙제는 수익성 개선이다. 공유경제 구현과 수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하는 숙명인 것이다. 양사의 경우 초기 인프라 확대와 차량 수급을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해 이익 확보에는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기업의 그늘이 있는 그린카는 소량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쏘카는 아직 적자경영이 계속되고 있다.

차량 매각 등 공유 차량의 감가상각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린카의 경우 롯데렌탈의 중고차 매각 유통 라인을 활용할 수 있지만 쏘카는 이 부분에서 약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의 몸집이 렌터카 업체만큼 불어날 경우에는 수익성이 일정 수준 정상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자료사진 / 출처 = 쏘카

모순되게도 그린카·쏘카의 가장 큰 적은 소비자다. 회사가 커지는 것을 돕는 동시에 성장의 방해요소로 고객이 꼽히고 있는 것. 이유는 간단하다. ‘블랙 컨슈머’ 때문이다. 사례는 다양하다. 차내 흡연, 쓰레기 투척 등을 통해 다음 이용객에게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담뱃재를 센터 콘솔에 늘어놓는가 하면 모텔에서 나올 법한 쓰레기나 먹다 남은 음식들을 시트 바닥 등에 숨기는 황당한 사례도 많다고 알려졌다.

카셰어링을 운전연습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율도 높다. 사고 처리, 보험료 등에 지출이 많아지게 된다. 보험사 심사 기준도 훨씬 까다롭고 혜택·한도 금액도 적다. 최근 쏘카가 국내에 테슬라 모델 S를 들여오긴 했지만 보험 문제 등으로 실제 공유 차량 운영이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다. 모든 사건의 발단은 소비자다.

업체들이 쓰레기 처리 등 쓸데없는 비용·시간 지출을 줄이면 이용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쉬워하고 있는 배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셰어링은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며 “많은 시행착오와 부작용 등을 개선해 나가며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를 위해 고객들의 도움도 절실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