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 내내 기술이 주도하는 혁신을 강조했다. PC 시대 국내 최강자의 지위에 올랐던 네이버가 카카오 등 모바일 도전자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라인 등 글로벌 서비스로 반전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탄탄한 기술력이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신기술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만큼이나 흔들리지 않는 기술력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다음은 박 CFO와의 일문일답.

▷네이버가 강조하는 기술 기반의 플랫폼이란 무엇입니까.

“과거 기술 주기가 길었을 때는 서비스가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진화가 가속화되면서 서비스가 아니라 기술이 혁신을 주도하게 됐지요. ‘브이 라이브’와 같은 실시간 모바일 방송 플랫폼이 대표 사례입니다. 아이디어는 어렵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초고속 무선통신 기술의 진화가 이를 가능하게 했지요. 촬영 기법과 효과 송출 방식 등 측면에서도 다양한 기술적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웹툰도 마찬가지입니다. 웹툰 에디터, 증강현실(AR) 등 기술이 접목되면서 작가들이 더욱 생동감 있는 웹툰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습니다. 만약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공지능이나 가상현실 등이 실생활에 스며든다면 기술이 이끄는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네이버도 이런 변화에 따라 기술이 주도하는 플랫폼으로 탈바꿈하려고 합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데뷰 행사를 통해 처음 밝힌 생활환경지능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습니다. AI 기술을 네이버 서비스와 결합해 사용자들의 실생활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차 로보틱스 웹브라우저(웨일) 기계번역(파파고)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AI 스피커를 출시한다고 들었습니다.

“AI 시대에 차세대 플랫폼 허브가 무엇이 될지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타났을 때도 기존 인터넷 포털의 지위를 물려받을 서비스가 무엇이 될지 논란이 많지 않았습니까. 네이버가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에서는 빠른 대처로 살아남았지만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국내외 기업들이 AI 스피커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스피커는 AI가 탑재 가능한 하나의 기기일 뿐입니다. 네이버도 상반기 중 스피커를 선보여 다양한 시도를 펼치려고 하지만 이외에도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AI 시대를 대비하려고 합니다. 스피커 자체보다는 AI 기술력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라인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 ‘J’는 어떤 내용인가요.

“차세대 글로벌 사업을 위한 네이버와 라인의 공동 기술 연구개발(R&D) 프로젝트입니다. 네이버랩스가 보다 기초적이고 장기적인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J는 이를 바탕으로 좀더 실용적인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것입니다. 신중호 라인플러스 대표가 J를 주도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성과는 추후 단계적으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AI 등 기술 및 콘텐츠 분야에 5년간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분야별로 우선순위가 있습니까.

“일단 미래에셋 네이버 신성장투자조합 제1호 결성에 500억원을 넣기로 했습니다. 또 웹드라마 웹예능 뷰티 키즈 게임 등 5대 동영상 분야에 연 50억원씩 3년간 150억원을 투자할 방침입니다. 기존 어학사전 개정과 신규 구축 등 어학사전 생태계 활성화에도 향후 5년간 1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새로운 오디오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들에게는 매년 100억원씩 3년간 총 300억원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와 별도로 네이버는 D2스타트업팩토리를 통해 신생 기술 스타트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영역에 우선순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영역의 기술과 콘텐츠들이 함께 성장해야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엘리스 넥스프레스 버즈뮤직 등의 스타트업들에 최근 투자했습니다.

“해당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더 좋지만 절대적인 조건은 아닙니다.”

▷최근 일부 웹 브라우저에서 네이버 메인 화면을 안전하지 않은 사이트로 표시한 일이 있었는데요. 보안 분야 투자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네이버는 개인정보 보호에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 수준의 보안 인력을 동종업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네이버의 모든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네이버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시간 탐지와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비정상적인 징후는 철저히 가려내 해당 인터넷 주소에서의 로그인 시도를 원천 차단하고 있지요. 대량 스팸·홍보 게시물 작성자 정보 등을 종합 분석해 타인에 의한 로그인이 명백하거나 사용자의 주된 활동 지역을 벗어나 해외 지역에서 시도되는 경우 아이디를 즉시 보호하게 됩니다. 네이버는 개인정보 부문에 특화된 ISO/IEC 27001 국제 표준 인증을 세계 최초로 획득했고 국내 최초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개인정보보호관리체계(PIMS) 인증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네이버 프라이버시 센터(privacy.naver.com)’도 오픈해 사용자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편리하게 개인정보 보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광고 매출 쏠림에 대한 비판 여론도 나옵니다.

“네이버 실적에서 광고 매출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웹툰 웹소설 뮤직 동영상 등 콘텐츠 사업에서도 수익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개인 창작자와 스몰비즈니스를 위한 기술 플랫폼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네이버페이(간편결제), 네이버톡톡(상담용 메신저) 등 쇼핑 판매자를 위한 지원 서비스를 다수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광고로만 통칭하다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네이버와 라인은 다양한 서비스와 사업의 영역에서 혁신을 시도해 왔습니다. 새로운 기술 및 서비스가 융합 발전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틀에 맞춰 수익 구조를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매출을 그 성격에 따라 보다 명확하게 분류해 이해하기 쉽도록 발표할 예정입니다.”

▷최근 라인 이용자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메신저·콘텐츠 서비스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십니까.

“라인은 지난해부터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4대 전략 시장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체적으로 이용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4대 지역의 이용자 수는 더욱 증가하고 있습니다. 메신저 시장은 단순한 사용자 수보다 얼마나 이들 사용자에게 의미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로 경쟁 축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라인뮤직 망가(웹툰) 식당예약 페이 택시 등 서비스를 선보였고 태국이나 대만에서도 각각 라인맨(택배) 라인TV 등 맞춤형 솔루션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스노우 B612 등 카메라 앱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들 서비스의 시장 확대와 수익화 전략이 궁금합니다.

“나라별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컬처라이제이션’이 주된 전략입니다. 스노우는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로, B612는 셀피 서비스로 각각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 해당 시장에 대한 특성을 고려한 필터, 스티커 등을 적용한 게 주효했다고 봅니다. 두 서비스 모두 아직까지 수익 모델을 찾기보다는 일단 서비스 완성도에 집중하며 사용자 확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호기 / 추가영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