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앱 업체서 디지털 컨버전스 개발사로"

출근 시간은 직원 개개인이 알아서 스스로 정해

자율성 보장 업무 환경 및 다양한 행사로 화합

김동훈 핸드스튜디오 대표.

[데일리한국 고은결 기자] 국내 스타트업이 수년간 건재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변화에 조금만 뒤처져도 도태되기 일쑤이며, 기업의 파트너사가 아닌 하청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좋은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만으로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 속에도 생태계에 안착한 벤처들은 공통적으로 변화를 수용하는 데 능숙하다. ‘결혼·출산하면 1000만 원’ 등 뛰어난 복지 조건으로 유명한 ‘핸드스튜디오' 또한 그렇다.

설립 8년 차를 앞둔 핸드스튜디오의 김동훈(34) 대표를 28일 강남구 신사동 핸드스튜디오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동훈 대표는 지난해 1월 안준희 전 핸드스튜디오 대표의 바통을 이어 받아 회사의 새로운 얼굴이 됐다.

생존 위한 변신에 ‘사활’

김동훈 대표는 핸드스튜디오의 강점을 명쾌하게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점령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면서 "앞으로는 어떤 기술을 가졌느냐보다 얼마만큼 활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므로, 핸드스튜디오는 틀에 갇히지 않고 새롭고 다양한 것들을 실현해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0년 설립된 핸드스튜디오는 현재 직원수는 30명이 채 안되지만 스마트TV앱 개발사로 일찍이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스마트TV 시장 자체가 줄어들며 더 이상 해당 분야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연이었다. 핸드스튜디오는 그런 변화를 거쳐 현재의 '디지털 컨버전스 개발사'로 자리매김됐다. 핸드스튜디오는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2010년 당시 스마트TV 시장은 지금의 가상현실(VR)처럼 붐이었습니다. 시도하는 이들도 많았고, 파트너와 업무도 다양했어요. 하지만 기술에 대한 관심은 사물인터넷(IoT), VR 등으로 빠르게 넘어갔어요. 그러다 보니 '한 기술에 집중하는 게 회사의 목표에 맞나?' 싶었어요. 기술은 계속 변화하고 도태되는 기술이 나오는데... 그래서 특정 기술만 파고들기보다, 다양한 기술을 다루는 회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진=핸드스튜디오 홈페이지

핸드스튜디오는 스마트TV 관련 업무를 하며 경험한 연동 기술들을 통해 영역을 넓혀나갔다. 대외적으로는 TV앱 회사로 홍보됐지만 비콘(근거리 무선통신 기술)과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일들을 수행했다.

구체적으로 스마트TV 앱 분야를 비롯해 웹 서비스, 마케팅 프로모션 등 다양한 목적의 앱, 모바일 및 태블릿을 활용한 솔루션, 웨어러블 기기 앱과 비콘을 활용한 앱 등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다양한 기술에 대한 폭 넓은 이해는 클라이언트와의 관계 구축에 큰 도움이 됐다.

"클라이언트 중에는 새로운 것을 원하지만 어떤 기술이 어디에 필요한지 모르는 클라이언트들도 있어요. 핸드스튜디오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한된 영역 컨설팅을 넘어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이런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역으로 우리에게 내년에 어떤 기술을 활용하면 좋겠냐는 질문을 받기도 해요."

한 때 부침을 겪기도 했던 핸드스튜디오는 유연한 사업 전략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뤘다.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3억4700만 원, 2억6000만 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성장세 또한 가파르다. 핸드스튜디오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약 6억6000만 원으로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뛰었다.

한편 핸드스튜디오는 작년 6월 옐로모바일의 디지털 마케팅 그룹사 옐로디지털마케팅(YDM)에 합류하며 이목을 끌었다. 현재 핸드스튜디오는 YDM의 다른 그룹사들과도 애드테크 등 분야에서 협업을 추진 중이다.

라디오PD에서 IT회사 대표로

김 대표는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경험이 20~30대인 젊은 구성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또한 다양한 이력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왔다. 라디오를 자주 들었고, 음악을 좋아했던 그는 중학생 시절부터 라디오PD라는 꿈을 키워왔다. 실제로 20대 시절에는 꿈을 실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온 이후 그의 꿈에는 예기치 못한 균열이 생겼다.

"원래 미국에 있는 한인 대상 라디오 프로그램의 PD로 일했습니다. 그러다가 한국에 졸업장을 받고 취업비자 등을 위해 들어왔는데, 막상 다시 미국에 돌아가려니 부모님을 볼 기회가 몇 번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일하기로 마음을 돌렸는데, 문득 '내가 왜 라디오를 하고 싶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라디오PD를 꿈꿨는데, 스스로 최면을 건 것은 아닐까 싶어 잠시 방황하기도 했어요.”

김 대표는 이후 다른 일에 도전해보기 위해 음악과 관련된 클래식 공연기획사에 들어갔다. 그 곳에서는 조직 문화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공연기획사에서 기획팀으로 일했는데, 소위 '매니저'의 일도 함께 했어요. 그곳에서 같은 사람인데, 극심한 격차가 있는 상황들을 보고 겪으며 인간의 존엄과 인격에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조직의 생리,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구요. 그리고 왜 일하는가, 다시 생각했고 보다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았어요. 그렇게 핸드스튜디오에 들어왔습니다."

핸드스튜디오 사무실 내부 모습.
조직에 녹아든 생활형 복지

김동훈 대표의 노트북에는 그가 직접 정리한 직원들의 ‘카트라이더 리그’ 순위 및 승리 횟수 등이 빼곡히 기록된 엑셀 표가 있었다. 리그에서 승리한 팀은 문화상품권을 받고, 꼴찌인 팀은 사무실에서 키우는 고양이의 배설물을 치우는 등 소소한 미션을 수행한다.

과거 뛰어난 복지 수준으로 조명받아온 핸드스튜디오는 자잘한 '생활형 복지'에 더욱 공들인다. 물론 과거 화제가 된 '결혼하면 1000만 원' 등 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아울러 '모두의 회사'라는 인식을 키우기 위해 매달 구성원들에게 재정 공개를 진행한다. 한 달에 한 번씩 볼링을 즐기고 영화를 보는 등 직원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2주에 한 번 씩은 직원들의 소식을 담은 소식지 '핸드 늬우스'를 발행해 사무실에 걸어놓는다.

핸드스튜디오 직원들의 그룹 카톡방.
인상적인 점은 출근 시간이 완전히 자율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IT기업과 벤처 중 오전 10시까지 출근하는 곳은 흔하지만, 핸드스튜디의 직원들은 자신들의 출근 시간을 직접 정한다. 핸드스튜디오의 그룹 카카오톡을 통해 직원들은 매일 아침 몇 시까지 출근하겠다고 알리면 그만이다.

대단하지는 않아도 직원들에 대한 존중이 묻어나는 소소한 복지는 사람을 중시하는 김 대표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핸드스튜디오의 지난해 목표는 '퇴사인원 5명 이내'였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퇴사 인원은 세 명으로, 작년의 목표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처럼 특허를 갖고 하는 일이 아니라,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이 떠나면 큰 걸 잃는 곳이에요. 그래서 우리 회사의 목표도 ‘서로 존중하며 즐겁게 살자’ 입니다. 지금의 직원들과 함께하기 위해, 회사가 더욱 빠르게 앞서나가서 늘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고 다닐 만한 곳이 되는게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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