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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집] 스타트업 대표들이 말하는 '탄소산업' 비전

"미래 핵심산업…정책-현장 거리 좁히고 기초 튼실히"

▲ 효성 탄소특화창업보육센터에서 창업기업 대표들이 탄소복합재로 만든 제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씨이에스 박종오, 디에이블 김동기, 씨디엘 조성우 대표. 박형민 기자

10년 전, 전북은 농업과 저부가가치 제조업 등 한계산업의 파고를 넘기 위해 ‘탄소산업’이라는 신산업에 주목했다.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신산업 발굴은 절실하고 절박했다. 10년 전 전통적인 농도(農道) 이미지를 가진 전북에서 용어조차 생소한 탄소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고 했을 때, 다른 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정부조차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느덧 10년, 전북은 효성과 함께 국내에서는 최초이자 세계에서는 세 번째로 고강도(T-700급) 탄소섬유 ‘탄섬’을 개발하고, ‘탄소소재 융복합기술 개발 및 기반 조성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탄소법) 제정을 통해 국가 주도의 탄소산업 육성 근거를 마련했다.

 

탄소산업은 이제 전북만의 미래 먹거리가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됐다. 초기 창업기업 대표들이 바라보는 전북 탄소산업의 현주소와 탄소산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효성 탄소특화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 대표 3인을 만났다.

 

△미래에 투자한다

 

디에이블 김동기 대표는 2007~2008년 대유신소재 기술연구소 주임연구원, 2008~2014년 한국탄소융합기술원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14년에는 금속이나 세라믹 분말에 압력과 열을 가해 제품을 만드는 ‘분말야금’ 중심의 엘텍신소재를 창업하고, 올해 9월 효성 탄소특화창업보육센터 내에 입주해 디에이블을 창업했다.

 

상반되는 분야인 분말야금과 탄소복합재 기업을 병행하는 이유는 향후 그라파이트나 탄소복합재 기업의 ‘시장 확장 가능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탄소복합재 시장의 확장 가능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탄소복합재 기업을 설립해 미래 시장에 대비하는 것”이라며 “탄소복합재 기업이 시드머니(종잣돈)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씨디엘 조성우 대표는 지난해 12월 효성 탄소특화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현악기 케이스나 카본 전동스쿠터 등 탄소복합재 응용 제품을 제작한다. 조 대표는 2008~2012년 데크·데크항공 기술연구소, 2012~2013년 디엠에스 풍력개발팀, 2013~2014년 휴먼컴퍼지트 개발팀 등에 몸담았다.

 

또 씨이에스 박종오 대표는 1998년 경기화훼농협알리앙스 대표, 2008년 수림영농조합법인 대표 등 농업인 출신 기업가다. 지난해 7월 농업용 탄소섬유 발열재를 개발해 씨이에스를 설립했다. 현재는 탄소특화창업보육센터 내 보육기업 3곳과 협업해 탄소섬유를 이용한 가습·온풍기를 개발하고 있다.

 

△정책과 기업현실 괴리

 

이들은 정부의 탄소산업 육성 정책과 실제 탄소기업의 체감 사이에는 이상과 현실이라는 큰 괴리가 존재있다고 입을 모았다. 탄소기업은 초등학생인 반면 장비·설비는 대학생이라는 비유도 뒤따랐다. 탄소밸리 조성사업과 메가탄소밸리 조성사업 등 10년간 첨단 기술을 받아들이는 외형적인 기틀은 마련했지만, 현재 탄소기업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사업화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탄소복합재를 성형·가공해 생산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탄소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탄소제품 공공기관 우선 구매사업 등을 확대해 선도적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며 “비싸서 못쓴다가 아닌 비싸도 안전하면 써야 한다는 성숙한 사회 문화를 정착해야만 탄소산업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좋은 것, 더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정부의 탄소산업 정책은 한계점을 드러낼 수 있다”며 “정부가 바라오는 탄소산업과 초기 창업기업이 바라보는 탄소산업의 격차가 큰 만큼 기업의 눈높이에서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일본 탄소산업의 원동력은 정부가 수요를 창출한 측면이 크다”며 “우리나라도 LED 시장이 정부 주도의 정책적 배려에 힘입어 성장했듯 탄소산업 시장도 기업별 수요 창출의 한계를 정부의 선행적인 수요 발굴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도 “탄소 관련 후방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나 공공기관 주도로 탄소산업 수요처를 발굴·연계할 필요가 있다”며 수요처 발굴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제작하는 단계에서의 성형·가공기업 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언급됐다. 김 대표와 조 대표는 전북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은 아이디어를 구현할 장비나 설비를 갖춘 곳이 없어 시제품 제작이 필요한 경우 대부분 경기 화성시, 경남 김해시, 경남 사천시 등에서 목업(실물 모형), 몰드 작업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산업기초 튼실히 다져야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공통적으로 전북 탄소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외형적인 큰 기틀을 마련했으므로 앞으로 탄소기업의 눈높이에서 내실을 갖춘다면 전북이 추구하는 탄소산업 먹거리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그렇게 되면 전북이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지 않아도 탄소산업은 전북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탄소산업에 대한 희망을 갖고 향후 10년을 준비한다면 100년간 지속되는 산업의 기초가 다져질 것”이라며 “탄소복합재는 응용 분야가 다양해 아이디어 접목 여부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조 대표도 “지금은 전북의 미래를 준비하는 단계로 한 명, 두 명이 시작하다 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탄소산업의 시장은 반드시 넓어진다”며 “전주시 탄소섬유 국가산업단지 등 인프라가 구축되면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탄소융합기술원 김병주 책임연구원은 “탄소복합재를 적용한 국내 자동차 시장은 2019년부터 형성되기 때문에 자동차산업 핵심 부품기업의 전북 이전을 유도할 인센티브와 논리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며 “부품기업이 이전했을 때 소재 공급부터 성형·가공 등 가치사슬을 공급하도록 행정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탄소복합재를 활용한 스포츠·레저, 의료기기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한 탄소산업 포트폴리오 수립도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초기 창업기업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탄소산업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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