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아마존, 한국 상륙 임박..업계 "쉽지 않을 것"

박정현 기자 2017. 7. 31. 06: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닷컴의 한국 시장 진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아마존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면서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아마존닷컴은 싱가포르에 물류센터를 짓고 이달 27일부터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블룸버그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마존 한국지사는 최근 온라인 쇼핑사업과 관련된 마케팅, 영업, 기술 지원, 서비스 지원 등 정규직 직원 수십명을 채용했다. 또 국내 금융업체 중 한 곳과 전자지급결제대행(PG)과 연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한국지사가 국내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싱가포르에 물류센터 짓고 동남아 진출...남은 시장은 한국뿐

아마존이 한국 시장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할 것이란 추측은 지난 4~5년간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공식적으로 진출 계획을 밝힌 적은 없다. 과거 아마존닷컴이 한국 시장 진출을 타진했던 적은 있다. 1990년대 말 국내 한 대기업과 한국 진출을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었지만 무산됐고 2000년대 말에는 오픈마켓 업체와 제휴를 논의했던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 아마존은 국내에선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아마존웹서비스), 해외 역직구 중개(아마존 글로벌 셀링)만 하고 있고, 이커머스 사업(아마존닷컴)은 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한국 소비자가 아마존닷컴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미국이나 유럽에 있는 물류센터에서 한국으로 배송되는 방식이고, 한국어 웹사이트도 구축돼 있지 않다.

아마존의 한국 진출설이 또다시 불거진 것은 최근 들어 국내 지사가 대거 인력 확충에 나선 데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지난 27일부터 당일 배송 서비스인 ‘프라임 나우’를 시작하기도 했다. 프라임 나우는 유료 회원제 서비스로 빠르면 주문 후 2시간 안에, 늦어도 당일 안에 생필품, 식료품 등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아마존은 지금까진 동남아 지역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유럽이나 미국에서 배송하는 방식으로 영업했는데, 싱가포르에 물류센터를 만들면서 프라임 나우 등의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아마존이 싱가포르를 교두보 삼아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면서, 이제 아시아 중 남은 시장은 한국과 인도뿐이란 얘기가 나온다. 아마존은 일본에선 이미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에선 현지 안착에 실패했다.

아마존닷컴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블룸버그

아마존은 일본에선 연간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일본 1위 이커머스 업체로 자리 잡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마존의 일본 법인인 아마존재팬의 2016년 회계연도 매출은 1조1747억엔(약 11조9500억원)으로 전년보다 17.5%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일본의 유통업이 가라앉고 있는 가운데, 아마존재팬만큼은 선방한 셈이다.

중국의 경우엔 아마존이 2004년 중국 현지 이커머스 업체를 인수해 쇼핑몰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알리바바 같은 현지업체에 밀려 사실상 실패했다. 아마존의 중국 내 점유율은 1% 미만이다.

국내 인터넷 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 선진국 중 아마존이 진출하지 않은 시장이 몇 국가 없다”면서 “그나마 남아있는 게 한국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인터넷, 소비 수준 등 모든 면에서 매력적인 곳”이라며 “또 한국 국민의 아마존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하는 것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라고 말했다.

◆ 국내 이커머스 시장 경쟁력 높아…“아마존도 돈 못번다” 목소리

다만 글로벌 이커머스 최강자인 아마존에 대한 경계심은 크지 않은 편이다. 월마트가 실패하고 돌아갔듯 아마존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분석이 현재까지는 더 많다.

일단 한국은 토종 이커머스, 인터넷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G마켓과 11번가, 인터파크, 쿠팡, 티켓몬스터, 위메프 같은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도 당일 배송, 다음날 배송 등 빠르고 저렴한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아마존이 이 시장에서 적자를 내면서 경쟁할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존닷컴

특히 아마존 ‘프라임 나우’의 경우, 40달러 이하로 구매할 땐 6달러의 배송비를 내야 한다. 배송비에 인색한 한국 소비자들이 얼마나 지갑을 열지 미지수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실시하다가 화물운송법 위반 혐의에 휘말렸던 점도 아마존 입장에서는 참고해야 할 변수다. 쿠팡은 택배업체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하긴 했지만 운송사업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로켓배송에 따른 수수료는 받지 않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마존의 힘은 ‘배송’이라고 보는데, 한국은 이미 배송 시스템이 그 어느 국가보다 훌륭해서 아마존이 새롭게 보여줄 것이 없다”며 “아마존이 실험 중인 드론 배송도 한국은 아파트가 많은 특성 때문에 건당 배송 가격이 낮아 큰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아마존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경쟁상대가 별로 없던 시절에 미국에서 빠르게 컸지만, 지금 한국은 이커머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서 쉽지 않은 시장이다”라며 “네이버 쇼핑 및 오픈마켓 업체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아마존이 국내 업체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은 국내에서 구매가 어려운 해외 셀러들의 상품을 구매하는 직구 채널이다. 그러나 아마존이 국내에서 직접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기존에 한국에서 사업하는 직구·해외 구매대행 업체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크지는 않다. 다만, 배송 시간 단축 등으로 호평을 얻으면 성공할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특성상 아마존이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저렴한 배송비와 빠른 배송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에 들어와서 실제로 얻는 이익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최근 인력 충원은) 기존에 하던 B2B 사업을 확장하면서 테스트를 먼저 해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포털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뿐 아니라 모든 인터넷업계가 아마존을 경쟁업체라고 보고 있다”면서 “아마존이 국내에서 사업을 하면 파장이 클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