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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개인인증 시스템, 코인플러그 대표 만나보니

박수호 기자
입력 : 
2016-10-28 06:01:04
수정 : 
2016-10-28 0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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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이드-67] KB국민카드가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을 활용한 개인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해서 지난 주말 화제가 됐습니다. 국내 금융사 중 최초 사례라서 더 주목을 받았지요. 블록체인은 일종의 '디지털 분산 장부'로 별도 중앙 서버가 아닌 모든 거래 참여자들이 거래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기록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참여자, 즉 회원 수가 많을수록 더 안전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산시스템 해킹 자체가 상당히 어렵다는 측면에서 차세대 금융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KB국민카드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모바일 앱카드에 로그인할 때나 신용카드를 등록할 때 혹은 결제할 때 공인인증서 없이 비밀번호 6자리만 누르면 쓸 수 있도록 한답니다. 사실 KB국민카드는 한때 개인정보 유출로 도마에 올랐지요. 또 지주사인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은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메인프레임으로 할지, 유닉스 시스템으로 할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다 회장과 행장이 동반 퇴진했던 사건이 발생했던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했다는 건 금융업계에 시사하는 점이 큽니다.

취재하면서 들여다보니 이런 기술을 만든 곳은 따로 있었습니다. 2013년에 설립된 핀테크 업체 코인플러그입니다. 설립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실리콘밸리는 물론 일본 SBI홀딩스에서도 투자를 하는 등 투자금융업계에선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더군요. 어준선 대표를 만나 국내 블록체인 기술 현황, 시장 흐름 등을 얘기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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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창업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전까지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요? ▷첫 직장인 현대전자 이동통신연구소에서 국책사업으로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시스템 소프트웨어(SW) 개발팀장으로 근무하며 현대전자 이동통신 단말기, CDMA 시스템 기지국, 제어국 호처리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했습니다. 그 후에는 CDMA 네트워크 장비 기술 개발 업체 엑시오커뮤니케이션스에서 일하다가 엑시오가 한국계 스타트업 최초로 미국 네트워크 장비 전문기업 시스코시스템스에 인수·합병되면서 시스코시스템스에 기술이사로 가게 됐지요. 코인플러그를 설립하기 직전에는 이동통신기술, 실내외 측위솔루션을 제공하는 벤처기업인 셀리지온을 설립해 공동창업자이자 CTO로 다양한 이동통신 솔루션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성격이어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최신 기술에 항상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엑시오 시절 친분을 쌓은 미국 벤처투자가가 "비트코인이라는 기술이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고 있으니 한번 알아보라"고 권해서 비트코인 원천 기술 자료인 나카모토 사토시의 백서를 호기심 차원에서 읽었어요. 그러다 비트코인 원천 기술인 블록체인에 완전히 빠져들게 됐습니다.

-비트코인을 들여다보다 블록체인에 빠졌다?

▷지금이나 그때나 사람들은 비트코인의 투자 가치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저는 그 원천 기술인 블록체인에 매료됐어요. 이제 더 이상 세상을 바꾸는 기술적 혁신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진정한 혁신성을 지닌 매력적인 기술을 만난 거지요. 이런 기술을 현실화하면 인터넷 온라인 공간에서도 신뢰 기관 없이 금융거래가 가능하고, 이것으로 금융 분야에 혁신이 되겠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이게 2013년 여름의 일입니다. 3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호기심과 결단력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큰 의미가 있으니까요.

-왜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꿀 거라고 생각했나요?

▷기존 금융권에서는 IT는 조연이라고 보는 시각이 팽배합니다. 그래서 비용 관점으로 보고 보조적으로 도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금융을 IT 플랫폼 관점으로 봤어요. 특정 신기술이 금융 분야에서 이룰 수 있는 혁신 역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그려보곤 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접했을 때도 금융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로 이룰 수 있는 혁신성이 어느 정도인가 보다가 온라인상에서 참여자들의 신뢰로 관계망(trust network)을 만들 수 있는 기술에 매료된 것이지요. 3년이 지난 지금,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는 과거 인터넷이 등장했던 시기보다 더 클 것이라는 제 확신이 생각했던 거보다 더 빨리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KB국민카드 사례가 처음이 된 것이군요. 이건 그럼 시작에 불과하다는 말씀인가요?

▷네. 5~10년 안에 블록체인 기술이 주요 은행의 코어 뱅킹 시스템을 대체하는 등 세계 금융 서비스 시장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지금 추세로 간다면 더 앞당겨질 것으로 봅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그동안 보호받고 닫혀 있던 금융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촉진하고 있어요. 이로 인해 금융 산업의 미래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모양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직원이 서른 명 남짓한 코인플러그가 글로벌 금융업계 격변의 시기에 미래 금융의 근간을 이룰 금융플랫폼 혁신에 앞장서게 해줄 파괴적 혁신 기술입니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이 AI(인공지능)와 결합되게 되면 상상하기 힘든 미래의 금융 변화를 맞이할 것입니다.

-일반인에겐 여전히 생소한 기술인데요. 일반인이 체감할 수 있는 블록체인 도입 전과 후의 생활, 즉 블록체인이 활성화되면 어떤 점이 좋아질까요?

▷우리나라의 계 모임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즉 지금의 계 모임에서는 계주를 믿고 매월 돈을 내고, 그 모은 곗돈이 순서에 의해 지급되는데 이 모든 것이 계주의 신뢰에 의지하고 있어서 사고가 많이 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만든 계 모임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구성원이 곗돈을 제대로 냈는지, 계원들의 합의에 의해 이번에 계를 탈 계원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전 계원이 그 내역을 투명하고 실시간으로 보고 자동으로 관리됩니다. 항상 신뢰의 문제가 있는 계주를 둘 필요가 없어지고 참여자들 간의 합의에 의해서 운용될 수 있는 방식이 블록체인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개인과 개인이 금융거래를 할 때 서로 믿고 거래할 수 있도록 온라인상의 참여자들에 의해서 신뢰가 만들어지는 기술입니다. 그래서 블록체인을 지칭할 때 트러스트 네트워크(Trust Network)라고 부릅니다.

-민감한 얘기긴 하지만 전산시스템 오류로 국내 금융사들이 2~3년 전 홍역을 치렀는데요. 여전히 메인프레임, 유닉스 등 중앙 서버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시스템을 도입하면 어떤 점이 좋습니까?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디도스(DDoS) 공격과 외부 해킹의 어려움 그리고 장부에 기록된 거래 내용이 위변조됐는지를 항상 감시할 수 있습니다. 365일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 쉽다는 점, 블록체인상에 기록된 정보 자체가 법적 분쟁 때 증명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 스마트 계약 기능으로 금융서비스의 자동화가 가능하다는 점, 실시간 청산결제, 참여자 신뢰 기반의 P2P 금융서비스를 온라인상에서 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입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시중은행 IT 담당자를 만나 블록체인에 대해 설명했을 때, 이 기술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엔터프라이즈(기업) 전용 블록체인으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해서 운영하면 효율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우수하고 궁극적으로는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중은행 담당자들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만 금융기관의 실무자 입장에서는 기존 IT 인프라망 분리 규정, 클라우드, 개인정보 보호 규정, 보안성심사 규정, 금융규제, 각종 대내외 규칙, 제도 환경 등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고려할 변수가 너무나 많아서 시간이 걸리는 것뿐이지요. 그리고 기존 금융권의 주요 시스템 공급사인 IBM의 변화를 주목해야 합니다. 금융플랫폼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에 미래를 걸겠다는 기업이 바로 메인프레임 기업인 IBM입니다. IBM이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블록체인 오픈소스 플랫폼인 '하이퍼레저(Hyperledger)' 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국내에서는 코인플러그, 한국예탁결제원, 삼성SDS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상용화는 첫 사례인데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 위치는 어디 정도인지요?

▷국내에서는 코인플러그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코인스마크(Coinsmark)라는 저작권 보호 플랫폼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더불어 KB국민은행의 해외송금 플랫폼을 구축했고, 관련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인증 문서보관 플랫폼을 잇달아 공급했지요. 가장 최근에는 KB국민카드와 초당 3000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기업용 블록체인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공인인증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의 개인 인증서 플랫폼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현 단계에서는 기존 금융 인프라 기반 위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개인인증서에 일부 도입하는 정도입니다. 아쉬운 건 금융의 근간을 바꾸는, 실질적 금융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는 시도와 국내 블록체인 컨소시움 구성, 기술표준화, 제도 정비 등의 준비는 아직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반해 일본, 호주, 캐나다, 미국, 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오직 블록체인만으로 가능한 차세대 금융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에는 주요 금융서비스에서 상용화 사례가 나올 것입니다. 심지어 두바이는 2020년까지 정부의 모든 서류를 블록체인으로 구축하기로 선언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선진국과 1~2년 정도 격차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러 나라들이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한 금융 플랫폼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도 국내에서 먼저 레퍼런스를 만들면서 반드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합니다. 코인플러그 같은 작은 회사도 블록체인의 표준화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합니다. 국내 기업 중 최초로 IBM이 추진하는 하이퍼레저 프로그램 회원사로 참여하고, 중국 완샹그룹이 주도하는 차이나 렛저, 일본 SBI 금융그룹이 주도하는 SBI 핀테크 컨소시엄 등에서 활동하며 글로벌 블록체인 기술 트렌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또 70개 글로벌 은행이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는 R3CEV에도 참여해 협력 관계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투자 유치를 많이 받았던데 왜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요?

▷실리콘밸리 유명 투자자들로부터 80만달러의 초기 투자자금을 유치했습니다. 디지털 가상화폐의 가능성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었고 팀 드래이퍼 DFJ 회장 등 세계 벤처 투자 업계를 이끄는 리더들이 비트코인 관련 기업들에 초기·중기 투자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가능성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상태였고 많은 국내 VC에게 투자를 설득했으나 아무도 비트코인 초기벤처기업에 투자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먼저 투자가 본격화되고 혁신기술의 가능성을 보고 있는 실리콘밸리 투자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투자자들이 코인플러그에 투자할 때 강점과 약점을 어떻게 지적하던가요?

▷강점으로는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미래 성장성 있는 기술 기반 기업이라는 점과 투자를 결정하게 한 단단한 팀워크와 우수한 기술인력이었습니다. 제가 과거 성공적인 벤처기업 경험이 있는 것과 과거 호흡을 맞춰본 동료들이 다시 함께 일하는 것도 큰 강점으로 봐줬습니다. 그 판단은 옳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된 국내 특허 51건과 해외 특허 11건을 당사에서 보유하고 있으며, 블록체인과 결합된 생체인증(Fast IDentity Online·FIDO) 분야에서도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니까요. 약점으로는 투자 당시 비트코인, 블록체인 기술 분야가 정부 관련 규제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의 투자의 위험성이 높았습니다. 지금도 투자사에서 요청할 때마다 우리나라 정부 규제 현황, 정책 변화 사항 등을 보고합니다.

-KB국민카드 외에 어떤 금융사와 앞으로 추가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입니까?

▷코인플러그는 KB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신용카드사, 증권사, 통신사 등과 협력해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서비스를 개발 중입니다. 또 자본시장에서도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플랫폼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추진하는 등 다수의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조폐공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공동 연구하고 있으며, 중국, 일본등의 금융기관에 블록체인 플랫폼을 수출하는 해외진출 건도 적극 진행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스마트컨트랙 기술로 디지털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차세대 금융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카드, 은행 외에 어떤 서비스까지 확장이 가능합니까?

▷계약 또는 돈거래가 필요한 모든 서비스에 확장이 가능합니다.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부터 가전제품을 사면 주는 영수증과 품질보증서까지도 자동으로 블록체인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적용 범위가 너무 넓어서 한두 가지 꼽아보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금융에서 IOT까지 전산업 영역이 대상입니다.

-일전에 규제 때문에 정착이 쉽지 않다고 했는데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자리를 잡으려면 어떤 허들을 또 넘어야 할까요?

▷기업들이 규제 부담 없이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를 시험해볼 수 있는 여건이 절실합니다. 정부에서는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디지털 통화와 블록체인 제도 변화 흐름에 맞춰 정책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는 합니다. 저희 같은 핀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기업들이 정부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빨리 현실화돼야 합니다. 하라는 것만 해서는 절대 혁신이 나올 수 없습니다. 하지 말라는 것 외에는 다 할 수 있는 날이 국내 금융계에도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야 국내 금융권들이 서로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기존 태도를 버리고 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이제는 금융 분야도 선진국을 쫓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혁신 기술로 변화를 주도하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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