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꿈꾸는 네이버·카카오…'엇갈린' 행보
입력 2016.12.13 07:00|수정 2016.12.13 07:00
    미래 먹거리로 '플랫폼' 강화 제시…방법은 달라
    국내 다지며 해외 공략하는 네이버
    다음·멜론 시너지 강화 등 국내 집중하는 카카오
    • 네이버와 카카오가 '플랫폼'이라는 같은 미래 먹거리를 제시하면서도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창업주들의 경영 스타일의 차이가 반영된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각각 '네이버 커넥트 2017', '비즈니스 컨퍼런스'를 열고 향후 미래전략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두 회사가 제시한 키워드는 '플랫폼'과 이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로 동일했으나 구체적인 방식은 달랐다.

      ◇ 네이버, 이해진 의장 필두로 유럽 등 '해외' 집중…국내는 '숨고르기'

      네이버는 해외 기술 스타트업 등을 발굴해 기존 네이버 서비스와 연계·결합하는 '기술플랫폼'을 제시했다. 기존 네이버가 제공하던 포털 등 플랫폼에 사물인터넷(IoT)·커넥티드카·머신러닝·인공지능 등의 기술들을 연결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해외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했다.

      지난 10월 이해진 이사회 의장과 김상헌 대표가 사임을 결정한 것이 이와 같은 계획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네이버는 국내 모바일·PC시장에서 이미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시장에 더 힘을 들여봤자 매출규모 면에서 큰 성장을 거두기 힘들기 때문에 신규 서비스를 도입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해진 의장이 직접 유럽·미국에 나가 새로운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을 발굴하기 위해 의장직을 내려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해외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발굴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채비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최근 중국 선전과 미국 실리콘밸리에 네이버 기술연구소인 해외 오피스를 설립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엔 코렐리아 캐피탈과 조성한 펀드가 프랑스 음향기술 스타트업인 드비알레(Devialet)에 첫 투자를 집행하며 그 신호탄을 알렸다.

      국내 네이버를 이끌 차기 대표이사로 한성숙 대표가 선임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성숙 대표는 2007년 NHN(現 네이버)로 자리를 옮긴 뒤 줄곳 검색 서비스 부문을 담당했다. 대표이사로 내정되기 전까진 서비스 총괄 부사장직을 맡은 바 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네이버가 서비스 총괄부문을 맡았던 한성숙 대표 중심의 체제를 구축한 것은 국내 숨고르기와 해외시장 적극공략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본격화 하겠다는 의미"라며 "국내에선 지금껏 제공했던 서비스 등의 점유율을 유지하거나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관계자 역시 "국내와 해외에서 각기 다른 전략을 제시한 것은 이해진 의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며 "대내외적으로 창업주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해외에선 이해진 의장이 전면에 나서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 임지훈 체제 강화하는 카카오…'국내' 수성이 먼저

      카카오는 여러 O2O(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를 중계하는 'O2O플랫폼'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활용해 다양한 O2O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카카오는 가사도우미(카카오클린홈), 커피선주문(카카오오더), 할인쿠폰발급(타임쿠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카카오택시 외 카카오헤어샵 등의 매출이 기대에 못미쳐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와의 갈등이 빚어지면서 사업계획을 변경했다. 직접 O2O사업을 하기보단 기존의 O2O사업자들과 연계·중계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남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시장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임지훈 대표체제가 강화됐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카카오택시로 재미를 본 이후에 카카오드라이버(대리운전), 카카오헤어샵 등 다양한 O2O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실적 및 점유율은 기대수준에 한참 못미쳤다"며 "카카오의 O2O사업 직접진출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내비치던 중에 임지훈 대표가 신속하고 강한 결단을 내린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임지훈 대표 선임 이후 구축된 집단경영체제를 접고 임 대표 중심의 체제를 강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각 부문의 최고책임자로 구성됐던 7인 최고경영진협의체(CXO팀)이 해체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는 O2O사업, 게임사업, 콘텐츠사업, 커머스사업 등으로 사업 부문으로 체제를 바꿨다. 네이버 출신인 조수용(디자인)·남궁훈(게임)·여민수(광고) 부사장도 영입했다.

      이를 두고 카카오가 국내수성에 좀 더 집중하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업계관계자는 "내부에선 네이버 출신들이 영입해 기존 사업부문과 국내시장에 더 집중하려는 것 역시 김범수 의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며 "네이버가 국내시장에서 공고한 입지를 다진 뒤 해외시장에 본격 진출한 것과 유사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 여시 "광고부문의 실적개선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진출 등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 힘든 것"이라며 "다음과의 시너비, 멜론과의 시너지에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략적으로 제시한 O2O사업 등에서 실적을 보여줘야 하므로 해외 집중은 힘들다는 것이 경영진 구성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