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은 총수" 지정에.. 네이버, 행정소송 검토

성호철 기자 2017. 9. 4. 0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정위, 準대기업집단 26곳 지정]
동원·SM·호반건설·네이버·넥슨.. 처음 공정위 관리 대상으로
네이버 "30년 전 시각으로 재벌과 총수 개념 부여하다니"

인터넷 포털 1위 업체 네이버가 '준(準)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됐다. 계열사 간 내부 거래를 비롯한 경영 활동 전반을 공시(公示)해야 하는 의무도 생겼다. 이해진 창업자는 네이버의 '총수'로 지정돼 그의 친·인척 소유 회사의 매출 확대에 다른 계열사들이 동원되는지를 공정위가 밀착 감시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국내 자산 5조원 이상인 57곳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발표했다. 동원·SM·호반건설·네이버·넥슨이 이번에 처음 규제 대상에 올랐다. 네이버 측은 이번 발표에 대해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과 관련, 규제는 성실히 받겠지만 이해진 창업자를 대기업 총수(오너 경영인)로 지정한 대목은 아쉽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사진은 작년 7월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인터넷데이터센터 ‘각’ 설명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네이버

하지만 네이버 측은 "국가가 민간 기업에 재벌과 총수의 개념을 부여하는 것은 30년 전 시각에 머물러있는 것"이라며 "총수 지정과 관련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공정위는 9월부터 네이버를 포함해 자산 5조원 이상 10조원 미만인 26개 기업을 '준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고 3일 밝혔다. 재계 순위로 32위(코오롱)부터 57위(한솔)까지가 해당되며, 26개 그룹의 전체 계열사는 721개사에 이른다.

자산 5조~10조원 기업 26곳 '준대기업집단' 지정

공정위가 '준대기업집단' 기준을 만든 것은 처음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만 지정해 관리해왔다. 대기업집단이 되면 경영 활동에 대한 공시 의무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포함해 계열사 간 채무 보증 금지, 순환출자 금지,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기준은 2009년 이후 8년간 '자산 5조원 이상'으로 묶여 있었고, 그 사이 경제 성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의견을 반영해 공정위는 작년 9월 '자산 10조원 이상'으로 대기업집단 기준을 바꿨다.

올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관리 대상에서 빠진 '자산 5조~10조원' 기업에 대해서도 감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래서 공정위가 '준대기업집단'이란 기준을 새로 내놓게 된 것이다. 준대기업집단에는 대기업집단에 가해지는 규제 중 일부분인 총수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제재와 계열사 간 거래 내역 등 경영 활동에 대한 공시 의무 두 가지가 적용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산 10조원 이상인 재계 1~31위는 대기업집단으로, 5조~10조원 사이인 32~57위는 준대기업집단으로 나눠 차등 관리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준대기업집단 26곳 중에서 동원(재계 37위), SM(46위), 호반건설(47위), 네이버(51위), 넥슨(56위) 등 5곳은 처음 공정위 관리 대상으로 들어왔다. 나머지 21곳은 작년 이전에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경험이 있다. 동원은 동부익스프레스(옛 동부고속운수)를 인수하면서 덩치가 커졌고, SM은 대한상선, 동아건설산업 등을 대거 사들여 자산이 늘었다. 호반건설은 주택 사업이 호황을 누려 사세가 커졌고, 네이버와 게임업체 넥슨은 실적 호조로 계열사들의 매출이 대폭 늘어나며 나란히 자산 5조원을 넘겼다.

네이버, "경영권 승계 없는데 총수라니…"

재계에서는 준대기업 집단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 집단의 규제 완화를 위해 자산 기준을 작년 10조원으로 상향조정해놓고 다시 준대기업 집단 규제를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네이버의 경우도 최대 주주가 아닌 이해진 창업자가 '총수'(동일인)로 지정된 것에 대해 이견을 표시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은 특정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사람 또는 법인을 의미하며 계열사와 친·인척 간 거래에 강력한 규제를 받는다.

이해진 창업자는 네이버 지분을 국민연금이나 해외 펀드보다 적은 4.3%를 보유하고 있으며 3월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맡고 있다.

네이버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의 총수들이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통해 낮은 지분율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과 달리, 네이버는 주요 자회사 지분을 거의 100%가량 보유하고 있으며, 이해진 창업자는 네이버의 경영권을 2세에게 상속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총수로 지정되면 6촌 이내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들도 모두 경영 상황을 공시해야 한다는 것도 논란거리다. 이날 네이버는 이 창업자의 6촌이 운영하는 영풍항공여행사와 4촌이 설립한 화음(음식점) 등 2개 기업을 공시했다. 게다가 휴맥스 변대규 회장이 네이버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탓에 휴맥스홀딩스와 그 계열사 13곳도 네이버 계열사에 포함됐다. 재계 관계자는 “평소에 거래 관계가 전혀 없는 6촌까지 경영 공시를 하라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면서 “총수들이 오히려 미안해서라도 친·인척을 챙겨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변대규 회장이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맡아 사업상 큰 이익을 보는 것도 아닌데 규제만 받게 됐다”고 말했다.

박재규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이에 대해 “네이버가 이 창업자의 총수 지정으로 해외 투자에 지장을 받고 이미지가 타격을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