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충전 표준 단일화 결정한 한국정부에 추가 규격 공식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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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최근 한국정부에 자사 전기차 충전표준 채택을 공식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즉각 검토에 들어갔지만, 이미 기존 3개 충전표준 단일화를 결정한 상황이라 부담이 적지 않다. 정부의 충전표준 단일화로 시장경쟁에 불리해진 일부 전기차 업체는 형평성을 이유로 한국정부가 테슬라 요청을 수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삼성동) 지하 주차장에 위치한 테슬라 전용 충전소 '슈퍼차저'.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삼성동) 지하 주차장에 위치한 테슬라 전용 충전소 '슈퍼차저'.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테슬라 아태지역 충전인프라 총괄인 쥘리앙 드 장퀴에르는 최근 서면자료로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에 급속 충전표준 '타입(Type)2'를 포함한 '콤보(Combo)2' 추가 채용을 요청했다. 요청 배경은 올해 한국 진출한 테슬라가 유일하게 '타입2' 충전표준을 고수한 탓에 공용 충전인프라 이용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공기업이 구축하는 공용 충전인프라에 대해 자사 전기차 고객도 사용해야한다는 의도가 깔렸다.

지난 4월 국표원이 다수 국가표준(KS)은 유지하되, 실제 사용 표준은 한가지로 통일하는 단일화를 결정한 상황에 테슬라 요청이 접수된 만큼 업계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지금까지 국내 충전인프라는 국제표준을 근거로 유럽방식 '콤보(타입1)1'과 일본 '차데모(CHAdeMO)', 르노 '교류3상(AC3상)' 3개를 썼다. 하지만 3개 표준을 1개 설비에 동시 적용하다보니 예산 낭비와 고장률 증가, 소비자 불편 등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내년부터 지원하는 충전기나 환경공단·한국전력이 구축하는 충전기는 '콤보(타입1)1'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콤보(타입2)'를 쓰는 테슬라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테슬라가 국표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는 직류방식 콤보2(타입2)가 교류(AC)3상 표준을 지원하기 때문에 경제성과 성능면에 콤보1(타입1)보다 뛰어나다는 주장이다. 급속 충전표준으로 '콤보2'가 유럽 대세로 떠오른 데다, 콤보 타입2는 완속(7㎾h) 충전 시 AC를 이용하면 최대 22㎾h급 충전이 가능해 보다 빠른 성능을 지원한다는 얘기다. 또 한국 주거유형 60% 이상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일반 전원으로 AC3상을 쓰고 있어, 설치비로 절감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이는 차량 내부에 장착되는 OBC(On Board Charger)가 대용량 제품일 때만 가능한 얘기다. 국내 출시된 전기차는 16㎾h급 OBC가 장착되므로 실용성이 없다. 이에 테슬라는 추가 옵션을 통해 대용량 OBC를 별도 선택하도록 했고, 추가로 2500달러(약 280만원)를 더 내야한다.

이에 업계는 콤보2 장점에 공감하면서도, 테슬라가 정부의 단일화 의지를 꺾을 만큼 '타입2'가 한국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014년부터 고심한 끝에 3개 방식을 1개로 어렵게 단일화시켰는데 이제와 콤보 타입1과 유사한 콤보(타입2)2 수용을 검토하는 건 정부의 결정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국내엔) 테슬라가 요구한 콤보2를 채용한 전기차가 없는 만큼, 검토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국표원은 글로벌 시장 흐름을 주시하면서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전문위원과 기술심의회를 거쳐 전기차 급속충전 방식을 '콤보1(타입1)' 단일화를 결정한 상태로 예고고시 기간 중에 테슬라 의견이 제출된 만큼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전문가 논의와 글로벌 충전방식, 기술발전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급적 빠른 시간 내 결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