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슈퍼리치] 내일은 슈퍼리치(39) “누구나 다니고 싶은 여행회사 만들 것”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
[SUPERICH=이세진 기자] 첫 번째 사업을 접는 날, 그는 카메라 앞에서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장소는 서울 강남 파이낸스센터 지하의 한 도너츠 카페. 두 명의 동업자들과 함께다. 잠깐, 사업이 망한 날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6년 전 이렇게 ‘헐렁했던’ 청년창업자는 이제 ‘5년차 스타트업’ 대표가 됐다. 이제는 진지하고 절박하다. 사업을 ‘경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길게 본다. 오래 즐겁게 일할 회사를 만들고 싶다. 마이리얼트립 이동건(31) 대표 이야기다.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2012년 봄 서비스를 시작한 마이리얼트립은 해외 여행을 가는 한국 여행자들과, 해외에 체류 중인 가이드를 연결해 주는 중개 플랫폼이다. 갈수록 ‘현지 경험’을 중요시하는 여행자들의 수요가 사업의 출발이었다. 

플랫폼에 등록한 현지 가이드가 직접 짠 투어ㆍ액티비티 일정을 짜서 올리면, 개별 여행자가 일정을 선택하고 결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건축가가 말해주는 런던 일일투어’, ‘미대생과 함께하는 스케치 투어’ 등 가이드의 배경도,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5년만에 회사는 누적 투자금액 53억원, 월 거래액 23억원, 일일 예약건수 평균 1000건을 달성했다. 


STAGE 1. 창업은 절대 ‘경험’이 아니다

그에게도 ‘부끄러운’(?) 과거는 있다. 첫 사업에 가볍게 임했던 자기 자신이다. 기업가 정신을 탐구하던 동아리에서 막연히 느꼈던 ‘멋있는 기업가’가 될 수 있는 기회였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1년, 그는 ‘콘크리트(CoNCreate)라는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론칭했다. 국내에선 첫 번째 모델이었다. 그가 유치한 12개의 펀딩 중 6개가 성공했다. 나름 잘 되고 있었지만 1년만에 사업을 접기로 결심했다. 일이 자꾸 커지고 바빠지자 ‘잘못 하다간 휴학하는 거 아니야?’ 하는 철없는 생각도 들었다. “성공해도 좋은 경험이고, 실패한대도 좋은 경험이 될 거로 생각해서” 시작한 사업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아직도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 남아있는 그때 그 ‘기념사진’은 “안 진지했음을 대변하는” 증거물이다.

얻는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 사업에 대한 물음표가 남은 상태에서 그는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다. 뉴욕대학교(NYU)와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청년창업자 몇 팀을 만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들은 대화 몇 마디만 해봐도 ‘내가 인생을 걸고 이걸 하고 있어’라는 기운이 느껴졌어요. 원래는 사업 한번 해 봤으니 취직해야겠다는 마음이었는데, 그들의 지지한 모습을 보고 ‘한 번 더, 제대로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죠.”

돌아와서는 두 번째 도전에 매달렸다. 하루는 창업가를 희망하는 학생 대상의 강연회를 찾았다가, 끝난 후 강연자에게 달려가 대뜸 명함을 달라고 했다. “저 스스로 다짐했던 게, ‘되게 절박한 사람처럼 행동할 거다’라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그를 만났다. 마이리얼트립의 최초 투자사 프라이머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분께서 ‘이 애는 뭐지?’했을 것 같아요. 창업에 관해 듣고 싶다고 왔는데, 아이템은 없다고 하고.” 한 번 만남이 두 번 되고, 세 번으로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아이템 회의로 흘러들어 갔다. ‘여행’으로 방향이 굳어졌다. 분야는? 항공, 숙박도 아닌 ‘진짜 여행 플랫폼’으로 결정됐다.

아이템 없이 투자자를 먼저 만난 케이스가 흔한 일은 아니라고 했다. “지금은 창업자 분들이 수준도 높고 아이템 뿐만 아니라 기초적인 시제품까지 만들어서 투자를 찾아다니는데, 운이 좋았던 거죠.”

마이리얼트립

STAGE 2. 더딘 출발에서 얻은 교훈

그렇게 초기 투자금과 부모님의 지원을 합해서 3000만원을 들고 2012년 2월 사업을 시작했다. 멤버는 이동건 대표와 공동창업자인 백민서 부대표 둘 뿐이었다. 백 부대표는 현재 회사를 떠나 유학 중이다.

그런데 오픈 이후 두 달 내내 단 예약이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지인들을 통해 동원한(?) 예약건은 있었지만 진짜 손님은 여전히 ‘0명’이었다. “‘우리가 되게 뭔가 잘못한 게 아닐까, 이 아이템이 틀린 게 아닐까’ 계속해서 고민했죠.”

그러던 7월2일, 드디어 첫 예약이 이뤄졌다. 이 대표는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했다. 첫 손님들은 시청 환경과에 재직중인 공무원들이었다. 여행지는 친환경 도시로 유명한 독일 프라이부르크. “검색을 타고 타고 들어왔다고 하시더라.” 그다음도, 다음다음 예약도 천천히 이뤄졌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더딘 출발에는 타깃 설정 실패라는 이유가 있었다.

“제가 창업 당시 대학교 4학년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홍보해야 할 대상도 대학생들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대학생은 예산에 민감한 여행자이고, 저희 상품 초기 컨셉은 오히려 30~40대 분들에게 좀 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가격이 비싼) 프라이빗한 여행도, 참여인수를 늘리고 가격은 내린 투어 상품도 함께 준비해 놓았더니, 20대 고객 비율이 가장 높아졌어요.”

이동건 대표. 신보경ㆍ안경찬 PD/bbok@heraldcorp.com

타깃 설정 말고도 시행착오가 많았다. 경영학을 전공한 문과생 창업자에게는 ‘개발자’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PC로 보는 홈페이지 하나를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1~3일차 자세한 일정에, 항공ㆍ숙박 가격정책 등까지, 여행 상품이라는 것이 굉장히 많은 정보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PC 앞에 앉아 신중하게 고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모바일 환경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더라고요. 지난해 2~3명이던 개발인력을 10명까지 대폭 충원하고, 아이폰ㆍ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을 새롭게 오픈했어요. 그랬더니 현재는 모바일 앱과 웹페이지를 통해 구매하는 비율이 70%를 넘어섰습니다.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아요.”


STAGE 3. “좋은 대학 나와서 왜 여행사를?”…“누구나 다니고 싶은 회사 만들 것”


흔히 ‘빅2’ 여행사(하나투어ㆍ모두투어)가 점유한 한국 여행업계에서, 틈새 성장 전략은 있을까. 이 대표는 “독점이 깨어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작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출국자 수가 2000만 명을 넘어섰는데, 이들 회사의 매출이나 영업이익 성장세가 여행 수요 증가분만큼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오히려 수요는 에어비앤비ㆍ익스피디아 등 외국계 회사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 티켓몬스터 같은 소셜커머스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것. 그래서 “예전보다 경쟁이 훨씬 치열한 편”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저희 같은 회사에도 기회가 온다는 것이죠. 현지 여행 가이드 플랫폼 시장에 예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항공ㆍ숙박 시장에 비해 굉장히 작아 보이고, 문제가 생길 소지가 많은 분야니까. 우리의 경쟁자는 아니지만 에어비앤비도 최근 트립스라는 서비스를 출시했고요, 해외에서도 한국에서도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커졌거든요. 경쟁자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는 건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봅니다.”

마이리얼트립은 업계의 경쟁적인 상황을 헤쳐나갈 방향을 두 가지로 잡았다. 마이리얼트립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점적인 상품을 만들겠다는 것, 그리고 같은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마이리얼트립만이 줄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그것이다. 배경이 다양한 가이드를 모집해 특별한 투어들을 늘리고, 결제의 편의성이나 모바일 앱의 완성도 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동건 대표 회의 모습. 안경찬ㆍ신보경 PD/kcreator@heraldcorp.com

회사를 이끄는 대표로서 이 대표의 목표는 ‘저 멋진 곳에 나도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멋진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한때 가까운 친척 어른에게 “좋은 대학 나와서 왜 여행사를 하냐”는 말을 듣고 ‘업은 정말 멋있는데, 이미지는 왜 이렇게 영세한가’ 고민한 결과다. 외국에서는 에어비앤비 등이 ‘여행업도 IT 산업’이라는 이미지를 선도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행사’라고 하면 작은 사무실, 전화받는 직원들, 패키지여행 가이드 등의 이미지로 굳어져 왔던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는 “튼튼하고,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옛날에는 혼자만의 꿈에 젖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흔히 말하는 엑시트(Exitㆍ투자금 회수) 같은 거였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요즘은 튼튼하고 오래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오래가는 회사가 되면 저도 마이리얼트립 안에서 ‘해피하게’ 오래 근무할 수 있는 거잖아요. 진지하게, 오래 하고 싶습니다.”

jin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