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기업

[Biz Focus] 창업선진국 되려면 `기업대표 연대보증` 없애야

입력 : 
2016-12-23 04:02:03
수정 : 
2016-12-23 14:17:57

글자크기 설정

소유·경영 분리 주식회사 불구, 대표자엔 유독 무한책임 요구
국제기준 맞게 회사법 개정을
사진설명
세계은행은 매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하기 쉬운 환경'을 평가해 순위를 매긴 후 이를 발표한다. 최근 발표된 2017년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종합 5위에 올라 영국(7위)이나 미국(8위)보다도 사업하기 쉬운 나라로 평가됐다. 세부 평가 내용 중 하나인 '창업'과 관련한 영역을 보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과 크게 다른 부분이 있다. 1위에 오른 뉴질랜드와 대부분의 주요 선진국, 인도 등 신흥국에서도 본 평가를 위해 적용하는 회사의 유형은 '유한책임회사(Limited Liability Company·LLC)'다. 반면 우리나라는 '주식회사(Corporation)'를 평가 대상 회사 유형으로 설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창업할 때 '유한책임회사'를 기초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주식회사'를 회사 유형으로 선택하는 비중이 가장 높아 전체 신설법인의 약 90%가 주식회사다. 우리나라는 창업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정부 의지에 따라 주식회사 설립이 전 세계에서 가장 쉽고 또 간편하다. 온라인법인설립시스템을 통해 별도의 법률적·행정적 전문가 지원 없이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고, 최소자본금 요구 조건도 폐지됐다. 이론상으로는 '자본금 100원 주식회사'도 설립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자본금 100원 주식회사'와 '시가총액 약 240조원'의 (주)삼성전자는 상법상으로 같은 법률과 제도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상법은 주식회사 고유의 원리와 안 맞아 주식회사는 기본적으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 그리고 '유한책임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물적회사'다. 독일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에서는 주식회사의 이사회를 '감독 이사회(supervisory board)'와 '경영 이사회(management board)'로 구분 짓고 있다. 감독 이사회는 모든 주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경영 이사회 또는 경영진(executive directors)을 감시 감독하도록 되어 있다. 경영진의 선임과 해임이 감독 이사회의 대표적인 권한이다. 미국도 점차 유럽의 이중 이사회 구조를 채택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상법상 주식회사에서는 이 같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명확히 정립돼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주식회사는 상법상 1인 이상의 '대표이사'를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또 '대표집행임원(상법제317조)'이라는 표현도 명시돼 있다. 이 두 가지 표현이 상법상에 같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사회를 기본적으로 '감독 이사회'와 '경영 이사회 또는 집행 이사회'로 구분해서 본다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실제 '대표집행임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희소한 이유는, '경영 이사회 또는 집행 이사회'가 실제로 구조화 되거나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많은 주식회사가 대표이사를 'CEO(chief executive officer)'라고 영어로 표시하는데 CEO(최고경영자)는 정확히는 '경영 이사회 또는 집행 이사회'의 대표자를 의미하는 것이다. 현행 상법상의 기준으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영어로 표현할 때 'Chair of Board of Directors'가 맞는 표현이고, 이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이라는 해석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업활동의 전제를 '주식회사'를 기초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를 설립하고 경영하는 사람들도 주식회사가 갖는 고유한 특성을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주식회사를 기초로 대출을 하는 금융기관도 주식회사의 제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행위들을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대표자 연대보증' 문제다.

주식회사는 기본적으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으며, 유한책임을 전제로 하고 있고, 물적회사의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대표자 연대보증은 주식회사 고유의 특성을 전면 부인한다. 만약 주식회사가 은행 등을 통해 대출을 받으려고 할 때, 채권자는 민법과 상법상 대표자 연대보증을 요구할 수 있다. 이때 주채무자인 주식회사에 연대해 보증하는 대표자는 '대표이사 혹은 대주주'가 된다. 이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보유한 지분에 따른 책임을 지는 주식회사의 원리(유한책임성)와 맞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연대보증에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두 가지 독소조항으로 인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역동적 경영활동을 심각히 제약하고 있다. '검색·최고·항변권 없음'은 주채무자인 주식회사의 채무이행 능력 등에 대한 판단 없이, 연대보증인인 대표자에게 채무이행을 할 것을 최고할 수 있고, 연대보증인은 이에 대해 항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주채무자와 채권자 간 채권·채무 관계가 소멸하게 되면, 연대보증인의 보증채무도 같이 소멸되는 것이 부종성의 원칙인데 이것이 대표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주식회사가 청산했어도 이의 채무는 대표자가 평생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법에서 회사법 분리…글로벌 스탠더드 맞게 개편해야 우리나라에서 창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법에서 회사법을 떼어내 별도의 법으로 제정하고, 이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다. 회사 유형을 개인회사, 유한책임회사, 조합회사, 합명회사, 합자회사(유한회사를 병합), 주식회사(비상장 전제), 주식회사(상장 전제)로 다원화하며, 각 회사의 유형별 '기본원리' 그리고 '지배구조'를 입체적이고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영미권 국가와 유럽 그리고 일본과 중국 모두 회사법(corporate law)이 상법(commercial law or business law)과 분리돼 단행법으로 제정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회사법'은 법률에서 명시하지 않고 있는 용어이며, 상법의 제3편 '회사'에 법률적 근간을 두고 있다. 우리 상법의 모태가 된 일본에서도 2005년 기존 상법에서 회사법이 분리돼 단행법화됐고, 중국도 2013년 기존의 회사법이 유럽식 회사법으로 개정돼 이사회를 이원화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4월 개정됐으나 광복 전 일제시대에 들여온 일본의 상법 체계에서 근본적으로 더 발전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법률과 제도가 실제 기업 활동이나 경영 현장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 기업 활동의 역동성이 법률과 제도로 제약당하지 않도록 개정이 시급하다.

[이영달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