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환 더벤처스 베트남법인장
![[DT광장] ICT기업, 베트남 진출 성공 노하우](http://contents.dt.co.kr/images/201611/2016110302102351813001[1].jpg "[DT광장] ICT기업, 베트남 진출 성공 노하우")
한국은 베트남에 투자한 국가들 중 누적 투자 금액이 가장 많은 국가로 그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일본의 투자 금액보다 무려 80억 달러를 앞서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제조, 부동산 등에 투자가 집중됐으나 최근에는 정보통신, 과학기술 분야의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베트남 투자 방향이 변화하고 있다. 물론 미국과 일본의 주요 ICT 기업들이 한국보다 이른 시기에 베트남 진출을 시도했고, 시장을 주도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에 한국 기업은 추격하는 입장에서 빠르게 베트남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하기 전에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베트남의 잠재력에 대해 논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내용이 9000만명이 넘는 인구와 한국에 비해 10년 이상 낮은 평균 연령(30세)이다. 분명히 한국 ICT 기업에게 매력적인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보다 심한 소득 불균형 (2014년 지니 계수 37.6, WBG), 소득 중 높은 식비 비중, 중국의 3분의 1도 미치지 못하는 일인당 소득 등 간과해선 안되는 내용들이 있다. 이런 사실에 비춰보면 다른 개발도상국에서 성공적이었던 아이템을 무턱대고 베트남에 도입할 경우 소비 시장 규모의 한계로 사업 부진을 겪을 수 있다. 이에 아직까지는 베트남을 소비 시장으로 보지 않고 생산 기지로 인식하는 접근이 바람직할 수 있어 베트남 내 매출을 유일한 베트남 조직의 자금원으로 계획하는 사업보다는 한국과 연계해 베트남 조직의 기능이 전사적인 흑자 창출에 기여하는 모양을 구상하는 것이 좋다.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가장 선호되는 결제 방식은 '후불결제방식(COD, Cash On Delivery)'으로 상품 수령 시점에 현금으로 대금을 결제한다. 이는 신용카드 보급률과 은행계좌 보유율이 낮고 결제대행 (PG) 서비스 등이 발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자상거래가 먼저 성장했기 때문에 정착된 문화다. 최근에는 배송사가 COD로 수금을 대행하는 것은 물론 이에 보험 상품을 접목해 거래 안정성을 개선하려는 사례도 있다. 소액 결제와 관련해서 SMS 소액 결제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한국에 비하여 수수료가 많이 비싸고 결제 방식 역시 특정 번호로 코드 문자를 발송하는 발신형이 보편적이라 이를 처음 보는 한국인 사업자들은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몇 년간은 베트남 특유의 결제 문화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자금 순환 계획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ICT 분야에서 인당 생산성을 측정하는 세계 공통의 지표가 없어 명확하게 수치적으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베트남 ICT 기업들을 둘러본 다수의 한국 ICT 관련 인사들은 종종 '하는 일에 비해 사람 수가 많은 것 같다'는 의견을 말한다. 물론 베트남 통계청의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노동 생산성 지표가 5년 전 동기 대비 24% 증가한 것과 같은 긍정적인 변화가 ICT 분야에서도 이뤄질 것이란 기대도 존재한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급여 수준이 높은 일부 금융사를 제외하고는 한국과 같은 야근 문화를 기대하기 힘들어 한국인 고용자 입장에서는 체감 인당 생산성이 낮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간혹 개발 중심의 ICT 업체 중에 자율적 야근 문화가 정착된 기업도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상대적으로 해당 문화 형성에 부가적인 투자가 있는 경우로 사업 초기에 너무 무리하게 인당 생산성을 올리려 시도하면 오히려 노사 간 분쟁의 화근이 될 수 있어 애초에 인력 계획에 대한 완충 비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 시장에 비해 베트남 시장이 더 많은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전 세계 어디에도 완벽하게 쉬운 시장은 없다. 간혹 베트남 시장을 쉽게 생각하고 사전 준비 없이 진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좋은 결실을 맺기 어렵다. 베트남 시장에 대한 충분한 공부와 전문가의 조언, 오랜 숙고를 거쳐야만 실패 확률을 낮추고 더 많은 성공 사례가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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